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02:42 (토)
숲과 들판 밀어버리고 제주가 얻은 것은 더 많은 온실가스
숲과 들판 밀어버리고 제주가 얻은 것은 더 많은 온실가스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4.24 16:52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제주 지구의 날 기획] ③제주 온실가스 총배출, 30년 동안 2.2배 늘어
다양한 분야에서 배출량 상승 ... 동시에 온실가스 흡수량 감소, 실질 배출은 더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2012년 제주도는 도내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행위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계획을 내놓는다. 2030년까지 제주에서의 카본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CFI 2030)’ 정책이다.

제주도는 이 정책에 따라 제주를 ‘탄소없는 섬’으로 만들기 위해 2030년까지 도내 전력수요의 100%를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제주도내 운행 차량의 90%가 넘는 37만7000대를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책을 내놓은 지 10년이 지나도록 도내 전력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8.3%에 그치는 수준이고, 전기차 역시 30만대는 커녕 3만3000대까지 보급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처럼 제주를 ‘탄소없는 섬’으로 만들겠다던 원대한 계획이 눈에 띄는 커다란 걸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의 경제 파이가 커지고 이에 따라 다양한 산업이 더욱 활발히 전개가 되면서, 제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제주시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30여년 지나는 동안 2배 이상 늘어난 온실가스 배출

제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은 지난 30년 동안 얼마나 늘었을까?

1990년 제주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은 2087 기가그램 이산화탄소 환산량(Gg CO2eq)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한 분야는 제주도민들이 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전기’와 ‘열 에너지’ 생산 분야였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443 Gg CO2eq의 탄소가 ‘전기’와 ‘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됐다.

이 후 30여년이 지나면서 이 수치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직전이었던 2019년 한 해 동안 제주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총량은 4602 Gg CO2eq으로 1990년과 대비해 약 2.2배 늘었다. ‘전기’와 ‘열 에너지’ 생산에서도 1045 Gg CO2eq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면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상승과 비슷한 2.4배가 늘었다.  

다만 전기와 열 에너지 생산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은 나름 ‘선방’한 결과다. 제주도가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을 발표한 해인 2012년 제주에서는 전기 및 열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1853 Gg CO2eq의 온실가스가 만들어졌고, 그 다음해인 2013년에는 1953 Gg CO2eq의 온실가스가 배출됐다. 1990년 대비 4.4배가 늘어난 수치였다. 이 이후 이를 정점으로 전기 및 열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든 모습이 보였다.

제주도가 향후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가속화하는 것과 동시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화력발전을 ‘수소’ 활용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 분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은 지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내 화력발전소 전경. /사진=카카오맵 갈무리.
제주도내 화력발전소 전경. /사진=카카오맵 갈무리.

하지만 앞선 기사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제주도내 인구와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도내 운행 차량 역시 급증,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났고, 민간항공 분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도 큰 폭으로 늘었다.

그 외 30년이 지나는 동안 일반 가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1.5배가 늘었고,  제조업 및 건설업 분야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2배 이상 늘었다. 농업 분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도 늘어났다. 농업분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은 특히 ‘가축분뇨’ 처리 분야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가축분뇨 처리 분야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돼지’다. 제주에서는 특히 제주산 돼지고기의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사육두수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났다. 1990년 제주에서는 10만9000마리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었다. 2019년에는 여기에서 5배 이상 불어난 55만1000마리가 사육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사육되는 닭은 2배가 늘었고, 소는 감소했다. 말 역시 6배가 늘었지만 2400여 마리에서 1만5000마리로 늘어난 수준으로, 돼지에 비해 사육두수가 절대적으로 적었다.

이처럼 돼지의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남에 따라 여기에서 배출되는 가축분뇨의 수도 크게 늘었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1990년 14 Gg CO2eq에서 4.4배 늘어난 61 Gg CO2eq까지 상승했다. 농업 분야에서 가장 큰 상승폭이다.

