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다른제주> 발간 및 포럼 개최, 연구기획사업‧아카데미 강좌 등 추진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기후 정의와 생태, 평화와 인권, 돌봄과 공존, 성평등, 노동 존중,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새로운 제주의 상으로 만들고자 하는 연구공동체 ‘다른제주연구소’가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지난 20일 오후 7시 제주시 이도2동 소재 다른제주연구소 사무실에서 열린 창립총회에서는 1년여 준비과정에 대한 경과보고와 정관 심의 의결에 이어 준비위원 21명 전원을 운영위원으로 선출했다.
이어 사업계획과 재정계획 심의 의결, 창립선언문 낭독으로 창립총회가 마무리됐고, 이어진 임시운영위원회에서 박성인 위원이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감사에는 강석반, 이희준 위원이 선출됐다.
창립 첫 해 사업으로 다른제주연구소는 매주 제주의 동향과 이슈를 담은 <주간 다른제주> 발간, 격월 단위로 6개 권역을 순회하면서 제주의 정책의제와 현안을 주제로 한 ‘다른제주포럼’ 개최, 그리고 회원 전체 세미나와 제주경제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기후위기의 최전선이자 ‘MAPA(Most Affected Persons ana Area)’인 제주에서 도민의 목소리를 담아 다른 제주를 상상하다”라는 주제로 농민, 해녀, 발전노동자 등 기후위기의 생생한 현장을 찾아 도민의 목소리를 듣고 인터뷰 기록집과 이슈페이퍼 발간, 북토크 등을 진행하는 ‘마파람을 불게 하자’라는 연구기획사업도 시작하기로 했다.
이 밖에 인문사회고전과정과 제주현장탐구과정의 ‘다른제주 아카데미’ 강좌를 개설하고 자료집‧연구보고서 발간,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운영, 정회원 및 후원회원 조직, 초청강연 및 토론, 기타 이벤트 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오는 7월 2일에는 창립 후 첫 행사로 제주사회젹경제지원센터 1층 강당에서 “국제자유도시를 넘어 다른 제주로!”라는 주제로 창립 기념 심포지움을 개최할 예정이다.
다음은 다른제주연구소 창립 준비위원 명단과 창립선언문 전문.
창립 준비위원=강동진, 강봉수, 강순석, 강은미, 강호진, 고명희, 김민호, 김연순, 김정임, 김효철, 박성인, 박찬식, 송시우, 양연준, 오은주, 윤미순, 이양신, 이영권, 이희준, 임기범, 홍죽희 (가나다순, 이상 21명)
다른제주연구소 창립 선언문
더 이상 변방이 아닙니다. 제주도는.
더 이상 우리 삶과 시선을 가두는 절벽이 아닙니다. 제주바다는.
더 이상 우리 몸을 숨기며 저항해야만 할 피난처가 아닙니다. 제주의 한라산은.
2024년 오늘!
21세기 제주도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이 인간과 함께, 인간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풍요롭고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가능한지 묻고, 그 답을 함께 찾기 위해 ‘다른제주연구소’라는 씨앗을 심습니다.
고립되고 척박한 섬에서, 4.3.의 숨 막히는 공포와 패배감 속에서도 끝내 살아낸 제주도민들의 삶 속에.
제2의 4.3이라고도 할, 개발지상주의 난개발과 투기붐의 광풍 속에서도 끝내 제주다움을 지키려 고군분투해 온 사람들의 투혼 속에.
무엇보다 21세기를 함께 살아갈 70만 제주도민들의 가슴 속에.
그 마음과 뜻을 이어받아, 다시 ‘씨앗’을 심습니다.
2024년 오늘! ‘다른제주연구소’라는 씨앗을.
다르게! 대차게! 그리고 설레게!
‘혼돈’과 ‘위기’의 시대입니다.
인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기후재앙, 생태위기의 시대입니다.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에 따른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고, 약자에게 전가되는 시대입니다.
절차적 민주주의까지 극우 포퓰리즘의 토양이 되는, 민주주의의 위기 시대입니다.
