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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道는 '죽자살자' 애원...경제특구는 단박에 '쿨~'
특별道는 '죽자살자' 애원...경제특구는 단박에 '쿨~'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05.24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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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방안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제도개선이나 규제완화 과정을 보면 제주와 경제자유구역간에 뭔가 미묘한 차이가 있다. 제주의 경우 단 하나의 제도개선을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읍소하고, 관계부처에 사정 하다시피하며 하나를 겨우 건져낸다.

이렇게 해서 얻은 결과를 제주의 큰 성과로 안위하며, 중앙절충의 산물로 자부하기도 한다.땀을 흘리며, 숨돌릴 틈 없이 뛰어다니며 하나의 성과를 얻는다면,  그건 분명 제주만의 메리트로 보듬어져야 성과로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주만의 메리트는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사실 매번 그랬다. 1년 혹은 2년이란 길다면 긴 시간을 투자하고, 많은 행정인력을 투입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대책을 만들어 중앙부처에 건의하고 겨우 겨우 하나를 건져냈다고 생각할 때면, 그 고생의 가치를 쉽게 무너뜨리는 일들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이른바 균형과 형평의 원리를 내세운 또다른 특구에 대한 인센티브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 매번 그랬다. 국제자유도시계획에서 뭔가 하나를 얻어냈다고 환호성을 지르려 하면, 제주만의 인센티브가 아니라 경제자유특구 등에도 그 혜택은 고스란히 돌아갔다. 어떤 것은 제주보다 더한 인센티브가 주어지기도 했다.

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키면서, 우리만의 메리트라고 자부했던 그 하나 하나의 요소들 역시 가치는 반감되고 있다.

지난 23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방안’ 보고 역시 그랬다. 그 뉴스를 접하는 제주 공무원들은 많은 상실감을 가졌을 것이다. 제주만의 메리트인줄 알고 그동안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것들이 경제자유구역에서는 최소 제주 이상의 수준으로 업데이트가 됐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감면 인센티브가 기존 5년에서 7년(5년간 100%, 이후 2년간 50%)으로 확대시키겠다고 한다. 개발사업 승인 절차도 대폭 단축돼 3∼5개월 이내에 처리된다고 한다. 1년 임대료가 조성원가 1% 수준인 외투기업 전용 장기 산업단지 조성 공급, 2012년까지 5개 외국대학(원) 및 10개 해외첨단연구소 유치, 외국의료기관 유치 및 의료관광산업 육성 등의 규제 완화 방안이 추진된다.

뿐만이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2단계 제도개선을 통해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입학생 비율을 30%에서 50%로 조정해, 그것을 성과처럼 홍보해 왔는데, 경제자유특구에서는 이러한 입학비율의 제한을 아예 철폐하기로 했다고 한다.

경제자유구역에서는 또 외국인 투자자 및 근로자 등의 사증 발급 특례 적용 및 출입국절차도 대폭 간소화된다. 이번 정부의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방안 보고의 내용은 6개 경제자유구역에 그야말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준 셈이다.

정부 차원에서 보면 형평과 균형의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특별한 자치도'라고 자부해온 제주는 허탈한 심경을 감출 수 없다. 특별자치도의 특별한 메리트가 과연 무엇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제주에서 아마 이번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방안의 내용처럼 성과를 얻으려면 최소 몇년은 발품을 팔아 뛰어다녀야 가능했던 일이다. 제주가 처음 추진하려면 난색을 표하며, 늑장을 부리던 정부가 아니던가.

이제 곧 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개선의 결과물이 나온다. 관계부처의 최종 협의와 절충결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3단계 제도개선의 핵심과제였던 법인세 인하와 제주 전역 면세화 등의 특례 허용이 재검토되거나 장기적 검토과제로 분류된 상황에서 나머지 사항들은 과연 어느 수준에서 정리를 할지 지켜볼 일이다.

경제자유구역에서 팍팍 풀어주는 그 '쿨'함을, 제주특별자치도의 3단계 제도개선 과정에서도 보여주면 안되는가. 특별자치도의 '특별한 메리트'가 한번 제대로 꽃 피워보기도 전에 '무한경쟁'의 논리 속에서 상실되어가고 있다. 자치단체 명칭에 '특별'이란 단어가 무색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윤철수 대표기자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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