악취에 더해 지하수 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불법배출로 질타를 받는 축사 가축분뇨 처리 문제가, 온실가스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 30여년간 지속된 각종 개발 … 푸름이 사라지고 온실가스 흡수도 줄어

이처럼 제주도내 다양한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동안, 이를 흡수할 수 있는 흡수원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제주 중산간에서의 각종 개발이 진행되면서 산림 등 녹지의 면적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토지 가격 상승을 노리거나 각종 개발 이익을 노린 훼손까지 더해지면서 숲이 사라졌다.

최근에는 저지곶자왈에서 2018년 이후 지속적인 훼손으로 마라도 면적의 3분의2가 넘는 곶자왈이 사라진 것이 확인되는 등, 곶자왈 훼손만 해도 수십만㎡가 사라졌다. 상황은 이러한데도 곶자왈을 중심으로 한 태마파크 개발의 사업승인이 이뤄지는 등, 오히려 행정당국 차원에서 산림 면적이 줄어드는 추세에 힘을 더해주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농지 감소와 초지 감소 등이 더해지면서 제주에서 다양한 흡수원에 의해 흡수된 온실가스의 양은 1990년 796 Gg CO2eq에서 2019년 546 Gg CO2eq로 1.4배 이상  줄었다.

가장 위에서부터 2017년도 저지곶자왈 일대 위성사진과 2020년도, 2023년도 위성사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숲이 사라지는 면적이 넓어지는게 나타나고 있다. /사진=카카오맵 및 구글어스 갈무리.
가장 위에서부터 2017년도 저지곶자왈 일대 위성사진과 2020년도, 2023년도 위성사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숲이 사라지는 면적이 넓어지는게 나타나고 있다. 이 훼손으로 인해 마라도 면적의 3분의2에 해당하는 면적의 곶자왈이 사라졌다. /사진=카카오맵 및 구글어스 갈무리.
지난해 선흘 곶자왈에서 부동산개발업자에 의해 대규모 훼손이 이뤄진 현장. /사진=제주도 자치경찰단.
지난해 선흘 곶자왈에서 부동산개발업자에 의해 대규모 훼손이 이뤄진 현장. /사진=제주도 자치경찰단.

이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동시에 흡수량이 줄어들면서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배출량보다 더욱 큰 폭으로 늘아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제주에서 30여년이 지난 동안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2배가 늘었지만, 흡수량을 반영한 순배출량(총배출량-흡수량)은 1990년 1292 Gg CO2eq에서 2019년 4056 Gg CO2eq로 3.1배가 늘어났다.

코 앞의 풍요를 위해 탄소를 흡수할 산림과 농지와 초지를 밀어버리고, 이를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어버린 결과다.

이를 통해 제주는 더 많은 인구와 더 많은 관광객을 기록하게 됐고, 더 많은 자동차를 얻었으며 더 넓은 도로, 더 높은 빌딩 얻었지만 더 많은 온실가스와 함께 더 뜨거워진 제주를 얻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제주 평균 기온은 16.4도다. 이는 70년 전인 1940년부터 1949년까지의 평균기온 14.5도와 비교해 무려 1.9도가 오른 수준이다. 겨울철 혹한과 이상고온, 여름철 폭염도 더욱 심해지면서 이에 따른 피해 우려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2015년 전세계 195개 국가는 지구의 평균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일 것을 골자로 하는 ‘파리기후협약’에 참여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하지만 제주는 이미 194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이미 상당한 수준의 평균기온 상승을 보이고 있다. 기후위기는 뚜렷해지고 있고, 피해도 분명해지고 있다. 

1969년 켈리포니아 해안 최악의 원유 유출이 지구를 지키기 위한 ‘지구의 날’을 만들어냈듯, 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지구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에 더욱 힘을 쏟는다.

제주 역시 이미 위기의 한계점에 도달해있을지도 모른다. 제주도정은 물론 이 섬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역시 위기 속에서 나아가야할 방향을 보여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jeju 2023-04-24 23:33:40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현상황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어촌계 2023-04-24 20:40:54
어촌계들이 무단으로 쏟아부은 콘크리트들이 기온상승에 영향을 주었다고 추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