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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독이 든 사과'를
잽싸게 집어 든 건 아닌지~
혹시…'독이 든 사과'를
잽싸게 집어 든 건 아닌지~
  • 양호근 기자
  • 승인 2008.03.18 16: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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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영어공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②여론수렴, 공감대 없이 추진 '절레절레'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말에는 제주도교육감 선거로 정책 논의를 할 시간이 없었고, 올해 초에도 정책 정비를 하느라 바빴을 테지만 충분한 논의도 없이 영어공교육에 대한 강한 변화를 요구한 것은 교육청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는 이유다.

특히 전국적으로 영어공교육정책은 아직 검증이 덜 된 상태이기 때문에 타 시도 교육청에서도 검증이 마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50여개 초등학교에서 오는 8월까지 영어공교육의 효과 실험을 하는 중이다.

각 교육청은 이 시범운영이 마무리되고 결과에 따라 조심스럽게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 등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제주도교육청은 이 실험이 끝나기도 전에 영어공교육 강화를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대 영어교육과 권오량 교수는 "제주도교육청이 그렇게 빨리 시행하고 있는지는 몰랐다"며 "영어공교육에 대한 실험은 2년 가까이 해오고 있으며 8월까지 진행하게 되고, 아직까지 다른 곳에서는 어떤 반응도 나오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타시도 보다 한발짝 빨리 정책시도를 하겠다는 도전적 취지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100년 대계라는 교육에 있어서 지나치게 빠르게, 그것도 충분한 검증과 여론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초등 1학년 애들한테 영어수업은 무리"

특히 이번 제주도교육청의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에서 초등학교 1, 2학년부터 영어수업을 시행하는 것과 점차적으로 영어수업시간 시수를 늘리겠다는 '놀랄만한' 정책을 꺼내서 더욱 말이 많은 것이다.

어떤 논의와 토론, 여론수렴도 없이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처음으로 문자교육을 시작하는 초등학교 1학년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영어수업 시간을 재량활동 시간 즉, 예절교양 교육이나 창의력 향상 교육을 해야 할 시간을 이용해 영어수업을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교양교육이 중요한 시기에 너무 영어만 강조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제주대 철학과 김현돈 교수는 "국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우리말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이라며 "이들에게 영어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언어 혼란과 외국어에 대한 염증을 일으키키는 등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2년간 진행한 초등 영어연구.시범학교 운영 결과에 대해 만족해 하면서 당장 추진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연구.시범학교 평가결과 대부분 학교에서 '부모가 적극 찬성하고 있음'과 '흥미유발 및 적극적 참여로 의사소통능력 신장에 도움'과 같은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안 하던 것을 하게 되면 신기해 하고, 호기심을 가져 일정부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 수 있다"며 "그러나 사회적 파급력으로 볼 때 아이들이나 학부모에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 평가에서도 모 초등학교의 경우 아이들의 학습량에 대한 부담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즉,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에 따라 아이들이 부담을 갖고, 학부모들 또한 사교육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학원에 보내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이병진 전교조 지회장은 "제주도교육청이 사교육비를 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영어공교육을 한다는 데 참으로 순진하게 접근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 제주도내 교사 70%가 영어로 수업 가능하다고?

아이들과 학부모 뿐만 아니라 일선 학교의 교사들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제주도교육청에서 지난 5일 제주도교육청 대강당에서 진행된 2008학년도 교육활동 중점시책 설명회에서도 일선 학교 교사들이 부담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특히 초등학교 1, 2학년을 맡고 있는 담임교사의 경우 대부분이 나이가 많은 선생님들인데 갑자기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 교사들 뿐만 아니라 학교의 대부분의 교사들이 영어로 수업을 하는 것은 힘들지 않겠냐는 반응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의 경우, 제주도내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60%~70%가 영어로 수업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발표하고, 지금 당장 시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엄격히 따지자면 제주도교육청에서 일일이 평가한 것이 아닌 자기 보고 형식의 조사였다.

즉, 자기 스스로 영어로 수업이 가능하다가 하면 '예', 못하다고 하면 '아니오' 식의 단순 질문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이병진 전교조 지회장은 "영어로 수업하는 것에 대해 '할 수 있다'는 응답률이 67% 이상이 나왔는데, 속된말로 '쪽팔려서' 누가 못 한다고 말할 수 있겠냐"며 "교육청에서 직접 보겠다는 말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교육청에서는 단순히 영어로 하는 수업 가능, 불가능 정도만 묻는 식이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고 밝혔다.

서울대 영어교육과 권오량 교수도 "전국적으로 봤을 때 일반적인 통계로 교사 중 반 정도가 할 수 있다고 응답했는데, 그것도 누가 지켜 본 것이 아니라 자기 보고의 결과"라며 "그것을 그대로 해석하는 데는 문제가 있어서,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 양성언 교육감, 왜 '독불장군'을 자처하나

이처럼 여러 각도에서의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교육청 양성언 교육감은 '독불장군'처럼 밀어 붙이고 있다. 마치 이명박 대통령의 '불도저'를 연상케 할만큼 주변의 목소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이번 정책만은 이루겠다는 심상이다.

