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위 투표에서 경주, 압도적 지지 받은 것으로 전해져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내년 11월 국내에서 열릴 예정인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개최지로 경주가 잠정 결정됐다.
제주도는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회의 및 숙박 인프라 시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뛰어나고 아름다운 자연 풍광 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크게 강조해왔지만, 결국 개최지로 선정되지 못했다.
20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APEC 개최도시선정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통해 경주를 내년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잠정 결정했다.
APEC 회의는 아시아, 태평양 연안국가들의 경제성장과 번영을 목표로 총 21개 회원국이 모이는 연례회의다. 호주의 주도로 1989년부터 개최되기 시작했으며 1993년부터 각 국가의 정상들이 모이는 회의로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의가 열렸고, 올해에는 페루에서 열릴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25년 21개국 정상이 모여 회의를 갖는다. 2005년 부산에서의 APEC 정상회의 이후 20년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다.
국내에서의 APEC 정상회의 유치에는 제주도를 비롯해 인천시, 경상북도 경주시 등 3곳의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을 벌여왔다.
제주도는 이 가운데 이미 회의·숙박시설 등의 기본적인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는데다, 지난해 국제회의 개최건수에서 서울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등 국제회의와 관련된 경험도 풍부한 지역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특히 5성급 호텔이 서울 다음으로 많아 경쟁도시의 숙박여건을 압도하는데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글로벌 환경의제를 논의하기 적합하며, 경호여건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더욱 수월하다는 점이 언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20일 개최도시선정위원회 회의에서 선정위원 17명 중 13명이 경주에 표를 던지는 등 경주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개최지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경주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주가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제주가 이번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점은 일찌감치 예측되기도 했다.
특히 당초 6월 중하순으로 구체적인 날짜까지 잡고 추진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제주 방문이 급작스럽게 없던 일이 되면서 APEC 개최지 선정에서 제주가 밀려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었다.
이와 같은 우려는 20일 경북에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해 민생경제토론회 등을 가지면서 더욱 힘을 얻었다.
20일 경북에서 민생경제토론회가 열렸다는 것은 사실상 대통령실이 제주와 같은 시기에 경북에서의 민생경제토론회 일정을 논의 중이었다는 것으로, 대통령실에서 제주와 경북에서의 민생경제토론회를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경북을 선택했다는 것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나아가 이와 같은 점이 경북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사실상 APEC 정상회의 개최지도 제주나 인천이 아닌 경주로 선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지배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 가운데 실제로 경주가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이 되면서, 윤석열 대통령가 제주를 홀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제주 홀대론'이 또 다시 불거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제주가 미래신성장 사업의 일환으로 '수소경제'를 밀고 있는 가운데, 이날 경북에서 열린 민생경제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을 수소경제의 중심지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구상까지 밝히면서 수소산업 분야에서도 제주가 밀려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제주 홀대론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