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발시킨 사람은 어디가고, '집안싸움'만?
촉발시킨 사람은 어디가고, '집안싸움'만?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07.08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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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눈] 국내 영리병원 논란, 그 끝은?

전국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뜨거운 감자' 국내 영리법인 병원 허용논란. 이 논란은 지난달 정부가 확정한 제주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 개선과제가 발표된 직후 불거졌다.

'의료시장 개방 테스트베드'라는 내용 외에, 제주의 헬스케어타운 부지에 국내 영리병원 설립 허용키로 관련 부처 간 합의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정부와 제주도당국은 이달 중 공청회를 거쳐 도민의견 수렴을 받은 후, 국내 영리병원 허용여부에 대한 결정을 하고 허용키로 결정되면 이를 3단계 제도개선 과제로 삼아 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 때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이번 국내 영리병원 설립문제는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과 맞물려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논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김태환 제주지사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영리 의료법인 도입문제에 대해 정면돌파할 뜻을 밝혔다. 김 지사는 영리 의료법인 도입에 따른 반대 여론과 관련, "토론회나 공청회든 어떠한 방법이든지 적극적으로 나서 도민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병원 중 50% 이상이 영리병원인 셈"이라며 "이러한 현실들을 도민들도 잘 알아야 한다. 문제는 설립주체가 개인이냐 법인이냐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또"여기에 있는 기자들이나 본인이나 제주에서 나서 제주에 묻힐 사람들"이라며 "제주도의 운명을 지고 갈 사람들로 있는 그대로 도민에게 말하고 현명하게 판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종전 인터넷언론사와의 인터뷰 때에도 밝혔듯이, "특별자치도에 특별한 게 없다고 하는 데 이러한 기회를 제주도가 못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내.외 유수 영리병원 유치 등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제주자치도를 비롯한 정부의 입장과, 건강보험 시스템 위협과 의료서비스 양극화 심화 등의 부정적 측면을 제기하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이제 남은 것은 정부의 최종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이 문제를 풀어야 할 당사자격인 정부는 뒷짐을 쥐고 있다.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결정을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논란은 정부는 빠진 채 제주도당국과 시민사회간 논쟁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싸움을 촉발시킨 장본인은 구경만 하고 '집안싸움'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은 말 그대로 영리를 추구하는 병원, 즉‘주식회사형 병원’을 의미한다. 현행 우리나라 의료법인은 모두 비영리 법인인데, 개인 의료인에게만 허가되는 의료기관 설립 및 운영을 영리법인에도 허용한다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상 현재 외국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영리병원이 허용돼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 밝힌 내용을 보면 특정지역, 즉 제주의 헬스케어타운 부지에 한해 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식회사형 병원인 이 영리병원은 금융기관이나 일반 투자자가 지분 참여를 통해 병원을 설립하고 수익을 가져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현행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대규모 투자가 용이한데다 우수한 병원 설비와 의료진을 갖춘 병원 설립 및 마케팅도 가능한 의료환경 변화를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영리법인 병원의 논란의 핵심

논쟁1. 국민건강보험 체계, 현행 유지 가능한가
논쟁2. 의료비 상승, 현실화될까, 기우일까
논쟁3. 제주는 '실험용', 전국화 계기로 활용
논쟁4. 영리병원 허용돼야 제주의료산업 발전할까

그러나 국내 영리병원은 몇가지 점에서 논란의 소지를 갖고 있다. 첫번째는, 국민건강보험 체계에 대한 우려, 두번째는, 영리를 추구하는 병원이 설립된다는 점에서 의료비 급등 우려, 그리고 세번째는 전국화를 위한 '실험용'이란 논란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와 제주자치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영리병원이 허용돼야 제주의료산업의 발전이 가능한가 하는 점도 논란거리다.

먼저 국민건강보험 체계에 대한 문제에 있어 외국 영리병원과 달리 국내 영리병원 허용 문제는 사실상 건강보험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민감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는 현행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따라 의료기관 별로 적용 혜택을 받는 급여대상 보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국내 영리병원이 허용될 경우 건강보험 확대보다는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에서 비롯된 것이다.

두번째, 의료비 상승문제는 영리병원 속성상 앞으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지속된다는 제도적 장치 없이 고령화 등으로 새로 나타나는 질병에 대한 추가적인 건강보험 적용 혜택은 기대할 수 없어 결과적으로 의료비 상승과 이로인한 의료서비스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세번째는 제주도와 경제특구가 유사한 법률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리병원은 정부가 현재 특정지역에 한해서 시행한다고는 하지만, 전국화를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영리법인 병원이 과연 제주의료산업에 발전적 변수가 될 수 있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도 시민단체에서는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영리병원이 허용돼야 제주의료산업이 발전이 가능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국내 영리병원을 둘러싼 긍정적·부정적 시각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처럼 일각에서는 이를 장·단점을 갖고있는‘동전의 양면성’에 비유하고 있다. 그만큼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것도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특히 의료업계와 의료 수혜자 등 어느 계층의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국내 영리병원에 대한 시각차가 표출되면서 냉철한 상황 분석을 통한 합리적인 합의점 도출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대학 교수들 "국내 영리병원 허용 반대"

