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간 녹지 및 환경파괴, 지하수 오염, 숙박 과잉공급 등 논란
공개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도 논란 소지 상당 ... 잡음 예상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 중산간 난개발 논란에 불을 지핀 한화 그룹의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이 공개됐다. 제주도는 이 초안을 가지고 주민설명회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사업과 관련해서 상당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라, 주민설명회에도 많은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20일 한화 그룹이 추진하는 '애월포레스트 관광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도청 홈페이지에 공고하고, 이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월포레스트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한화그룹 산하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부동산개발회사인 '애월포레스트PFV'와 함께 애월읍 상가리 17-5번지 일대 125만㎡ 부지에서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사업비 1조7000억 원을 투자해 2036년 12월말까지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으로, 주요 사업 내용은 △테마파크와 워케이션라운지, 에너지스테이션 등 휴양 문화시설 △골프아카데미, 승마체험장 등 운동시설 △휴양콘도 890실 및 호텔 200실 등 숙박시설 등이다.
이 사업은 지난 4월 말 제주도청에서 이 사업에 대한 도시관리계획 사전입지검토 자문회의가 열리면서 추진 사실이 본격적으로 알려졌고, 동시에 난개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해발 300m 이상 중산간 지역에 125만㎡에 달하는 보기 드문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예고된데다, 개발부지의 대부분이 녹지이며 자연적으로 조성된 대규모 숲 등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시작부터 녹지와 환경파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미 해당 사업부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애월 국제문화복합단지와 프로젝트 에코라는 이름으로 50만㎡ 이상의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추진 중인데다, 남쪽으로 7km 정도 떨어진 지역에 역시 테마파크와 대규모 숙박시설을 갖춘 '제주신화월드'가 자리잡고 있어 중산간 난개발 논란이 더욱 심화됐다.
이외에 사업부지는 지하수의 보전을 위해 지하수 개발과 이용허가를 제한하는 '지하수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개발사업을 위해 지하수를 사용할 수 없고, 결국 상수도관을 끌어와야 하는데, 일각에선 해당 사업부지에서의 대규모 용수 사용으로 인해 애월읍 관내에 상수도 수압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이미 3만3000실 가량 과잉 공급돼 있는 제주도내 숙박업에 1000실이 넘는 객실을 더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숙박업 과잉공급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농어촌민박협회 등에선 이 애월포레스트 개발로 인해 업계에 경제적 피해가 나타나게 될 것이고, 이외에 환경파괴와 지역 공동체 파괴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사업 부지는 보전관리지역이 19%이기 때문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구단위 계획 지정이 불가능한 곳이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제주특별법 특례를 활용해 개발진흥지구 지정 방식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방법 자체가 본래는 개발이 불가능한 보전지역에 개발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편법'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나온 바 있다. 이번 개발사업 역시 이 보전지역의 보전을 외면하는 '편법'을 활용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샘이다.
이외에 이번에 공개된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서도 비판점이 나올 수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선 이번 사업이 환경에 미치게 되는 영향 중, 포유류 및 조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사로 인한 지형 변동 등으로 회피하거나 이주할 것이므로 사업으로 인한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술했다.
하지만 공사 등으로 인해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강제적으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부터 포유류나 조류 등에게 이미 상당한 악영향이 미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알아서 이동할 것이기 때문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것부터가 논리에 맞지 않는 기술이 될 수 있다.
특히 영역동물일 경우 자신의 개발공사로 인해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나 다른 동물의 영역으로 강제적으로 이동하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동물의 생존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외에 사업지구에선 일부 애기뿔쇠똥구리와 새호리기 등 법정보호종이 확인되기도 했다. 공사로 인해 법정보호종에 대한 악영향 우려 역시 비판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선 공사 과정에서 일부 폐유 등이 발생하면서 토양오염 및 지하수 오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사업자 측은 이와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폐유저장시설 등을 설치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하수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된 곳인데다, 제주서부가 이미 지하수 오염이 심화되고 있는 지역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지하수 오염 우려가 나오는 것부터 비판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관광단지의 구성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사업자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통해 "현재 제주에 조성돼 있는 기존 컨텐츠는 타겟과 성격이 편중돼 있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며, 포스트코로나 이후 힐링 및 치유, 웰니스 관광에 대한 니즈가 강화될 것으로 보여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사업의 방향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이미 제주의 다른 지역에서 조성돼 있는 일본의 한 에니매이션 스튜디오의 작품들을 활용한 테마파크 및 전시장, 스크린골프장 등을 포함한 골프 시설, 승마시설, 요가 및 필라테스 시설, 정원 등 흔하게 볼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사업자가 언급한 '새로운 시도'와는 거리가 먼 개발사업인 샘이다.
이미 상당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사업인데다, 이번에 공개된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서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여지들이 보이면서, 향후 이어지는 주민설명회와 그 외 절차 진행에서 상당한 잡음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설명회는 오는 29일 오전 10시 어음1리사무소와 다음달 5일 오전 11시 어음2리사무소, 다음달 6일 오후 6시 상가리사무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제주도 경기가 살아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