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9-07 22:30 (토)
"못살겠다" 축산악취, 손 놓아버린 제주시? 고통은 주민 몫
"못살겠다" 축산악취, 손 놓아버린 제주시? 고통은 주민 몫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4.08.08 1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애월읍 광령리 주민들, 축산악취에 지속적으로 고통 호소
"50일 중 40일은 악취에 시달려 ... 제주시청, 거짓말만"
사진은 제주도내 한 양돈장의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자료사진.
사진은 제주도내 한 양돈장의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자료사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8일 오전 7시 제주시 애월읍 광령2리, 불어오는 바람에 희미하게 축산악취가 풍겨왔다. 지난 밤에 동네에 악취가 가득 찼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희미해진 듯 했다. 길 위에서 만난 인근 주민 역시 "어제(7일) 오후 8시를 전후해 축산악취가 풍경오기 시작했다. 냄새가 심해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고 증언했다. 

이 주민은 "냄새가 심할 때는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라며 "보통 직장인들 퇴근 시간대부터 악취가 풍기기 시작해서, 다음날 아침까지 악취가 이어지는 날들이 많다. 제주시에 민원을 넣으면 냄새가 나는 것이 며칠은 사라지긴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광령리를 뒤덮은 악취는 주변의 축산농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광령축산단지를 비롯해 광령리를 중심으로 다수의 축산단지가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광령리의 한 신축 빌라에 거주하는 또 다른 주민 A씨 역시 고통을 호소했다. 이 신축빌라는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양계장 등의 축산농가가 자리잡고 있다. 

<미디어제주>와 만난 A씨는 지난 밤 악취가 심각할 정도라 제주시청에 민원을 넣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오후 8시를 전후해 악취가 풍기기 시작한 후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창문을 열면 집안 전체에 남새가 밸까봐 환기는 꿈도 꿀 수 없다. A씨는 "집에 햇빛이 잘 들어서 환기를 시키면 좋을 듯하지만, 냄새가 너무 심해서 환기를 시키지 못한다"며 "악취가 그냥 지나가는 느낌이 아니라, 한곳에 머물면서 농축되는 느낌이다. 이사를 온지 3개월 째인데, 매일매일 냄새 걱정을 하면서 살아야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에서도 악취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광령리에 거주하는 민원인 B씨는 지난달 게시글을 통해 "애월읍에 50일째 거주하고 있는데 이 중 40일 이상을 악취에 쉬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B씨는 "오후 8시부터 오전 8시까지 극심해지는 악취에 힘들다"며 "기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악취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더군다나 축산업자들은 악의적으로 과태료만 내면 된다는 식이다. 최근에도 과태료 처분을 받았음에도 악취를 배출하고 있는 실정이고, 주민들만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B씨는 아울러 "제주시청 담당자들이 퇴근하면 악취가 풍기고, 출근할 때가 되면 악취가 줄어들어 악취배출 증거도 사라진다"며 "개선은 커녕 매일 극심한 악취에 시달린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민원인 C씨 역시 게시글을 통해 "악취 문제가 예전부터 지속되는 것 같고, 민원과 불편이 지속되는데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오후부터 아침까지는 머리가 아파서 살 수가 없다. 밤에 가족들과 외출하고 산책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몇분만 나가 있어도 구역질이 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제주시 등 행정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이미 극에 달한 상황이다. 

제주시는 악취저감을 위해 지난해 5월 광령양돈단지에 무인 악취측정기를 설치, 24시간 악취 분석과 모니터링에 나섰고, 악취 발생시 주민 신고 이전에 공무원들이 바로 현장에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광령리 주민 A씨는 이에 대해 "주민 신고 이전에 공무원들이 현장에 출동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제기되야 제주시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타난다"고 전했다. 

또다른 주민들 역시 "측정기 설치로부터 1년이 지났는데도 악취는 그대로다"라며 "무인 악취측정기 설치에 따른 모니터링과 현장 출동 등은 행정당국의 거짓말일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5월 당시 강병삼 제주시장이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일대에 설치된 무인 악취측정기를 현장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시.
지난해 5월 당시 강병삼 제주시장이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일대에 설치된 무인 악취측정기를 현장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시.

행정당국의 문제 해결 의지에도도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A씨는 이와 관련해 "악취 문제와 관련해서 제주시에 민원을 제기한 분들이 많을 텐데, 이 건수를 따로 체크를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제주시가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C씨 역시 관리당국이 악취 문제 해소에 정말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며 "도지사던 시장이던 일주일만 와서 살아보라고 하고 싶다. 악취가 이렇게 심한데, 행정당국에서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주시 관계자 역시 지속되는 문제의 해소를 위한 방안 마련을 묻는 <미디어제주>의 질의에 아직까진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을 전하며 악취배출과 관련해 단속 등을 강화하고 영업정지도 해야겠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한편, 제주도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축산분야의 지난해 조수입이 1조3350억원에 달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발전을 위해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임을 전했다. 결국 제주도가 축산업계 조수입 증가를 위한 경쟁력 강화에 힘을 쓰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선 축산악취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만 지속되는 형국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