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철든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누구나 사진가다. 매번 변하는 자신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남의 변화도 내 폰에 담는 시대다. 예전과는 다른 시대에 산다. 예전엔 엄숙했다. 사진관에서 정형화된 사진을 찍는 일은, 날을 잡아야 했다. 이젠 그럴 이유가 없다. 누구나 사진가이듯, 순간순간을 포착한다. 그런 일상이 중요함을 일깨우는 시집이 나왔다. 양창식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사랑은 철들지 않는다>(도서출판 실천, 1만2000원)다.
양창식 시인은 명함판 사진은 ‘가식’이라고 말한다. 내밀한 순간이 담긴 스냅사진이 애틋하기에,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사진으로 간직하려면 스냅사진으로 찍어두라고 한다. 이번 시집은 이런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그의 시집엔 가족 사랑도 엿보인다. 아내에 대한 이야기, 손녀 이야기도 있다.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을 내비친 이야기도 있다. 모두 사랑이다.
사람은 시간과 함께 산다. 시간은 멈출 기색이 없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이 든 자신을 발견한다. 시인이 말하는 나이듦을 한번 찾아볼까.
오래된 사랑은 맞서지 않는다
바람 앞에 풀잎처럼
버티지 않고 눕는다
먼저 눕는 쪽이 더 낡은 것이다
살다 보면
사랑도 가구처럼 길들여진다
맞서지 않는 풀잎처럼
사랑은 낡아서도 제값 하니깐
- ‘사랑도 낡아진다’ 중에서
시인의 말처럼 맞서며 싸울 필요가 있던가? 오래될수록 좋은 사람이 누구인지 시에서 읽힌다. 어른들이 잘하던 말이 떠오른다. “지는 게 이기는 것.” 어쩌면 가정 평화를 위해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문명을 만드는 건 남자지만
문화를 만드는 건 여자
남자는 지는 게임만 한다
두고 보면 알 것이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인지
- ‘남자는 지는 게임만 한다’ 중에서
양창식 시인은 2009년 <정신과표현>으로 등단했다가, 2018년 유안진 시인의 추천으로 <시와편견>을 통해 재등단한다. 시집으로 <제주도는 바람이 간이다>, <노지 소주>, <생각의 주소> 등이 있다. 한국문인협회와 제주문인협회 회원이며, 제주국제대 총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