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7-12 17:58 (금)
쓰레기 가득 제주바다, 이를 지키려는 움직임, 희망을 그리자
쓰레기 가득 제주바다, 이를 지키려는 움직임, 희망을 그리자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4.06.05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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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제주도내에서 '국토대장정' 행사 중 플로깅 진행
'클린하이커스'와의 협업, 단순한 수거 넘어 다양한 활동 전개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에서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바다는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무언가였다. 이 섬에서 살던 많은 이들이 바다와 연결돼 있었다. 그들은 바다에서 많은 것을 건져 올렸고, 그 은혜로 지금까지 섬의 사람들은 부족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많은 것을 내어주던 바다에 사람들이 돌려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지난해 12월 제주에서 해안 정화활동을 하던 사람들의 눈에, 해안가에 쓰러져 있는 한 마리의 가마우지가 눈에 들어왔다. 가마우지는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낚싯바늘에 걸린 상태로 죽어 있었다. 새의 목구멍에 걸린 낚싯바늘에서 이어진 낚싯줄은 바위에 뒤엉켜 있었다. 새는 낚싯줄을 바위에 엉킨 풀기 위해 몸부림을 치다 죽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제주의 해안가에선 이와 같은 일이 수도 없이 이어진다. 새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해양 생물들이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에 의해 바다에서 숨을 거둔다. 해양쓰레기로 인해 해마다 목숨을 잃어버리는 바다새만 해도 100만마리에 이를 것이라는 말도 있다. 

사람들은 바다에서 삶을 건져올렸지만, 동시에 수많은 쓰레기로 많은 생명을 위협으로 몰아갔고, 그 정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고 있다.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은 해마다 더욱 급속히 늘어나고 있으며, 동시에 제주의 해안가로 밀려오는 쓰레기의 양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해안에 가득 밀려와 있는 해양쓰레기의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해안에 가득 밀려와 있는 해양쓰레기의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실제로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보포털에는 제주 구좌읍 김녕리와 안덕면 사계리, 남원읍 위미리에서 발견되는 해양쓰레기에 대한 조사 결과가 매년 공개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김녕리에선 2018년 조사 당시 해양쓰레기 1151개가 확인됐던 해양쓰레기가 지난해 조사 당시에는 2494개로 두 배이상 늘었다. 사계리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2018년 조사 당시 71개로 확인됐던 해양쓰레기가 지난해 조사에선 827개가 수거됐다. 사계리에선 해양쓰레기가 5년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제주도내 직접 해양쓰레기 수거 등의 활동을 펼치면서 쓰레기가 밀려오는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은 해양쓰레기가 매년 늘어간다는 것을 더욱 직접적으로 실감하고 있다. 

'세이브제주바다'의 한주영 대표는 이와 관련해 "세이브제주바다가 2017년 12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는데,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해양쓰레기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해양쓰레기가 양적으로 상당히 늘어났다는 것이 실감되고 있다. 하루마다 수거되는 쓰레기의 양이 상당히 많아졌고, 특히 태풍 등이 오고 난 뒤에 그 심각성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주영 대표는 또 "해양쓰레기라고 하면 대부분 그물이나 부표 등의 어구를 많이 떠올리는데,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그 외에도 종류가 상당하다"며 "특히 어업 과정에서 버려지는 생수병과 각종 양념 용기 등의 생활쓰레기 등이 버려진다. 이 쓰레기들의 국적도 다양하다. 하루는 2시간 동안에 페트병만 1900개를 수거한 적이 있다. 나라별로 상당히 다양한 페트병을 주었는데, 아랍어가 적힌 쓰레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전세계에서 밀려오는 쓰레기의 양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제주의 해안은 사실상 사시사철 쓰레기에 뒤덮여 있는 형국이 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다양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민간국제기구인 월드비전에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제주 바다가 보였다. 

월드비전은 전국 중학교 2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106명의 학생들과 함께 지난 4일 출정식을 갖고 제주에서 2박3일에 걸쳐 모두 70km를 걷는 '국토대장정'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 중 첫날 제주의 바다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제주바다 해양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국제적으로 다양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민간국제기구인 월드비전이 4일 '꿈꾸는 아이들 올레! 국토대장정' 행사를 갖고, 이 가운데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서 플로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월드비전
국제적으로 다양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민간국제기구인 월드비전이 4일 '꿈꾸는 아이들 올레! 국토대장정' 행사를 갖고, 이 가운데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서 플로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월드비전
국제적으로 다양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민간국제기구인 월드비전이 4일 '꿈꾸는 아이들 올레! 국토대장정' 행사를 갖고, 이 가운데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서 플로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월드비전

