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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스포츠 소비 증가, 그 뒤 ‘걸크러시’
여성의 스포츠 소비 증가, 그 뒤 ‘걸크러시’
  • 허지훈
  • 승인 2024.04.09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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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세상] <3>

‘배구 여제’ 김연경 폭발적인 활약에 여성들 연일 열광

대한민국은 유교 문화가 강하게 뿌리내린 국가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 36년 식민지 지배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유교 문화의 잔재와도 같은 남존여비 사상과 봉건적 문화 등의 답습에 의해 성(Gender)적 불평등이 늘 사회를 관통해왔다. 실제로 성적 불평등을 매개로 한 증오와 혐오 등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고, 국가 발전에도 크나큰 마이너스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만큼은 예외다. 과거와 달리 여성들의 권리가 크게 강화되면서 스포츠 소비에 대한 성적 불평등은 완전히 사라졌고, 이를 토대로 여성의 스포츠 소비 또한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 소비에 있어 여성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전략 역시 ‘빅 히트’를 치는 등 여성들의 스포츠 소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주 고객이 되고 있다.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으며, 스포츠는 더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성들의 스포츠 소비 증가 핵심은 바로 ‘걸크러시’에 있다. 걸크러시의 어원은 소녀(Girls)와 반하다라는 뜻의 Crush On의 합성에서 비롯되는데 여성이 다른 여성을 선망하거나 동경하는 마음, 현상을 일컫는다. 여성 혐오와 증오 등이 끊이지 않는 찰나에 여성 스포츠 스타들의 ‘걸크러시’ 구현은 약자의 신분에 있는 여성에게 크나큰 위로와 등불이 됐다. 여자라는 성적 신분 속에서도 운동선수로서 자신의 퍼포먼스를 아낌없이 선보이는 모습들은 여성들에 큰 환호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고, 퍼포먼스 속에 숨어있는 열정과 에너지 등 또한 크나큰 동기부여로 자리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여성들이 되려 여성 스포츠 스타들을 통한 소비가 크게 늘었고, 여성 스포츠 스타 뿐만 아니라 한 팀의 고정적인 팬덤 확장에도 앞장서는 일거양득을 누리게 하며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 소비를 통한 여성들의 ‘걸크러시’ 구현은 같은 여성으로서 매력을 폭발시키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배구 여제’ 김연경(36. 흥국생명)은 여성들에 든든한 워너비와 같다.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웬만한 후배 선수들보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회춘’의 단어가 전혀 아깝지 않고, 코트 안팎으로도 팀 동료들을 아우르는 리더십과 카리스마 등을 아낌없이 표출하면서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김연경의 아우라는 팀 동료들에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많은 여성들의 뜨거운 환호성을 자아내는 주 매개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팀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카리스마는 활발한 사회 진출에도 여전히 여자라는 이유로 온갖 불평등을 감내하는 여성들에게 대리 만족을 안겨줬고, ‘팬 퍼스트’ 정신을 잘 구현하면서 시원시원함을 잃지 않는 매력 역시 여성들의 ‘걸크러시’ 매력 발산을 통한 소비 트렌드 구축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여성들의 ‘김연경 앓이’는 소비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흥국생명 경기 때마다 김연경의 유니폼과 굿즈 착용 등은 물론, 응원 피켓 제작과 메시지 전달 등을 아끼지 않으면서 팬심을 드러냈고, 마침 흥국생명의 상징색인 핑크색이 여성들에 딱 부합하는 컬러라 소비 니즈 충족을 이끌어냈다. 핑크 물결이 가득한 흥국생명 경기에 여성팬들이 체육관을 가득 메운 모습에 흥국생명 직관 소비 성적 비율은 여성이 남성을 앞지를 정도고, 경기 전부터 김연경을 보기 위한 예매 경쟁이 치열하다 못해 불을 뿜는 등 로열티 또한 남다르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 홈-원정 가릴 것 없이 흥국생명 경기 만원 관중을 이끄는데 큰 동력으로 자리하는 등 웬만한 연예인 못지 않은 티켓 파워는 보너스다. 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과 올 시즌 흥국생명 경기는 흥행 보증수표로 손꼽혔는데 홈-원정 가리지 않고 만원 관중을 이뤄내며 V리그 흥행에 크게 이바지했고, 흥국생명 경기의 TV 시청과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청자 수 등 역시 폭증하는 등 ‘김연경 앓이’에 따른 소비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할 것 없이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와의 챔프전 당시 ‘리버스 스윕(시리즈 전적 1패만 하면 끝나는 상황에서 나머지 경기를 모두 승리하는 것을 말한다.)’의 희생양이 된 모습을 안방에서 씁쓸하게 지켜봤던 김연경과 흥국생명의 ‘한풀이’를 응원하기 위한 팬들의 함성 메아리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특히 현대건설과 챔프전은 단연 백미였다. 정관장과 3판 2선승제 플레이오프를 모두 치르는 체력적인 부담 속에서도 응원 데시벨을 높이면서 김연경과 흥국생명 에너지를 끌어올렸고, 관중석 또한 핑크색 물결로 가득 메우며 잔칫상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었다. 이에 김연경도 멋지게 화답했다. 192cm의 우월한 신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 등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화력을 자랑하며 현대건설 간담을 제대로 서늘케 했고, V리그 여자부 사상 첫 챔프전 3경기 연속 풀세트의 명승부 속에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 안정화까지 도맡으며 ‘월드클래스’의 진면목을 선보였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을 끊임없이 독려하면서 전투력을 불태우는 김연경의 모습에 여성팬들은 더욱 열광했고, 니즈 충족과 대리 만족 등을 동시에 안겨주며 ‘걸크러시’의 진면목이 무엇인지를 증명했다.

