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문제 수십년째 ... 방파제, 양식장 등 원인 지목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 신양섭지해수욕장의 백사장 대부분의 면적을 덮으면서 사실상 해수욕장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악취까지 풍기면서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파래의 발생 원인이 인근 양식장과 방파제 건설 등 인간활동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는 21일 오후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신양해변 파래 대량 발생 관련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 간담회'를 갖고, 성산읍 신양섭지해수욕장의 파래 발생 원인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도내 해안가를 중심으로 매년 구멍갈파래 등의 파래 발생은 수거량만 평균 4200톤에 달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이다. 이 중 특히 신양섭지해수욕장의 상황이 심각하다.
신양섭지해수욕장은 제주도내 공식 해수욕장 중 한 곳이지만, 매년 여름철 백사장 대부분의 면적이 구멍갈파래로 뒤덮이는 것은 물론, 바다까지 구멍갈파래로 가득차면서 사실상 해수욕장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더군다나 이처럼 밀려든 구멍갈파래가 섞으면서 악취를 만들어내고, 파리 등의 벌레가 늘어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면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쌓인 구멍갈파래를 수거하는 방법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신양섭지해수욕장에서는 수거 속도보다 파래가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를 정도여서 근본적인 해결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이같은 파래의 대규모 발생 원인이 결국 인간활동의 부산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환경 보전을 위한 근본적인 물음을 다시 곱씹게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소의 손영백 센터장은 먼저 신양섭지해수욕장이 자리잡은 방두만 입구에 만들어진 방파제를 파래 발생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 방두만에서 파래가 대량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로 알려져 있다. 이는 방두만 입구에 방파제가 만들어진 시기와 일치한다. 방두만 입구에서는 1984년에 비교적 작은 규모의 안쪽 방파제가 만들어져 어민들이 사용해 왔고, 1994년부터 1999년에 걸쳐 큰 규모의 바깥 방파제가 만들어졌다. 이 바깥 방파제의 조성시기와 파래 발생시기가 겹친다.
손 센터장은 방파제가 만들어지면서 만의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물의 양은 늘어나고, 만의 안쪽에서 바깥 쪽으로 빠져나가는 물의 양은 줄어들었다고 판단했다. 결국 방파제 건설로 인해 만 안쪽에서 물의 흐름이 줄어들면서 정체되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 점이 파래의 대량 발생을 촉진시켰다는 것이다.
파래 대량 발생의 또 다른 원인도 언급됐다. 인근에 있는 양식업이다.
방두만 인근에서는 1990년대 들어 다수의 양식장이 조성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식장에서는 인근 바다로 배출수를 배출하게 되는데, 이 배출수는 규산염과 인산염, 질산염, 아질산염 등으로 구성된 '영양염'의 농도가 높다.
그런데 이 영양염의 농도가 짙어지게 되면 바다에서 부영양화가 발생하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이나 해조류 등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결국 방두만에서도 방파제 건설로 인해 물의 흐름이 약해진 상태에서 양식장의 배출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영양염의 농도가 높아졌고, 이로 인해 파래 등이 대량 증식하면서 결국 해수욕장 전체를 덮어버리는 지경까지 온 것으로 풀이된다.
인간의 활동이 자연 경관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버리고, 상황을 악화시킨 셈이다.
손 센터장은 이와 같은 원인을 들면서, 신양섭지해수욕장과 방두만의 파래 문제 해소를 위해 양식장의 배출수를 더 먼 바다로 배출할 것과, 방파제의 구조를 해수의 순환을 고려해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