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비자림로 소송 원고 부적격 결정은 시대착오적”
“비자림로 소송 원고 부적격 결정은 시대착오적”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3.04.26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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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로 도로구역결정 무효소송’ 각하‧기각 결정에 불복, 항소장 제출
백신옥 변호사 “주민의견 청취 대상, 도로 이용하는 도민 전체로 봐야”
제주녹색당과 비자림로 시민 모임이 26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비자림로 도로구역결정 무효 소송 1심 선고 결과에 불복, 항소하게 된 취지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녹색당과 비자림로 시민 모임이 26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비자림로 도로구역결정 무효 소송 1심 선고 결과에 불복, 항소하게 된 취지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둘러싼 법정 다툼이 항소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제주녹색당과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 모임’은 26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1일 1심 선고가 내려진 ‘비자림로 도로구역결정 무효 소송’ 결과에 불복, 지난 24일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선 재판부가 소송을 제기한 원고 10명 중 9명이 해당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 내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환경권을 재산권에 종속시키면서 주민 범위를 축소한 ‘원고 부적격’ 결정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도로법에 도로구역 변경시 주민 의견청취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고, 이 부분에서 ‘주민’의 범위가 도로부지 소유자나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주민들로 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재판부가 원고적격 여부에 대한 판단의 근거로 1998년 대법원 판례를 제시한 데 대해 이들은 “우리나라에서는 환경소송이 시대에 거스르는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동안 세계적으로 정부를 상대로 한 기후소송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지난 2013년 네덜란드의 환경단체 ‘우르헨다’가 ‘정부가 기후변화 위험성을 알고도 예방에 나서지 않았고 기후변화 대응 의무를 소홀히 해 국민 건강과 인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취지로 소송을 내 승소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이들은 “생물다양성 훼손과 기후위기로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환경권을 재산권보다 열등하게 여기면서 재판을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행태는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헌법이 부여한 사법권의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법원은 비자림로 사업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하자 정도에 대해 허위가 아니라 착오 내지 실수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자가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하자의 중대성 여부는 하자의 내용과 범위 등 하자 자체에 집중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이들은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중 자연생태환경 항목의 경우 제주도가 새롭게 평가단을 구성하거나 제주대에 용역을 맡겨 장기간에 걸쳐 완전히 새롭게 다시 조사해 기존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고, 이를 토대로 기존에 없었던 저감대책이 새롭게 마련됐다”면서 “즉 기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내용은 부실 정도가 중대해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은 것과 같은 정도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이 기존 환경영향평가의 하자가 저감대책과 이행 계획, 사업 후 모니터링 계획 등을 통해 보완된 것으로 판단한 데 대해서도 이들은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들이 ‘제주도가 진행중인 각종 저감대책이 실질적인 효과가 입증된 바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음에도 제주도는 이에 대한 반박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옥 변호사는 이날 회견에서 “도로법상 도로구역 결정에 대한 주민 의견 청취 대상은 해당 도로를 이용하는 도민 전체로 봐야 한다”면서 항소심에서 원고적격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따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대체서식지 이전 등 멸종위기종 애기뿔소똥구리에 대한 저감대책에 대해서도 그는 “전문가들은 대체서식지 안착 여부에 대한 판단은 3~4년 정도 지나서야 알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 저감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

이들은 회견을 마무리하면서 “환경과 기후 문제는 손에 잡히지 않지만 명백히 존재하고 있고, 지구 생명체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면서 특정 당사자의 이익 문제로 협소하게 해석되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1심 재판부가 원고적격 여부에 대한 판단의 근거로 제시한 1998년 대법원 판결은 강원도 인제군 방대천 최상류 지점의 상부댐과 양양군 남대천 안쪽 지류에 있는 하부댐으로 이뤄진 양수발전소 1~4호기  발전소에 대한 건설사업 승인처분 취소 소송이었다. 당시 대법 재판부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밖의 주민과 일반 국민, 산악인, 사진가, 학자, 환경보호단체 등의 환경상 이익이나 개발사업구역 외 지역 주민들의 재산상 이익에 대해서는 근거 법률에 그들의 개별적, 직접적, 구체적 이익으로 보호하려는 내용 및 취지를 가지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취지로 원고부적격 판단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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