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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북 벌랑마을에서 뉴욕으로 간 고아 소년의 귀향
화북 벌랑마을에서 뉴욕으로 간 고아 소년의 귀향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4.07.12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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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연구소, 재미제주도민회 이한진씨 초청 4.3 증언본풀이 개최
16일 오후 3시 제주4.3평화기념관 1층 대강당에서 스페셜 마당 진행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4.3 제76주년 기념 스물세 번째 증언본풀이 마당이 오는 16일 오후 3시 제주4.3평화기념관 1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벌랑에서 뉴욕, 76년만의 정뜨르 해후’라는 주제로 제주4.3연구소가 마련하는 이번 본풀이 마당에서는 4‧3 당시 가족 4명을 잃은 열 한 살의 고아 소년이 겪은 참상과 그 아픔을 딛고 뉴욕에서 성공하는 역정, 그리고 76년 만에 형의 유해를 확인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귀향하는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이한진(87) 재미제주도민회(뉴욕) 회장이 특별히 증언자로 초대돼 양조훈 전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과 함께 대담이 진행될 예정이다.

제주읍 화북리 ‘벌랑마을’ 태생인 이한진 회장은 토벌대에 의해 어머니, 누나, 두 형 등 일가족 4명이 스러진 4‧3유족이다. 집마저 불타 없어져 여덟 살 여동생과 함께 고아가 된 그는 참담한 생활고와 공포스러운 연좌제의 늪을 딛고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뉴욕에서 48년 동안 갖은 노력 끝에 자수성가한 그는 자식 농사에도 성공하고 장수 재미제주도민회 회장을 맡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한시도 4.3을 잊지 못한 그는 하루의 시작을 4‧3 관련 뉴스 검색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두 형이 불법적인 군법회의로 행방불명된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왔던 그는 올해 2월 작은형의 유해가 ‘정뜨르’ 제주공항에서 발굴된 유해에서 신원이 확인됐다는 뜻밖의 소식을 듣고 아들과 딸, 손녀까지 대동하고 귀향길에 나선다.

KBS는 ‘76년 만에 형을 찾은 87세의 노인이 가족과 함께 귀향하는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커밍홈>을 제작, 지난 4월 3일 전국에 방영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제주4‧3연구소는 지난 2002년부터 해마다 4‧3체험자 여러 명을 초치해 직접 겪은 기억을 풀어내는 증언본풀이 마당을 진행해 왔다. 올해는 처음으로 이한진 회장 혼자 증언하는 ‘스페셜’ 마당을 마련하게 됐다.

이와 함께 가수 도한석씨가 작사, 작곡한 헌정의 노래 ‘벌랑 마을 소년 이한진’이 처음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제주4·3연구소 관계자는 “이역 하늘에서도 4‧3을 한시도 잊지 않았던 이한진 회장의 삶은 4‧3의 참혹함, 연좌제의 공포, 디아스포라, 군법회의의 불법성과 재심, 유해 신원확인에 이르기까지 4‧3의 다양성을 한 몸으로 보여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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