올 시즌 역시 고대하던 챔피언 타이틀은 쟁취하지 못했지만, 김연경의 퍼포먼스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클러치 상황에서 팀의 주 옵션으로서 맹위를 떨친 것은 물론,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 교체의 환경적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팀의 리더로서 무게를 다잡았고,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에서 궂은 일을 도맡으며 나머지 선수들의 수비 부담을 덜어내는 롤의 구현도 큰 신뢰감을 안겼다. 20점 이후 클러치 상황 때 자신에 공격이 집중되는 와중에도 의연함을 나타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고, 오랜 해외 생활로 다져진 내공과 경험치 등을 아낌없이 뽐내는 폭발력 또한 상대에 크나큰 쓰나미를 양산했다. 이는 김연경이 2년 연속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 베스트7과 함께 정규리그 MVP를 수상하는데 크나큰 밑천이 됐고, 통산 정규리그 MVP 수상 횟수를 ‘6’으로 늘리며 개인 커리어에 또 다른 이정표 장만도 곁들였다.

2년 연속 챔프전 준우승과 함께 김연경은 지난 시즌 직후 흥국생명과 FA(자유계약선수) 1년 계약 체결이 만료됐다. FA 계약 만료와 함께 향후 거취가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배구팬들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다름 아닌 현역 연장과 은퇴 기로에서 현역 연장을 택하기로 공개 선언하게 된 것이다. 지난 8일 2023-2024시즌 V리그 시상식 도중 수상 소감을 묻는 과정에 팬들을 위해 가지고 있는 퍼포먼스를 뽐내면서 챔피언 타이틀의 숙원 해소에 대한 열망을 불태웠고, 그간 각종 TV 프로그램 출연과 함께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면서 남다른 ‘팬 퍼스트’를 뽐낸 김연경이기에 현역 연장은 여성들과 배구팬들에게 든든한 날개다. 여전히 여성들의 ‘김연경 앓이’와 ‘걸크러시’ 구현 욕구가 폭발하는 상황이기에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여성들에게 김연경의 이름 석 자가 단순히 배구를 넘어 여성들의 세계와 사회에 있어서도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김연경의 ‘걸크러시’ 기운과 함께 여성들의 스포츠 소비 증가는 곧 대한민국 사회의 고질적인 성적 불평등 해소에 스포츠가 핵심 수단이 될 포텐이 엄청나다는 반증이다. 과거와 달리 여성들의 스포츠 식견이 몰라보게 좋아졌고, 여성 스포츠 스타들의 지속적인 활약상도 여성들에게 ‘워너비’로 자리하면서 소비 빈도를 늘리는 핵심 레퍼토리다. 실제로 여성들 사이에 스포츠로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경우가 빈번해졌고, 유니폼을 비롯한 MD상품과 굿즈 등 소비와 스포츠 직관 소비 등에 있어서도 성적 비율이 균등하게 맞춰지고 있는 추세다. 이는 여성 스포츠 스타들을 통한 스타 마케팅과 함께 각종 여성 타겟의 스포츠 상품 개발 등을 더욱 용이하게 가져오면서 핵심 고객층 확보라는 부수적인 가치를 누릴 수 있고, 스포츠 직관과 소비 문화 역시 다채롭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김연경의 존재가 여성들의 스포츠 소비에 한 모델이 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며, 스포츠 소비를 통한 성적 불평등 해소가 국가 발전으로 이어지면 금상첨화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나 유관단체 측에서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고, 오랜 기간 뿌리깊게 박힌 인식과 선입견 등의 해소 역시 필수적이다. 그래야 선진국가로서 내실이 더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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