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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여론조사 결과, 과연 무슨 의미 있나
그런 여론조사 결과, 과연 무슨 의미 있나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07.17 09:57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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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김태환 제주도정의 '말의 모순'과 자가당착

제주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개선의 최대 쟁점인 국내 영리의료법인 논란과 관련해 제주특별자치도를 중심으로 한 '입체적인 여론몰이'가 한창인 가운데, 김태환 제주지사가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기자회견 시작 15분전에야 각 언론사로 긴급히 통보됐다. 사전에 준비됨이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진 기자회견인지, 아니면 언론에 대한 '거만함'을 보인 것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이런 일은 한두번이 아니다.

심지어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2주년과 세계자연유산 등재 1주년 기념 기자회견 역시 그랬다. 그 때도 불과 20여분을 앞두고 각 언론사에 기자회견이 있으니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김 지사의 이러한 '즉흥적 기자회견 통보'는 기자회견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기자회견의 내용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고민해볼 여유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얼마나 다급하게 준비된 기자회견이었기에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보지만, 막상 기자회견의 내용을 받아보면 일반적 '담화문' 수준의 내용을 갖고 호들갑을 떨었나 하는 허탈함마저 든다.

16일 기자회견 내용은 '도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라는 담화문 성격이 짙었다. 그 요지는 이랬다. 27일까지 국내 영리병원 문제에 대한 도민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후, 찬성의견이 과반을 넘으면 정부가 입법예고 절치를 거치겠다는 것이다. 또 말미에는 도민의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한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경청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김 지사의 이러한 얘기는 한마디로 '말의 성찬' 내지는 가식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제주가 전국 1%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그 내부에서는 여느 지역과 다를 바 없이 여론의 다양성이 존재한다. 이런 의견, 저런 의견을 갖고 있는 다양한 여론 속에 공동체를 형성하는 도민사회.

다양한 여론이 존재하는 도민사회를 올곧게 이끌어나가기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것은 도지사에게 주어진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제주도정에는 여론을 양분화하여 높고 높은 '성벽'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제주도정의 '성벽', 여론 다양성 인정하는 마음의 여유 있나

말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항변한다. 실제 기자회견문에도 "반대하는 의견도 경청하겠다"는 문구가 간결하게 적시돼 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과연 김태환 지사가 반대 의견을 진솔하게 경청할 마음이 있나라는 의문이 든다.

국내 영리병원의 도입이 김 지사의 말처럼 제주발전을 위해 매우 훌륭한 제도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공간'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김 지사에게 사회 다양한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만한 마음의 여유,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16일 기자회견문의 내용만 보더라도 그렇다.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국내 영리의료법인을 도입해야 하는 당위성에 역설 일색이다. 반대하는 측의 의견도 경청하겠다고 했으나, 반대하는 측에서 제기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완전히 배제시켰다.

최소한 반대하는 측에서 의료비 급등, 의료보험체계의 붕괴, 전국적 적용 등의 우려를 표했다면, 그들이 왜 그런 의견을 표했을까 하는 점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런 의견도 있다는 것을 도민사회에 알리는 것도 의견수렴의 방법은 아니었을까.

반대하는 측에서 제기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그런 의견을 제시하게 된 이유나 배경 등에 대해서는 모두 생략한 채, 그 의견이 왜 '틀렸는가'에 대해서만 열을 올리는 것은 결코 '통 큰 도정'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17일 열릴 예정인 임시반상회 역시 그랬다. 이날 배포될 자료집은'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내용이라고 한다. 제목만 보더라도 이미 김태환 도정은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보다는 작위적으로 여론을 호도할 생각에 빠져 있음을 보여준다. 진정 여론을 수렴하고자 했다면 '이 문제에 대해 이런 측면의 의견, 저런 측면의 의견이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자료집을 만들었어야 했다.

#'대부분 도민 다 알고 있다'고 말할 땐 언제고, 왜 관제 여론몰이 하나

사회단체보조금을 받는 단체에 전화를 걸어 반 협박적으로 '00명을 설명회장에 반드시 데리고 나와라'는 식의 동원을 비롯해, 공무원 부인, 청년회 등 할 것 없이 무차별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김태환 지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아직 국내 영리병원의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도민들이 있어 이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하지만 이 말 역시 모순이 있다.

