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명칭부터 제주가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되는 유체이탈식 모순적 태도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지난 6월부터 역점적으로 추진중인 ‘제주와의 약속’ 캠페인이 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제주도가 관광산업 관련 유관기관, 단체 관계자들과 함게 한 제주관광진흥 전략회의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외식업, 숙박업, 렌터카 등 관련 업계로 확산되면서 업종별 ‘제주와의 약속’이 릴레이처럼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 캠페인은 제주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웠지만, 정작 처음부터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 ’제주와의 약속’이라는 캠페인 네이밍을 들었을 때부터 필자는 왜 ‘제주와의’ 약속일까 하는 개운치 않은 생각이 날 때마다 수차례 그 의미를 곱씹어야 했다.
조사에 조사를 붙인 ‘-와의’는 도대체 무슨 의미로 붙인 것일까. 어법상 쓸 수 있는 표현이긴 하지만, ‘-와의’라는 조사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와의’ 뒤에 오는 명사가 뜻하는 ‘행위의 상대’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의 기능을 하는 표현이다.
즉 ‘제주와의 약속’이라고 하면 제주가 그 약속의 주체가 아니라 ‘제주와 약속을 하는’ 행위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제주와의 약속’이 제주 관광 홍보 캠페인이라는 걸 감안하면 약속의 주체는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제주와 약속해달라’는 의미의 캠페인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제주도가 지난 5월 21일자로 배포한 언론 보도자료를 보면 당일 회의가 ‘여행가는 달’인 6월을 맞아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과 함께 제주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특색있는 관광상품을 통해 내국인 관광객 수요를 창출하고, 제주관광 이미지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제주여행 프로젝트 ‘제주와의 약속’ 캠페인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제주가 국민에게 드리는 약속’의 의미로 제주의 환경을 보전‧보호하고 제주의 고유한 문화를 지켜나가면서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존중하고 배려해 공정한 가격과 좋은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는 것을 핵심으로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구체적인 방향을 설명하기도 했다.
또 내년부터 2단계로 도민과 함께 관광객까지 참여하는 전국민적인 캠페인 ‘제주와의 약속’으로 확산시키면서 새로운 관광 트렌드를 발굴하고 제주관광의 혁신적인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같은 제주도의 보도자료 내용을 볼 때 1년차인 올해 캠페인은 ‘제주의 약속’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고, 2년차인 내년부터 시작되는 캠페인이 ‘제주와의 약속’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제주도와 관광업계는 올해부터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제주관광의 혁신적인 전환의 모멘텀을 만들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캠페인의 명칭에서는 제주가 주체가 아닌 ‘유체 이탈’의 모순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셈이 됐다.
더 나아가 이른바 ‘비계 삼겹살’ 등 제주 관광에 부정적인 이슈가 잇따라 확산되고 있는 와중에 제주도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이 캠페인이 사실상 주객이 전도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애초 캠페인을 기획할 때부터 애매한 표현으로 취지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제주 관광의 대전환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제주가 스스로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