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03:47 (금)
늘어난 사람들, 바빠진 제주 하늘길 ... 연소시킨 기름 '상상초월'
늘어난 사람들, 바빠진 제주 하늘길 ... 연소시킨 기름 '상상초월'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4.22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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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지구의 날 기획] ②수많은 비행기·차량 가득 찬 제주
제주~김포 한 번 오가는데 약 3톤 연료 사용 ... 탄소배출도 상당
2010년대 이후 차량도 급증 ... 분야별 탄소배출 중 가장 많은 양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60~70여년 전, 혹은 그보더 좀 더 오래 전 제주에는 곳곳에선 밭과 초지와 숲을 쉽사리 볼 수 있었다. 그 밭을 각종 채소들이 채웠고, 때론 매밀꽃이 하얗게 물들이기도 했다. 초지에서는 말과 소가 풀을 뜯었다. 숲에선 제주에 살던 이들이 나무를 해오고, 숯을 만들기도 했다. 숯은 제주의 주요 상품 중 하나였다 .

그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 많던 밭과 초지 중 상당수는 시멘트와 아스팔트에 덮였고, 숲의 면적도 줄었다. 농업과 어업으로 대표되는 1차 산업은 여전히 제주의 주요 산업 중 하나지만, 그럼에도 제주는 달라졌다.

산업구조가 보다 복잡해졌고,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관광산업의 비중이 커졌다. 그 비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제주는 201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도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관광지가 되기도 했다. 

2000년 한 해 동안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412만명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16년 제주 방문 관광객의 수는 4배 가까이 늘어난 1585만을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창궐로 관광업이 직격탄을 맞는 듯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1196만명, 2022년 1380만명의 관광객이 기록되기도 했다.

유명 관광지의 대명사격인 하와이도 연간 관광객이 900만명에서 1000만명에 불과하다. 발리도 600만명이 넘는 수준에 그친다. 오키나와 역시 연간 관광객이 900만명에서 1000만명 수준이다. 제주는 이보다 더욱 많은 수준을 보인다. 

제주국제공항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제주국제공항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이처럼 급증하는 것에 더해 2010년대 들어 제주의 인구 역시 급속히 늘어나면서 제주의 경제는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했지만 이와 동시에 제주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양의 쓰레기와 하수 및 오수 등을 처리해야만 했다. 쓰레기 매립장은 가득찼고, 하수처리장 역시 과부화되면서 정화되지 못한 더러운 물이 바다로 넘쳐 흘러갔다.

하지만 제주에서 사람들의 남긴 것은 이처럼 눈에 보이는 것뿐만이 아니다.

◇ 크게 늘어난 제주 기점 항공편, 하늘에서 태워진 기름의 양은?

지난해 기준 한 해 동안 제주를 찾은 1300만명이 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제주에 오기 위해 각자가 살고 있던 도시에서 공항을 찾아 비행기에 몸을 싣고, 국내석 기준 짧게는 40분에서 길게는 60여분의 비행을 거쳤다. 그리고 제주에서 여행을 즐기고, 다시 비행기에 올라 제주를 떠났다.

이처럼 지난해 제주공항을 이용한 이들은 2958만명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보다 다소 줄어든 수치다. 2019년 제주공항 연간 이용객은 3094만명이었다. 여기에는 관광객은 물론 제주도민도 포함돼 있다.

2010년대 초반이었던 2011년 제주공항 이용객은 1720만명이었다. 이로부터 8년이 지나면서 이용객은 무려 1300만명이 늘었다. 이렇게 늘어난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일평균 운항 항공편도 2011년 330편에서 2019년 480편으로 150편이 늘어났다. 항공편이 늘어난만큼 엄청난 양의 기름이 하늘에서 연소됐다.

제주에서 가장 많은 항공편이 오가는 김포까지의 비행거리는 약 590km다. 국내선에서 주로 사용되는 항공편인 보잉 737이나 이와 같은 급의 에어버스 A320의 경우 제주~김포를 오가는데 약 3톤에서 4톤의 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터(ℓ)로 환산하면 대략 3000~4000ℓ 이상이다.

