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장지민 청소년기자
세계평화의 섬 제주는 아름다운 관광지가 많이 있습니다. 2023년에도 1300만명 이상의 내·외국민들이 제주를 찾았습니다. (2023 제주관광협회 관광객 입도 현황).
제가 사는 대정에도 산방산과 송악산, 남방큰돌고래 등 많은 볼거리와 아름다운 자연 등의 즐길거리가 있어 늘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대정읍에는 특별한 관광지가 하나 더 있는데, 소개해드릴게요. 어딘지 궁금하시다구요? 지금부터 저를 따라오시면 알 수 있어요.
바로 ‘다크투어리즘’입니다. 다크투어리즘은 전쟁, 학살 등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기 위하여 떠나는 여행을 말합니다. 안내판을 보면 송악산에서 출발해서 알뜨르비행장까지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다크투어리즘의 한 곳인 동굴진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대정읍에는 송악산 동굴진지(해안과 둘레길), 셋알오름 동굴진지가 있습니다.
동굴진지는 2차 세계대전 중에 일본군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동원해서 만든 군사시설로 송악산에는 60개의 동굴진지가 있다고 합니다.
마라도로 가는 선착장에서 바라보면 송악산 해안 절벽에만 15개의 인공동굴이 뚫려있습니다.
송악산 해안 동굴진지는 ‘카이텐’이라는 어뢰를 사용하기 위해 만든 특공기지라는 점에서 다른 지역 동굴 진지와 달리 특별한 동굴진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동굴진지는 군수 물자를 실은 트럭이 드나들 수 있도록 내부가 크고 길고, 넓게 건설된 인공동굴로 거미줄처럼 안에서 서로 이어지게 만들어 군인들이 굳이 밖에 나가서 다시 들어가는 번거로움을 최소화했다고 합니다.
해안가 동굴진지는 ‘출입 금지’여서 선착장에서 보았습니다. 처음 이것을 본다면 누구나 바닷가에 있는 자연 동굴이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관광객과 외부인들이 동굴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개방했지만, 최근 들어 동굴의 일부분이 무너지면서 출입을 금지하고 동굴도 폐쇄를 했답니다. 출입금지 안내판이 붙어 있고 동굴을 직접 볼 수는 없었습니다.
송악산 둘레길을 돌면서도 여러 크기의 동굴진지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동굴이라기에는 너무 작아서 ‘공사하다가 멈춘 구멍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둘레길을 걸으며 보이는 바다와 송악산이 너무 예뻐서 깊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조사를 갔을 때에도 지나가던 관광객 대부분은 동굴진지를 지나치며, 그곳에 대해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또한, 둘레길에는 언덕 아래로 계단도 없이 미끄러운 낙엽 언덕을 내려가야 볼 수 있는 동굴진지도 있었습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보고 싶어도 가기 어려운 곳에 있었습니다.
송악산 근처에는 제주에서 제일 긴 동굴진지로 알려진 ‘셋알오름 동굴진지’가 있습니다. ‘셋’이란 말은 제주도 말로 ‘가운데’라는 뜻입니다. 섯알오름과 동알오름 사이에 있어 ‘셋알오름’이라고 합니다. 진지동굴 전체 길이가 1,021.23m라고 합니다. 입구도 여러 곳으로 남쪽 3곳, 북쪽 1곳, 동쪽 1곳, 서남쪽 1곳이 있다고 합니다.
제가 갔을 때는 다른 동굴진지들과 같이 안전상의 이유로 닫혀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무너진 동굴진지도 있고, 사람들이 임의로 사용하면서 훼손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셋알오름의 모든 입구가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던건 아니지만,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2곳은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곳 역시 작년부터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었다고 합니다. 희소성 있는 동굴진지를 제대로 보존하지 않아, 이제는 들어갈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실망스러웠습니다.
동굴진지들이 잘 보존됐다면 아마 안까지 들어가서 더 많은 것을 경험해볼 수 있었을 텐데, ‘왜 사람들은 동굴진지를 제대로 보존하지 못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이해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요.
제가 2019년도에 제주도에 내려오게 되었는데, 그때는 다크투어리즘에 관심이 없어서 가 보지를 못했습니다. 작년부터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었다고 하는데, 제가 조금만 관심을 가졌으면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을 텐데 그 기회를 놓친 것 같아 너무 아쉬웠습니다.
만약에 이 동굴이 다시 보수되고 열린다면 동굴의 본연의 모습을 살려서 무너지지만 않게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송악산 해안동굴진지는 많은 계단을 내려갔다가 올라와야 하는데, 제가 갔던 날도 관광객 중 나이든 어르신들은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다며 안 본다는 분들이 꽤 계셨습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체험할 수 있도록 동굴진지까지의 길이 편리해지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찾아갈 수 있는 곳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