국가간, 자본간 패권경쟁에 따른 군사적 대립이 심화되고 평화를 위협하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대전환’의 시대입니다.
기존의 산업과 생활방식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태적·사회적·정치적 대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위기의 시대에 필수입니다.
제주도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더 이상 변방이 아닙니다.
위기의 ‘경계·가장자리’에 서있고, 최전선에 놓여있습니다.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역사를 압도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그 천혜의 자연을 개발·성장이라는 명분으로 국내외 투기자본이 장악해 왔습니다.
국제자유도시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의 실험장이 되었습니다.
‘세계평화의 섬’이라는 외피를 쓰고 군사기지가 되었습니다.
토건‧투기‧관광 ‘자본’의 주도로. 제주의 자연 환경과 공동체를 무자비하게 파헤치고 해체했습니다.
21세기 제주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치며 전쟁과 평화의 가장자리에 놓여있습니다.
21세기 제주도는 자본의 이윤 추구와 대안적 삶에 대한 바람이 첨예하게 부딪치며, 개발과 보존의 경계에 놓여 있습니다.
21세기 제주도는 기후위기와 기후정의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그래서 21세기 제주도는 역동적으로 변화를 만들어 나갈 ‘대전환’의 최전선이기도 합니다.
이 위기의 최전선에서 누가 역동적인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
어떤 가치관, 어떤 문화, 어떤 세력이 주도할 것인가?
이 부딪침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합니다.
이 역동적인 변화 속에서, 생태적·사회적·정치적 대전환을 우리 스스로 주도해 나가야 합니다.
뒤따라가기만 하면 휘둘리고 고립되며, 고립되면 패배하고 피해자로만 남습니다.
고통을 당하는 피해자로만 남게 됩니다.
고통 속에서 저항만 하는 피해자로만.
‘대전환’을 능동적으로 주도할 때 우리는 이 땅 제주도에서 21세기에 걸맞은 인간다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기와 혼돈의 시대에 우리는 ‘대전환’의 소중한 씨앗을 오늘 심으려고 합니다.
‘다른제주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아래로부터 함께!
‘다른’ 제주를 꿈꾸며.
21세기 다른 제주는 생태이고 기후정의입니다.
다른 제주는 평화이자 인권입니다.
다른 제주는 돌봄과 공존입니다.
다른 제주는 자치와 민주주의입니다.
다른 제주는 성평등입니다.
다른 제주는 노동존중입니다.
다른 제주는 연대와 협력입니다.
우리는, 그리고 앞으로 함께 해야 할 모두는 ‘집단지성의 힘’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다른 세계, 다른 제주를 향한 지식과 지혜를 키우고 전망과 신념을 단단히 가꾸어갈 것입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제주의 미래를 구상하고, 구체적인 상과 모습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대전환의 시대에 진보의 좌표를 찾고, 제주의 진보적 대전환을 위한 중장기 비전과 전략, 그리고 정책대안을 생산할 것입니다.
다른 미래를 꿈꾸는 연구자, 활동가, 그리고 다양한 제주도민들이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연구공동체를 일궈 나가려고 합니다.
진보적 이론·정책 역량과 소통하고 결집해 나가면서, 제주의 현안·한반도의 현안·세계의 현안과 흐름을 결합하는 전략과 정책을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기존에 대안적 관점에서 실천하는 사회운동가들의 대안에 대한 지식, 제2공항·해군기지 반대 투쟁, 여성·노동·농업·환경·시민운동의 경험 속에서 축적된 사회운동 지식을 순환하는 플랫폼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제주의 현안에 개입하는 연구, 현실의 쟁점에 대한 연구, 토론하고 참여하는 속에서 진정성 있게 문제 자체를 분석하고 공론화하는 공동 연구를 해나가겠습니다.
무엇보다 제주의 다른 미래를 만들고 주역이 될 젊고 활기찬 역량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다른’ 제주를 향한 대전환을 위해,
우리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기 위해,
오늘 우리는 ‘다른제주연구소’ 창립을 함께 선언합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미래는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2024.6.20.
다른제주연구소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