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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날 없는 제주, "등짝을 구합니다"
바람 잘날 없는 제주, "등짝을 구합니다"
  • 장금항 객원필진
  • 승인 2008.10.0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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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장금항 전주 세광교회 목사

십자가를 밟고 지나가야 살 수 있다고 교인들에게 윽박지르고 이를 거부하던 주기철목사가 순교한다는 교회의 성극은 16세기 일본교인들의 박해 때에 나온 순교이야기가 모티브다. 성탄절이면 주로 교회에서 공연되던 이 이야기는 감동적인 요소와 극적 반전을 너무 인위적으로 첨가해 원래의 단순한 것보다 흥이 떨어진다.

엔도 슈샤쿠가 모아놓은 일본 천주교인들의 박해와 순교이야기를 보면 위의 내용은 이렇다.

포루투칼의 총포와 함께 그리스도교가 전파되어 오는데 호의적이었던 막부가 위협을 느껴 이를 탄압한다. 그 때 한 교회에 일단의 군사가 들이닥쳐 칼로 교인들을 모으고 예수의 성화를 밟고 지나가야 산다고 윽박지르며 배교할 것을 강요하였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갈등 속에 침묵하던 그 순간 한 소년이 성화 위에 자신을 던졌다. 갈등 속에 침묵하던 교인들은 엎드린 소년의 등을 차례대로 밟고 건너갔다. 군사들은 물러갔고 교회와 교인들의 목숨은 유지되었다.

그러나 소년의 몸은 부서졌고 예수님 그림 위에 주검으로 남았다. 배교할 수밖에 없는 그 순간 죽음을 각오한 한 소년의 등으로 교인들은 예수님을 밟는 상징적인 배교의 행위를 피할 수 있었고 상부의 명령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군사들은 소년의 등을 밟고 건너는 것을 배교의 행위로 인정해 그들을 살릴 수 있었다. 소년의 등 즉 한 소년의 희생이 교인과 군사 모두를 구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신앙의 절개를 강조하기 위한 교회의 선교가 아니라 집단의 대립 때 한 개인의 희생으로 전부를 구한 지혜와 희생의 이야기로 읽혀져야 한다.

싱그럽던 ‘촛불’ 뒤에 ‘주모자’를 잡기 위한 이 정권의 노력이 눈물겹다. 일본 전국시대의 농민들은 성주에게 대항해 란을 일으키거나 요구를 할 때 ‘가라카사(종이우산)연판장’을, 조선 후기의 우리 민족은 ‘사발통문’을 만들어 처음의 모사자와 나중의 가담자를 구별 할 수 없도록 하였다. ‘촛불’이 인터넷의 익명성에서 나온 것이니 가라카사와 사발통문과 유사하다. 그래서 이 정권의 노력은 실해할 것이다. 원래 말은 주인이 없고 여론은 바람을 따라 흐르는 것이라 ‘최진실법’등의 극한 처방으로도 계통을 알 수 없는 사람의 말들은 잡을 수 없다.

그러나 말에는 책임이 있어야 한다. ‘촛불’의 ‘주모자’들이 텔레비전에는 경쟁적으로 나오다가 나중에는 책임지지 않으려다 각개격파를 당하고 있듯이 큰 싸움에는 책임질 사람이 있어야 결과가 분명하다. 일본 전국시대의 성주들은 농민들이 봉기하면 그 요구는 다 들어주고 주모자 한 사람은 꼭 처형했다고 한다.

불완전하지만 항상 싸움의 결과는 분명했다. 흐지부지 끝나버린 촛불과는 다르게 결과가 있는 싸움을 하는 셈이다. 제주에서는 책임질 사람을 미리 정하고 그를 중심으로 민원이나 집단의 요구를 하는 ‘장두’가 있다. 이 정권의 정책적인 실험장으로 적합하다는 방백의 말이 아니라도 제주는 언제나 ‘바람’이 많은 곳이었으니 예수님을 덮었던 ‘소년의 등’같은 장두를 세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해군기지 문제로 날 선 도민과 도정의 대립이 자치역량과 도민이익 모두를 절단 낼까 염려스럽다. 삶의 터를 지키고자 하는 강정주민과 평화의 섬을 바라는 도민의 의사를 관철시킬 ‘소년의 등’과 같은 장두를 세우는 노력은 모두의 책임이다. 소년처럼 자신의 몸으로 귀한 가치와 사람을 모두 지키겠다는 지혜와 희생은 누구에게 떠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내 등을 내어 줘야한다는 용기로 가능하다. 그리고 한 사람의 등은 부서지지만 여럿이 나누는 등은 그에 비해 가벼울 것이다. 

<전주 세광교회 장금항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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