전문가들은 영어공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도 없이 무조건 밀어붙이기 식의 맹목적 영어교육이 초래할 위험성은 매우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교육청은 오는 4월 실시하는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수업 실시에 대해서는 강하게 밀어붙일 생각이다. 양성언 교육감은 "놀이교육을 할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면서 안심시키고 있지만, "담임교사들이 직접 영어로 가르치라"며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제주도교육청은 또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수업에 대해 올해 주당 1시간이었던 것을, 2009년도에는 주당 2시간으로 늘리고, 2010년에는 주당 3시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까지 정해 놓은 상태다.

특히 이 모든 시간은 재량활동 시간과 특별활동 시간을 이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매해가 갈수록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의 시수가 줄어든다는 얘기도 된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교육감의 권한을 넘어선 정책 추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재량시간을 영어수업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과 시수를 점차적으로 늘리겠다는 정책은 교육감 자체적인 권한으로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이병진 전교조 지회장은 "연구.시범학교의 결과를 일반화하고 모든 정책이 교육감이 뜻하면 되는 줄 알고 밀어붙인 것은 실수"라며 "시수를 늘리는 것도 교육감의 권한으로는 불가능하고, 제주도교육청도 그것을 나중에 알았는지 '하다 보니 안될 것 같다'고 한발 빼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회장은 또 "재량활동에 대해서도 교육부에서는 범교과 학습과 창의적 재량활동을 하도록 하고, 교과와 관련된 학습은 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은 재량활동시간에 영어수업을 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밀어붙이기를 하는 것은 개정된 교육과정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도교육청이 국가 정책을 빨르게 이행하려다 보니 교육감의 지나친 권력 남용을 초래한 결과다. 영어공교육 추진이 조금 늦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통해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토론을 하고, 공론의 장에서 전체적인 과정을 거쳐서 결정하는 것이 훨씬 보기에도 좋고, 결과도 좋게 나왔을 것이라는 말이다.

# 교육은 100년 대계, "공론의 장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이라는 이유로 영어공교육 강화정책을 한다는 것은 올바른 대답이 될 수 없고,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국제자유도시가 되도 모든 제주도민이 영어를 다 잘 할 필요가 없다.

즉, 아무리 국제자유도시라도 필요한 사람들이 필요한 부분만 구사하면 된다는 것이다. 영어 뿐만 아니라 모든 언어가 생활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 이것을 목적으로 해서 공교육 강화를 내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실 제주도에 많은 관광객들에 온다고 해도, 모두 능통하게 영어를 구사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외국 관광객들 상대로 장사를 하겠다는 사람은 자기 분야에 관련된 영어를 구사할 줄 알면 되는 것이다.

또 전문적인 분야에서 논의해야 할 사람은 전문적인 분야에서의 영어를 공부해,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 필요한 정도 하면 된다. 또 각 기업에서도 소수의 정형화된 인력을 뽑든지, 영어와 관련해서는 새로 재교육으로 양성을 하면 되는데 모든 사람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영어를 숭상'하는 비뚤어진 이면이다.

제주대 철학과 김현돈 교수는 "영어를 왜 모든 국민이 다 해야 하고 다 잘해하는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밀어붙이기식 영어교육정책은 사회적 손실과 국력의 낭비를 갖고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영어가 절대적인 과제인 것처럼 온 국민에게 다그치고 강요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며 "영어를 모두 다 모든 국민이 다 잘해야 한다는 당위론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영어를 회화로 하든, 놀이교육으로 하든간에 그런 것은 방법론에 지나지 않는다. 제주도교육청이 '영어놀이교육'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영어공교육에 대한 맹목적인 숭상의식과 지나친 목적의식은 큰 부작용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모든 구성원들의 우려다. 다른 것도 아니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 있는 교육문제다. 제주도교육청과 양성언 교육감은 조금 더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영어공교육 정책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늦지는 않았다.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어느정도 가능한지에 대해서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 양성언 교육감은 권한 밖은 물론이거니와 권한 내의 결정이라 할지라도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소통'이 필요하다.

교육감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일선 학교에 지나치게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강요하는 것은 교육이라는 100년 대계를 부실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목소리에 대해 제주교육계는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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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2008-03-18 20:35:22
자식있는 사람으로 애들은 자고로 어릴때 흙만지면서 뛰어놀아야 되는거 아닙니까? 우리 어릴때 소타면서 놀던때. 그러면서 상상력도 키우고~아이들도 제대로 자라는데 무신 영어영어영어 영어 만 하니 어릴때부터 영어가 짱이라는 것을 가르칠꺼면 선생때려치라. 영어학원보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