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5-25 22:40 (토)
“제주 돌담은 프로인 돌챙이들의 작품이더군요”
“제주 돌담은 프로인 돌챙이들의 작품이더군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4.04.19 0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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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돌문화를 찍는 일본인 고토씨

돌챙이와 만남으로 제주 돌문화 이해
‘돌챙이’展에 자신의 작품 2점 내걸어
“낮은 제주 돌담은 평화적으로 보여”
제주 돌문화를 앵글에 담고 있는 일본인 사진가 고토 데츠오씨. 미디어제주
제주 돌문화를 앵글에 담고 있는 일본인 사진가 고토 데츠오씨.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흔한 제주 돌. 여기저기서 만난다. 그렇다고 제주 돌이 도심까지 점령하지는 않았으나, 도심을 살짝만 비켜나면 눈에 곧바로 들어오는 게 제주 돌이다. 도로변에서 만나는 밭담이 있고, 좀 더 골목길로 접어들면 울타리로 두른 울담이 있다. 걸어서만 가야 만나는 무덤 주위의 산담도 있다. 어떤 돌은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듯 보이지만, 대부분은 허투루 쌓은 느낌이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일본인 작가 고토 데츠오(後藤徹雄)씨의 눈에도 처음에 그렇게 보였다.

“제주 돌담을 언뜻 봤을 때는 프로들이 쌓은 것으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사진가 고토씨의 첫눈에 들어온 제주 돌담은 그랬다. ‘돌, 바람, 그리고 돌챙이’展이 한창 열리는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기자를 만나자 고토 작가는 그가 처음 봤던 제주의 돌담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솜씨였음을 되뇌었다. 밭담에서 보는 돌이나, 제주 고유의 돌담은 돌끼리 붙어 있으나 얼기설기 놓여 있기에 프로가 쌓았으리라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런 생각이 바뀐 건 제주의 돌챙이를 만나고부터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처음에 봤을 때는 단순하게 그냥 만들었다고 느꼈는데, 자세히 보니 프로가 만든 작품이 있더군요. 돌챙이 조환진씨(돌빛나예술학교 교장)랑 다니면서 프로가 하는 것임을 알게 됐어요. 돌챙이들은 매일매일 돌쌓기를 하는데, 그들의 성실함이 제주 돌쌓기는 프로가 하는 일임을 알게 만들었어요.”

고토 작가의 제주 방문은 이번이 4번째다. 인연은 돌챙이 조환진씨로 이어진다. 서로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인스타그램으로 소통을 이어가다가 직접 대면하는 사이로 변했다. 고토 작가는 제주 돌챙이가 인스타그램에 올려둔 제주의 돌에 반했고, 거꾸로 제주 돌챙이는 고토의 작품집에 반했다.

‘돌’이라는 물질이 서로를 연결시킨 셈인데 제주와 일본이 다르듯, 돌의 쓰임이 일본과 제주가 같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고토씨가 “프로가 아니다”고 한 이유는 충분히 이해된다. 고토씨는 ‘성벽’을 주제로 3번의 작품집을 내놓았다. 일본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데, 일본의 성벽은 바늘조차 들어가기 힘든 ‘딱 맞춤’이다. 그에 비하면 제주의 돌쌓기는 전혀 다르다. 듬성듬성 쌓으며 곳곳은 구멍 천지이다. 성벽만 바라보던 고토씨에겐 제주 돌담은 전혀 다른 매력덩어리다.

“일본의 성벽은 20m까지 쌓아 올리죠. 제주 돌담은 낮아서 매우 평화적으로 보여요. 제주의 밭담을 그냥 봤을 때는 농부들이 모두 쌓은 줄 알았어요. 그때는 돌챙이 존재를 모를 때죠. 그런데 돌문화공원에 와서 보니, 그걸 하는 장인들이 있음도 알게 되었죠.”

그의 사진 작품은 이번 ‘돌, 바람, 그리고 돌챙이’展에도 2점 걸려 있다. 그만큼 그가 제주의 돌문화에 관심을 보이는 증거물이다. 그는 4차례 제주 방문이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여긴다. 그는 또 다른 작품집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바로 촘촘히 쌓아 올린 일본의 성벽이 아닌, 제주 돌에 관한 이야기다.

고토씨(왼쪽)는 이번 돌챙이전에 2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제주와 인연을 맺게 된 돌챙이 조환진씨(돌빛나예술학교 교장)와 오백장군갤러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고토씨(왼쪽)는 이번 '돌, 바람, 그리고 돌챙이'전에 2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제주와 인연을 맺게 된 돌챙이 조환진씨(돌빛나예술학교 교장)와 오백장군갤러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 돌을 주제로 한 사진을 찍고 있어요. 아직은 제주 돌문화를 다 담지 못했어요. 한두 번은 더 제주에 와야겠어요.”

‘한두 번’이라고 했으나 그의 제주 돌문화 작업은 마무리로 향하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언제면 제주의 돌문화를 담은 그의 작품을 만날까. 그는 아직은 “이 정도 됐다”고 할 수준은 아니란다.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과연 언제가 될까? 묻고 물으니, 빠르면 내년을 내다본다. 그것도 일본이 아닌, 제주에서 먼저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면서 그는 제주 사람들에게 일본 성벽도 구경 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제주도 사람들은 돌담을 매일 보잖아요. 그러니 돌을 이용한 건축에도 흥미가 있을 듯해요. 일본의 성벽도 보러 오세요.”

작품집 ‘성벽 시리즈’의 작가답다. 40년간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는 고토씨가 본격적으로 성벽에 끌린 건 15년 전이다. 건축이나 실내 디자인 등이 그의 사진 작업이었다가, 일본 곳곳을 여행하며 성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성벽을 공부하다가 현재 일본의 성벽 쌓기 기술은 5~6세기 한반도에서 들여온 것도 알게 됐다고 한다. 4년 전에는 ‘일본성곽검정 1급’ 자격도 받았다. 이젠 그에 더해 ‘제주 돌 이해하기 1급’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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