월드비전의 김명은 과장은 이와 관련해 "제주와 관련된 기사들을 살펴보다가 우연히 해안가에 해양쓰레기가 너무 많아사 시름시름 앓고 있다는 내용을 접하게 됐다"며 "결국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자연환경이 더럽혀지게 되는 것인데, 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아이들이 지금부터 자연을 돌보는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토대장정 첫날이었던 4일 진행된 해양쓰레기 수거활동은 안덕면 화순리 해안가 일대가 주무대였다. 106명의 아이들은 저마다 포대를 들고 바다로 향해 나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포대를 가득 채웠다. 아이들이 채운 포대 안에는 어구는 물론 담배꽁초와 타고 남은 목재, 컵라면 용기 및 페트병과 캔 등의 생활쓰레기, 버려진 현수막 등이 담겨 있었다. 

아이들은 이런 쓰레기들을 주우면서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이번 플로깅 행사를 추진한 월드비전 김명은 과장의 바람대로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고, 더욱 적극적으로 환경을 생각하며 쓰레기를 줄이고,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데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환경에 보다 큰 관심을 갖는 아이들로 자라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선 플로깅이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 행사에 그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행사에서 보다 의미있는 기억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했다. 

이날 행사에선 국내에서 등산과 함께 쓰레기 수거 및 각종 환경보전 활동을 이어가는 단체인 '클린하이커스'가 이 역할을 맡았다. 

클린하이커스는 산에서 쓰레기를 줍는 '클린하이킹'을 시작으로 자연 속에서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이를 통해 친환경 아웃도어 문화를 만들어가는 단체다. 그리고 이 단체만의 시그니처 활동이 수거한 쓰레기를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정크아트' 활동이다. 

국내에서 등산을 비롯한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에 환경정화 등의 활동을 접목시키고 있는 단체인 '클린하이커스'의 운영자 김강은씨. /사진=미디어제주.
국내에서 등산을 비롯한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에 환경정화 등의 활동을 접목시키고 있는 단체인 '클린하이커스'의 운영자 김강은씨. /사진=미디어제주.

클린하이커스의 운영자인 김강은씨는 "산에서 쓰레기를 줍다보면 정말 오래된 쓰레기, 다양한 쓰레기를 찾게 되는데, 이와 같은 쓰레기의 심각성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쓰레기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공감하고, 참여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 쓰레기로 그림을 그리 듯 아트를 만들게 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싶어 '정크아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와 같은 활동이 실제로 더욱 많은 이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쓰레기 수거 활동 등에 사람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씨는 "이와 같은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에게 '뻔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색다른 포인트를 만들어는 봉사활동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고, 이를 통해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보다 쉽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 4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의 화순금모래해수욕장 일대에서 이뤄진 월드비전의 '국토대정정' 행사 가운데 '클린하이커스'와 함께 진행된 정크아트의 일부. /사진=미디어제주.
지난 4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의 화순금모래해수욕장 일대에서 이뤄진 월드비전의 '국토대정정' 행사 가운데 '클린하이커스'와 함께 진행된 정크아트의 일부. /사진=미디어제주.
지난 4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의 화순금모래해수욕장 일대에서 이뤄진 월드비전의 '국토대정정' 행사 가운데 '클린하이커스'와 함께 진행된 정크아트의 일부. /사진=미디어제주.
지난 4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의 화순금모래해수욕장 일대에서 이뤄진 월드비전의 '국토대정정' 행사 가운데 '클린하이커스'와 함께 진행된 정크아트의 일부. /사진=미디어제주.

이날 국토대장정에 참여한 아이들이 수거한 쓰레기로 만들어낸 '정크아트'는 제주를 대표하는 한라산과 바다에서 살아가는 고래와 조개 등의 해양생물, 그리고 월드비전을 상징하는 나비 이미지였다. 

아이들은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쓰레기의 문제를 실감함과 동시에, 바다에서 고래들이 쓰레기를 통해 어떤 아픔을 겪고, 제주와 산에서는 또 어떤 피해가 전해지는지 실감하게 됐다는 점을 후기로 전하기도 했다. 

이날 활동은 쓰레기 수거와 정크아트 등을 포함해 약 2시간 가량 이어졌다. 아이들이 제주바다의 심각성을 분명하게 느끼기에는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단순한 수거활동이 아니라, 직접 주은 쓰레기들로 제주와 바다 등을 상징하는 상징물을 만들어내고, 또 쓰레기로 이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아이들은 이날의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통해 삶에서 조금이라도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어쩌면 제주 바다는 지금보다 조금은 더 희망을 가져도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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