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외국어 등 남발, 혼란 가중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의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고유명사를 다른 말로 바꿔 사용하는데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를 사용하면서 혼란을 부추기는 형국이 만들어지고 있다.
제주도의회 의원 연구단체인 '제주 도시·교통 문제 연구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28일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일천백거리(1100로)의 에스플러네이드 조성연구 중간보고회 및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서 다뤄지게 될 '일천백거리(1100로)의 에스플러네이드 조성연구'는 제주시 노형오거리의 원활한 교통통행을 위한 '교통개선 입체화 건설사업'과 연계해 1100도로 노형오거리에서부터 한라수목원 입구까지의 구간에 보행자 중심 거리를 조성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문제는 이 연구용역과 토론회에서 사용되는 용어에 있다. 용역에 언급되고 있는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는 우리나라말로는 '산책로'로 번역이 되는 영어 단어다. 국내에서는 토목분야 등에서 사용이 되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산책로'라는 의미보다는 싱가폴에 있는 유명한 공연시설의 이름이나 호주에 있는 지명 등으로 더욱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결국 공공기관 등에서 우리나라말로 '산책로'라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말을 두고 굳이 사람들이 '산책로'라고 인식하기 어려운, 더군다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사용되는 외국어를 남발하고 있는 셈이다.
'일천백거리'라는 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제주도민은 물론 국민과 행정기관 등에서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천백도로(1100도로)'라는 말을 두고 '일천백거리'라는 단어를 쓰면서 혼란을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도민들은 보도자료에 나온 '일천백거리'라는 단어를 보고 "이게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제주에서 살면서 천백도로를 일천백거리라고 부르는 것은 처음 들어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보도자료에서 보다 이해가 쉬운 우리나라말로 대체가능한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어 등을 남발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법정계획인 제4차 제주특별자치도 대중교통계획' 등을 수립하면서 '요구'나 '수요' 등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니즈(needs)'라는 단어를 남발하면서 지적을 받은 바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2020년 발표된 논문인 '행정기관 보도 자료의 어휘 및 외국 문자 사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한 행정기관이 작성한 보도자료 1161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우리나라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한자어나 외래어, 혹은 사전에 올라와있지도 않은 조어 등이 다수 사용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특히 외국 문자가 직접 노출된 빈도도 모두 4560차례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사례들이 지속되면서 결국 '한글 파괴'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행정기관 등에서도 이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