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여성단체, 의붓손녀 성폭행 사건 판결 "잘못됐다"
도내 여성단체, 의붓손녀 성폭행 사건 판결 "잘못됐다"
  • 고성식 기자
  • 승인 2004.12.2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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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혈통 중심사고의 산물, 성폭력 특별법에 위반"

재혼한 아들의 부인(며느리)이 데리고 온 손녀를 수차례 걸쳐 성폭한 파렴치범에 대한 법원의 공고기각에 관해 도내 여성단체들의 “시대착오적 판결”이라고 비판하며 친족성폭력 사건의 강력처벌과 이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항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지법 형사합의부(재판장 김인겸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성폭력범죄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으로 기소된 J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J씨와 피해자인 A양과의 관계가 인척관계에서 벗어났다며 친고죄에 돼 공소를 기각했다.

J씨(61)는 지난해 11월 아들과 재혼한 K씨의 딸 A양을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그러나 법원은 현행 민법상 인척은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 혈족의 배우자로 규정하고 있고 혈족의 배우자 혈족은 제외하고 있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는 인척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친고죄에 해당된다며 검찰 공소를 기각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친고죄를 적용받게 된 J씨는 그러나 A양과 어머니가 고소후 합의함에 따라 관련 처벌도 불가능한 상태다.

이와 관련 (사)제주여민회와 제주지역 성.가정폭력 시설 상담소 협의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친족성폭력에 대한 재판부의 시대착오적인 판결”이라고 꼬집어 비판했다.

이들 여성단체들은 이날 성명에서 “이 판결은 성폭력 특별법에 명시된 친족의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 해석하는 우를 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계혈통을 중심으로 가족을 바라보는 재판부의 시대착오적인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여민회와 성.가정폭력 시설 상담소 협의회는 또 “성폭력 특별법의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에 의한 강간 등’(제7조)에서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을 포함한다’(제5항)고 친족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다”며 “의붓 할아버지에 의한 성폭력 피해 역시 ‘친족성폭력’으로 인정하고 ‘비친고죄’를 적용해야 함이 마땅하므로 이 사건은 ‘친족관계에 있는 자’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며 피해자를 고소여부에 관계없이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들 여성단체들은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친족관계에 있는 자에 의한 성폭력 사건임을 인정하고 이와 유사한 친족성폭력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가해자에 대해 강력히 처벌할 것과 성폭력특벌법의 올바른 시행과 해석을 위해 검찰의 항소를 촉구했다.

이들 여성단체들은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며느리가 데려온 딸은 친족이 될 수 없다’를 의미한다는 등 부계혈통 중심으로만 가족을 바라보는 사고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고”라며 “앞으로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더불어 유사한 성폭력 사건에서 ‘친족’의 범위와 부계혈통의 중심으로만 바라보는 ‘가족’의 의미를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여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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