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입니다. 고객님 앞으로 우편물이 도착했으니 확인을 바랍니다. 1번은 다시듣기, 9번은 상담원 연결 누르세요…"
"우체국입니다. 신용카드가 반송됐는데, 주민번호가 ******- ******* 맞으시죠? 개인정보가 유출돼 다른 계좌에 있는 돈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하니 가까운 현금인출기로 가서 연락을 기다리십시오."
"우체국입니다. 고객님이 보내신 우편물이 반송이 됐습니다. 확인바랍니다. 상담원 연결은 0번을 누르세요."
한번쯤 이런 전화를 받았다면, 이는 틀림없이 전화사기 즉,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이다. 이런 전화가 수차례 걸려오면서 요즘 직장인들을 괴롭히고 있다.
회사원 김모(41) 씨는 지난달 30일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이같은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 그 것도 같은 자리에서 일정 간격으로 무려 6차례나 전화가 받은 김 씨는 짜증이 났고 업무하는 데 피해를 받았다.
또 다른 회사원 고모(39) 씨도 이날 이같은 전화를 같은 장소에서 3통이나 받았다. 또, 이날 오후3시쯤 제주시청 기자실에 있던 기자들도 이와같은 전화를 무려 5통이나 받아, 직접 연결을 시도했는데 이들은 몇마디 하고 난 뒤, 아무말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런 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전화메시지를 받았던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한 20대 여성의 목소리 기계음이 흘러나오더니, '우체국으로 물품이 왔으니, 찾아가세요'라고 말하고 '1번은 다시 듣기, 9번은 상담원 연결 누르세요'라고 말했다"며 "이에 1번을 눌러서 다시듣기를 했는 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받았다. 그 남자에게 '우체국에 물품찾아가라고 전화가 와서 버튼을 눌렀다'고 말을 했더니, 이름을 불어보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우체국'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등 날로 새로운 보이스피싱 수법들이 나타남에 따라,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을 다니는 회사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기업의 경우, 하루 종일 걸려오는 전화로 업무에 방해되는 등 피해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체신청 "보이스피싱 민원 한달 평균 300~400건 들어와..."
이와관련 김홍기 제주체신청 우정사업팀 보이스피싱 담당자는 "우체국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으로 우정사업본부에 시민들의 민원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 지난 7월 250건, 8월 400건 등 한달 평균 300~400건이 접수되고 있고, 많으면 한달에 700~800건이 접수되기도 한다"며 "올해 초에는 우체국 전화가 마비가 될 정도로 민원이 속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체국은 수취인에게 우편물을 배달하지 못했을 경우, 우편물 도착 통지서를 수취인 집에 남기고 있다"며 "우체국은 ARS 형식으로 우편물 도착, 반송에 대해 접촉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같은 보이스피싱은 개인정보 유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주의를 해야 한다"고 말한 뒤 우편물을 받으면 반드시 우편물에 붙어있는 주소 및 이름 표시를 제거해 우편물을 버릴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런 전화에서 흘러나오는 전화메시지가 시키는 대로 할 경우, 개인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이런 전화는 수신자 부담인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미디어제주>
<박소정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