지난달 '찬성 75%'라는 압도적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인지도 조사가 왜 누락됐느냐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 김창희 특별자치도 추진단장이나 김 지사는 한결같이 이미 모든 도민들은 거의 다 알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터넷 언론과의 대담 때도 김 지사는 그렇게 말했다.

"영리병원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특별자치도 출범을 준히나 2005년 당시부터 거론되 온 것입니. 그 당시부터 의료관광산업을 해 나가기 위한 방안으로 이러한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의료관광산업의 영리의료법인 설립이 거론된 것은 새삼스러운 부분이 아닙니다."

도민들이 이미 모두 알고 있어 인지도 조사가 필요없이 막바로 찬반의견을 물어도 괜찮다고 했던 김태환 도정이 27일까지 실시되는 2차 여론조사를 앞두고는 공무원과 사회단체를 총 동원해 찬성여론몰이에 나선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진정한 도민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인지, 억지로라도 과반 이상의 찬성 여론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해야 할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또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아쉽지만 도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말은 27일 여론조사 결과 만에 하나 반대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한 '뒷통로'에 지나지 않다. 지금 제주도정이 총공세를 펼치는 것을 보면 반대의견이 많이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이지만,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직접적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비겁함과 다를 바 없다.

#작위적으로 몰아붙친 여론조사 결과, 이미 '의미 상실'

제주도정의 논리에는 분명 '말의 모순'이 있다. 그 모순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결론적으로 보다 큰 우려는 '도민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수렴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 보여 안타깝다.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직접 나서 토론하고 소통하고 서로 연대하며 뜻을 모았던 광장 '아고라'의 진정한 의미를 김태환 도정은 알고 있을까. 또 그렇게 관제동원화 해 여론조사에서 과반의 찬성의견을 얻는다면 그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도민들에게는 진지하게 생각할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오로지 작위적 찬성 여론몰이 일로를 내달리는 김태환 도정이 여론조사 찬성 과반을 위해 목을 매단 형국이 우습기만 하다. 도정의 '말의 모순'과 자가당착으로 인해 이미 여론조사 결과의 의미는 상실된 것은 아닐까. <윤철수 대표기자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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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탄핵이다 2008-07-17 15:51:36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병원은 10%밖에 지나지 않는다. 즉 90%가 민간병원인 셈이다. 물론 모두 비영리법인 또는 비영리병원이다. 일정지역에만 영리법인을 허용한다면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것이며 이는 우리나라 병원의 90%에 육박하는 민간병원에도 기회를 제공하여야만 하는 상황에 이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넌탄핵이다 2008-07-17 15:50:34
병원의 급여항목에 대한 내용이나 비용조차도 국가기관에서 일일이 관리, 감독할 수 없기 때문에 매년 과다, 허위청구가 빈번하다.

넌탄핵이다 2008-07-17 15:45:38
대한의사협회가 7월 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의협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의사 1002명 중 82.3%가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해 찬성의사를 밝혔다”고 했습니다. 제주도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의협은 과도한 삭감과 낮은 급여에 대한 불만으로 건강보험당연지정제의 폐지 혹은 민간보험과의 혼용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소통 2008-07-17 10:53:09
다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판단한다.
연일 광고를 내는 찬성론자나 인터넷을 장악하고 댓글로 다양한 의견을 무시하는
반대론자들이야 당연히 자기 주장이라고 하겠지만
도민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페어플레이를 하기 바란다.

한때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한다고 할떄 많은 전문가들이 조기개항에 대해 반대하고
마치 항공사고라도 날것 같이 호들갑을 떨었지만 아무일없이 세계적인 공항이 되어 있듯이

다양한소통 2008-07-17 10:47:27
반대만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찬반론자들의 오만에 불과하다.
어떠한 의견이든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 다양성이 존중 받아져야 하는데
다양한 의견이 찬성과 반대론자들에 묵살되고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아닌지?

여론조사를 하든 토론회를 하든 그것을 보고 결정할 사람은 결국 도민이고
언론은 올바른 입장만 전달해주면 되는 것이다.
언론이 여론을 주도족으로 조장하려는 곳도 있지만 도민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