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가로수 뽑고 묘목 심은 제주도, 이유는 "다시 뽑을 수 있어서"?
가로수 뽑고 묘목 심은 제주도, 이유는 "다시 뽑을 수 있어서"?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5.12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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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성목 가로수 뽑은 서광로에 최근 묘목 옮겨 심어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원래 가로수 제자리 돌려놔야"
제주도 "묘목, 환경정화 차원 ... 사업에 따라 다시 뽑을 수도"
지난해 서광로 버스중앙차로변 공사를 위해 가로수가 제거되던 모습.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지난해 서광로 버스중앙차로변 공사를 위해 가로수가 제거되던 모습.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시 서광로에서  버스전용차로를 만들겠다며 가로수를 다수 뽑은 제주도가, 버스전용차로 사업 재검토가 결정되자 가로수를 뽑은 자리에 앙상한 수준의 묘목들을 심으면서 질타를 받고 있다.

더군다나 제주도가 원래 있던 나무가 아닌 묘목을 심은 이유가 사업의 향방에 따라 나무를 다시 뽑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12일 논평을 내고 제주도정을 향해 “서광로 버스전용차선 공사를 하면서 뽑은 가로수를 제자리로 돌려놔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제주도는 앞서 지난해 대중교통우선차로제가 운영되는 서광로 구간에 버스중앙차로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중앙버스차로제 2단계 공사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준공 예정일은 올해 8월30일이었다.

도는 이 계획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서광로 일대에서 가로수를 뽑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많은 논란을 일으킨 버스전용차로 1단계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추가로 공사를 이어간다는 것은 문제”라며 반발이 이어졌고, 이와 같은 반발에 결국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공사 추진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오영훈 지사의 이와 같은 사업 재검토 지시에 따라 서광로로 뽑혔던 가로수가 다시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 가로수가 뽑힌 자리에 작은 묘목이 심어진 것이 확인됐다”며 “사업 담당 부서에 전화해 중단된 서광로 버스중앙차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물었지만, 논의 중이라는 답답한 답변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업 중단 직후 ‘밀실에서 재검토할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직접 이용하는 도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시민사회와 충분히 논의할 것’을 제주도에 요구한 바 있다”며 “하지만 사업이 멈춰지고 4개월 이상이 지났지만 서광로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 과정은 부재하고 이후 계획조차 시민들은 전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게다가 뽑혀진 가로수들은 어디로 갔으며 왜 돌아오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인도를 축소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번복되지 않을 것이라면 뽑힌 나무들을 당장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어린 나무가 심어지는 광경은 사업의 추후 방향에 대한 의구심만 키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제주>가 취재 결과 제주도가 서광로에 원래 있던 나무를 다시 심지 않고 묘목을 심은 것은 향후 사업의 방향에 따라 나무를 다시 뽑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기존 서광로에 있던 가로수는 돌문화공원 인근에 옮겨심어졌다”며 “서광로에 원래 있던 나무를 다시 가져와 심지 않은 것은, 향후 서광로를 중심으로 한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에 나무를 다시 뽑을 수 있어서 성목이 아니라 묘목을 심은 것인가”라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원래 있던 나무들이 뽑히면서 흙이 파해쳐지고 주변에 쓰레기가 쌓이는 등 미관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 때문에 다시 뽑힐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정화 차원에서 묘목들이 심어졌다는 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제주도가 이처럼 다시 뽑힐 수 있다는 것을 전재로 묘목을 심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와 관련한 지적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업이 재개됐을 경우 보다 뽑기 쉽도록 원래 있던 나무를 다시 심은 게 아닌 묘목으로 심은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가 최근 서광로 일대에 심은 묘목. /사진=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제주도가 최근 서광로 일대에 심은 묘목. /사진=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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