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기념사업위 "합리적 의견 제시의 장을 방해한 것" 비판
"다른 사람들의 의견 개진 기회 빼앗는 것은 또 다른 폭력"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평화인권헌장안 공청회가 헌장안 반대 측이 물리력을 동원해 공청회장에 난입하면서 파행을 맞은 가운데, 이에 대한 비판 함께 제주평화인권헌장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 9일 오후 2시 제주혼디누림터 대강당에서 제주평화인권헌장안 제정을 위한 제주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헌장안은 모두 10개의 장과 40개의 조문으로 구성돼 있다. 주요 내용은 도내에서 살아가는 모든 도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모든 종류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에 대한 도민의 권리와 제주도의 의무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제주도에 모든 도민의 인권을 보장할 것과, 동시에 도민은 합리적 이유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및 민족, 인종, 피부색,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종교, 사상, 정치적 의견, 전광,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점이 명시됐다.
헌장안은 이외에 4.3의 정신을 개승하고 더 널리 확산시켜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4.3에 대한 올바른 내용을 확산시킬 것과 4.3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도민들의 회복 및 화해와 상생 정책이 마련되야 한다는 점이 제시됐다. 특히 4.3에 대한 왜곡에 도민과 제주도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헌장안에서는 이외에 도민들의 자유로운 민주주의 참여와 의사표현, 자유로운 정보접근,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 등이 있다는 점이 명시되기도 했다.
다만, 이와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일부에선 헌장안에 대한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제주평화인권헌장제정반대 제주도민연합은 지난 6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수자의 인권과 삶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다수의 인권이 역차벌을 받는 일이 나타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외에 이 헌장안과 관련된 기사에선 이번 헌장안에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동성애를 강제하는 헌장안"이라며 반대한다는 댓글도 이어졌다.
평화인권헌장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도 반발은 이어졌다. 9일 열린 공청회에선 공청회 시작 전부터 제정 반대측 인원 30여명이 '도민 무시하는 가짜평화인권제정안 폐기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제주도는 이날 공청회장의 질서 유지 등의 목적으로 현수막과 피켓 등의 반입을 금지했지만, 반대 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현수막과 피켓 등을 들고 공청회장으로 들어갔고, 일부 인원은 단상에 난입해 점거, 공청회 진행을 방해했다. 이들에 대해선 "단상에서 내려와 공청회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라"는 일부 공청회 참가자들의 요구가 있었지만 단상점거는 40여분 동안 이어지면서 공청회는 사실상 파행됐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제주4.3기념사업위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4.3기념사업위는 10일 성명을 통해 "제주평화인권헌장에 대한 공청회는 단상 점거 등 일부 세력의 물리력을 동원한 방해로 제주도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조차 빼앗겼다"며 "합리적으로 평화인권헌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려고 공청회장을 찾은 제주도민들의 입을 봉쇄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공청회장을 소란스럽게 만든 일부 세력 중에는 타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제주4‧3을 ‘공산폭동’으로 주장해온 이들이 현장을 주도하는 모습도 보였다"며 헌장안에 반대하는 이들 중에 4.3에 대해 사실을 왜곡하며 극우적 주장을 하는 이들도 포함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헌장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제주평화인권헌장은 법적 규범은 없지만 현시대 제주 섬에 살고있는 우리의 다짐과 다음 세대를 향해 공유해야 할 미래의 가치가 담겨 있다고 본다"며 4.3과 관련된 다양한 권리를 명시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아울러 반대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헌장안도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다. 기념사업위는 "헌장의 구성과 내용을 도민 스스로 만들기 위해 도민참여단을 구성, 헌장에 담겨야할 가치를 비롯해 분야별 세부 내용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숙의민주주의의 과정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그러면서 "일부 세력들이 완장 차고 완력으로 공청회의 기본 절차조차 무시하면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의견을 개진할 권리를 빼앗아 가는 것은 또 다른 폭력"라며 앞으로의 제정 절차가 합리적이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