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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포장은 참 잘 했는데...
'조선특구 유치', 어떻게 나왔을까
타이틀 포장은 참 잘 했는데...
'조선특구 유치', 어떻게 나왔을까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03.07 09: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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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FTA산업경쟁력 연구용역보고서의 문제

'짜집기 용역보고서', '종전 내용 재탕 삼탕한 보고서', '현실성 없는 탁상보고서'...

제주특별자치도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수행 중인 'FTA 대응 산업경쟁력 강화방안 연구' 용역 중간보고서에 대한 평들이다.

지난 5일 열린 용역 중간보고서 제출에 따른 공청회는 '신경제혁명'을 외치면서도 여전히 안일함을 보여준 제주도당국, 그리고 공신력있는 연구기관이라고 자부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실망감만 더하게 한 자리였다.

도정 관계 공무원과 취재기자, 주최측 관련 인사 소수만 참여하고, 정작 생존을 위협받는 도민들의 참석은 거의 없었던 공청회 행사의 '초라함'은 차치한다고 하더라도, 그 중간보고서 내용적인 측면에서 이번 용역 역시 소위 '돈벌이 교수'로 전락한 내로라 하는 인사들의 탁상놀음의 한계를 보는 듯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 보고서는 제주가 2030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추진해야 하는 산업구조조정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있으며 주요 업종별로 2030년까지 추진해야 단계별 추진전략과 세부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용역을 수행한 그들만의 '뿌듯한' 자부심일 뿐, 보고서를 받아안은 이들은 지금까지 무수히 쏟아진 용역보고서의 내용을 이것저것 '종합정리'한 수준으로 밖에 평가되지 않았다.

"이번에 제시된 용역 보고서는 뻔히 아는 것을 정리한 것 뿐이며, 현재 문제는 실천이 안 되는 부분인데, 어떻게 하면 실천할 수 있는지 제시돼야 한다."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나 구조조정 방안이 아니라 육성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동안의 용역보고서 짜깁기 하거나 열거한 것에 불과하다. 각 국가별 대응방안이 크게 미흡하다."

"정확하지 못한 수치를 매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으므로 피해액을 밝힐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제주 산업의 현재 가치 평가에 대해 전무하고 개방으로 있을 피해 영향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제주 산업 구조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발굴한 후 향후 어떤 사업이 필요한 사업인지 전략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개방화가 현실화 됐을 때 1차 산업이 20%내지 30% 줄어드는 데 그에 대한 처방전이 미흡하다."
 
이러한 무수한 지적 속에서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 용역보고서가 마치 최상의 안인 것처럼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시된 내용들을 놓고 볼 때 이번 중간보고서는 심각한 문제를 노정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과제설정은 '나열식', 전략설정은 '취사선택'하라?

그 첫번째가 기존 전략에 대한 정확한 평가분석이 없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전략설정에 또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예를들어 각종 경제지표에서 제주가 최하위로 떨어졌다면 왜 그렇게 됐는가에 대한 평가 또는 분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새로운 전략으로 설정된 내용들이 지나치게 피상적인 측면을 들 수 있다. 예를들어 제주 산업구조조정 전략에서 1차산업의 경우 감귤가공 비율을 현 15%에서 30-50% 수준으로 향상시키자는 안을 내놓고 있는데, 단순히 수치를 높여 제시하는 것은 누구나 말로는 할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국내외 가공산업의 추이와 현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감귤가공 비율을 측정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지 않고 단지 현재 몇%인데, 앞으로 몇%를 향상시키자는 것은 설득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지난 제주도의회 FTA특위 보고 때 의원들이 지적한 부분도 바로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나열식 제시가 아니라, 단 하나라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해달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그런데 용역 수행업체는 과제설정은 '나열식', 전략설정은 '취사선택'을 하도록 하는 방향의 제시를 하고 있다.

여기에 한가지를 덧붙인다면 제주 산업구조조정의 전략으로 제시한 내용들이 과연 구체적 검토를 통해 제시된 것인지, 아니면 탁상에서 착안해 기술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종전 도의회 보고 때 지적됐던 로보트태권브이사와 같은 특정업체와 제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용역사가 특정업체와의 제휴를 독촉한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재차 언급하지 않는다고 하자.

#조선특구 유치 전략, 제대로 된 자문 한번이라도 받았나?

그러나 2차산업 부문 전략에서 '조선특구 유치'와 같은 전략설정은 제대로 검토해 제시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용역보고서에서는 조선부품 및 기자재, 수리 등 조선특구를 유치하면 2만5000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또 해양조선산업 육성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물론 말은 좋다. 조선특구를 제주에 실제 유치된다면 부가가치 창출과 고용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문제는 실제 조선특구를 유치하기 위해 제주도가 역량을 기울여도 좋을 정도로 현실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과연 제주에 조선특구 유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인가? 또 이 조선특구 유치 전략을 제시하면서 관련 전문가의 자문이라도 한번 받아서 내놓은 것인가? 여러가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용역에 참여했던 모 교수는 최근 한 방송사 대담프로에 출연해 "이 조선특구 유치는 지난해 얻은 아이디어였으며 제주는 해양산업, 경제 환경적으로 봤을 때 해양산업이 1순위였다"며 "조선특구를 유치해 기자재산업, 건조, 선박 등의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면 10% 경제성장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조선특구 유치와 관련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제주도내에서 선박관련 부품제조업을 하는 한 경영자에게 자문을 받아봤다고 답했다.

어떻게 조선특구를 유치하자고 하면서, 한 부품제조업자의 조언 하나로 이 전략개요를 내놓을 수 있단 말인가. 최소한 현대중공업이라든지 대규모 조선업을 하는 기업을 통해서라도 자문을 얻는게 순리 아닌가.

물론 그들이 생각하는 조선특구의 규모가 얼마만한 것인지는 가늠할 수 없다. 다만 고용창출 2만5000명이란 전제를 놓고 볼 때 결코 소규모 조선산업을 육성하자는 말은 아니구라는 생각만 가질 뿐이다.

작은 '고깃배'를 제조하는 조선업인지, 대형선박을 제조하는 조선업인지,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 조선산업 육성을 운운하며 '조선특구'라는 타이틀까지 내놓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

사실 조선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인 것은 맞으나, 대단위 고기술을 요하는 산업이다. 용접 등 인적 인프라 확보 없이는 어렵다는게 관련 조선산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용역보고서에서 제시한대로, 충분한 검토없이 막연히 제주에 조선산업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해 이 계획을 내놓는다면, 이 조선산업은 제주뿐만 아니라 울릉도에서도 가능한 산업일 것이다.

FTA 대응 산업경쟁력 강화방안 연구는 용역수행업체에게 있어서는 일개 수주사업에 불과할지 모르나, 제주도민들에게 있어서는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난관을 극복하며 잘 살아볼 것인가 하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에 막대한 예산을 들이며 용역을 의뢰하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중간보고서의 내용은 참으로 실망이다.

최종보고서가 제출될 때에는 이번 중간보고서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얼마나 수정되고 보완될지가 궁금하다. 제주도민을 두번 실망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제주도민들의 '눈높이'를, 용역보고서의 질(質)을 너희들이 판단할 수 있으랴 하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윤철수 대표기자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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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객..... 2008-03-07 11:16:40
윤기자님. 차분하고 밀도 있는 문제제기 정책 당국에 좋은 참고가 되지 앟늘 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