시민단체에서는 앞서 설명한 3가지 측면에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촛불문화제에서도
영리병원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제주대학교 교수 49명이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 영리병원 허용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이들 대학교수들은 첫째, 영리법인 병원이 자본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해 의료시설과 장비, 인력에 투자하고 의료기관을 운영함으로써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배당할 책무를 지님으로써 이윤창출에 최우선 과제로 둘 수밖에 없어 의료비 급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제주도와 경제특구가 유사한 법률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리병원은 정부가 현재 특정지역에 한해서 시행한다고는 하지만, 전국화를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영리병원이 허용된다면 제주자치도와 유사한 법률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에도 곧 허용돼 영리법인병원 허용의 전국화의 계기로 활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즉, 제주에 한해 시행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곧 제주를 '실험용'으로 삼을 뿐, 결국에 가서는 전국적인 시행을 목표로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번째는 민간의료보험을 바탕으로 부유층과 중산층을 대상으로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민간의료보험의 비중이 커지고 국민건강보험 체계는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현재 비영리병원과 국민건강보험제도가 그 기축이 되고 있다. 앞으로 영리병원이 설립된다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아닌 민간의료보험제도는 부유층과 상층의 의료제도로 적용되고, 서민과 중산층은 국민건강보험제도인 하층의료제도로 이원화될 개연성이 커, 결국 미국식 식코의 비극이 우리나라에서 현실화 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또 국내 영리병원이 허용돼야 제주의료산업 발전이 가능하다는 제주도당국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즉, 영리병원이 아니더라도 싱가포르와 같은 형태의 의료산업발전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 굳이 우리나라의 전반적 의료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영리병원을 마치 정답인 것처럼 내놓느냐는 주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제주대학교 교수들과 시민단체에서는 영리병원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주도, "영리병원은 제주에 주어진 절호의 기회"

그러나 이러한 반대입장에 대해 제주자치도 역시 할 말은 많다는 입장이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이 부분에 있어 최근 인터넷언론사와 가진 인터뷰, 그리고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영리병원은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이미 실제로는 개인병원들이 영리병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모처럼 제주에 준 기회를, 제주가 소화시키지 못한다면 앞으로 제주의 운명이 걱정스럽다"며 "제주에 특별함이 없다고 하는데 이를 통해서라도 특별한 제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자치도는 7일 대학교수들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곧바로 반박입장을 밝혔는데, 한마디로 반대입장에 대한 설득력이 확대해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하나 살펴본다면 우선, 영리병원이 되면 의료비가 급등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제3단게 제도개선안에 포함된 제주도지사가 고시하는 일정지역에 대한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해도 현행과 같이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되고, 건강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하는 의료수가에 대한 심사 및 실사 등이 이뤄질 계획에 있어 의료비가 급등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교수들이 지적한 주식회사형 영리병원의 속성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인정하면서도, "영리병원 허용이라는 말은 실제로 영리법인의 병원설립을 허용한다는 뜻이 된다"며 "다시 말하면 영리병원을 새로 허용하자는 게 아니고 의사 개인에게만 허용됐던 영리병원을 주식회사 등 영리법인에게도 허용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두번째 교수들이 지적했던 '민간의료보험을 바탕으로 부유층과 중산층을 대상으로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민간의료보험의 비중이 커지고 국민건강보험 체계는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제주도당국은 "건강보험제도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전 국민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며 전 의료기관은 당연지정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국민건강보험은 민간보험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가입대상자는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공적 보험으로 민간보험의 활성화 여부가 국민건강보험 제도 유지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수들이 '내국인 설립하는 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돼야 제주 의료산업발전이 가능하다는 제주도당국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주도 당국은 "제주의 의료산업 육성은 제주의료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의료관광 활성화를 기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에도 보건복지가족부,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 표명처럼 건강보험제도는 현행대로 당연히 적용되도록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의료제도와 같이 한번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미국식 '식코'형 의료제도로 만드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를 것'이라는 교수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같은 저소득층이 의료혜택에서 도외되고 있는 것은 민간의료보험 가입비용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전국민 공적의료보험 제도가 없는게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미국과 우리나라의 실정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 입장은? '지엽적' 갈등의 골만 깊어져

이처럼 영리병원 문제는 이미 전국적 이슈로 논쟁이 뜨겁게 이뤄지고 있으나, 정작 정부는 아직까지 하겠다, 안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은채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허용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공청회 등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결정할 것이며, 만약 제주도내 내국인 영리의료법인 설립이 허용되더라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이 문제는 앞으로 이달 중 개최되는 공청회에서 의견수렴을 받은 후 다음달 중 정부의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허용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신중한 입장접근은 오히려 혼란만 부추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나친 신중론'이 아니라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먼저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가 이번 논란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은채 정부의 '대리인'과 같은 행세를 하는 제주자치도의 행보만 빨라지면서, '지엽적'인 갈등의 골만 더욱 깊어가고 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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