제주에서 김해공항이나 광주공항, 대구공항 등을 오고 갈 때에도 최단거리를 비행 하진 않는다. 지방공항의 경우에도 비행거리는 450km 이상이다. 이 역시 3톤까지는 아니지만 이에 버금가는 상당한 양의 연료가 소비된다.

김포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제주국제공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서 바라본 제주. /사진=미디어제주.
김포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제주국제공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서 바라본 제주.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를 기점으로 하는 대다수의 항공편이 김포와 이어지고, 다른 지역을 가는 항공편도 제주~김포 노선 못지 않은 거리를 비행한다는 점을 고려해 제주공항을 오간 항공편 당 연료소비량을 3톤으로 보면 2011년에는 하늘길에서 하루에만 990톤의 기름이 연소돼 사라진 꼴이 된다. 이로부터 8년이 지난 2019년에는 하루에만 무려 1440톤의 기름이 사용됐다. 연간 사용량은 52만5600톤이다. ℓ로 환산할 시 5억2000만ℓ 이상이다. 보잉737 등의 기종 이외에 국내선에 사용된 다른 항공기 기종과 더욱 먼거리를 오가는 국제선을 고려하면 실제 사용된 기름은 이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 1대가 제주~김포 노선을 한 번 비행할 때 연소된 기름의 양은, 일반적인 소형 승용차 100대가 제주에서 출퇴근으로 약 일주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양이기도 하다. 나아가 1년 동안 제주를 오간 비행기가 사용한 기름의 양은 소형 승용차 52만대가 약 200일에서 28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이다. 

제주 기점 항공기가 태우는 기름의 양만큼 배출하는 탄소의 양도 상당하다.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는 1990년부터 2019년까지의 지역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990년 제주에서 민간항공 분야 탄소배출량은 126 기가그램 이산화탄소 환산량(Gg CO2eq)이다. 이로부터 29년이 지난 2019년에는 5배 이상 늘어난 651 Gg CO2eq의 탄소가 배출됐다. 이는 2019년 한 해 동안 제주에서 배출된 분야별 탄소배출량 중 세 번째로 많은 탄소배출량이다. 

제주에서 한 해 동안 배출된 탄소의 양 중 민간항공 분야가 세 번째로 많은 양을 배출한다면, 두 번째와 첫 번째로 많은 탄소를 배출한 분야는 어떻게 될까? 도로수송 분야가 1위, 공공전기 및 열 생산 분야가 2위다. 이 중 민간항공과 같은 이동수단인 도로수송 분야에 대해 알아보자. 

◇ 제주에서 늘어난 자동차, 이들이 뿜어댄 탄소도 엄청나

현재 확인할 수 있는 통계 중 가장 오래된 제주의 차량등록 자료는 1994년 통계다. 그 해 제주에는 모두 9만5000여대의 차량이 있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2019년 제주에 등록된 차량의 수는 약 6.2배 이상 늘어난 59만6000대다. 제주 밖에서 운행되는 기업민원 차량을 제외해하면 제주에서 실질적으로 운행된 차량은 약 38만8000대다. 기업민원 차량을 제외해도 늘어난 차량의 수는 상당하다. 특히 2010년대 들어서면서 인구의 폭증과 맞물려 상당한 수의 차량이 늘어났다.

2007년 제주에 등록된 차량의 수는 약 22만9000대 였다 . 그 후로부터 3년이 지난 2010년에는 이보다 2만2000대 가량 늘어난 약 25만1000대의 차량이 제주에 등록됐다. 하지만 다음 3년이 지나면서 증가폭이 두 배 이상 커진다. 2013년에는 차량이 8만3000여대 늘어난 약 33만4000대가 기록됐다. 여기서 3년이 더 지난 2016년에는 13만3000대가 늘어난 46만7000대다. 2007년 이후 차량 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나는데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문자 그대로 ‘급증’이다.

이처럼 차량의 수가 급증하면서 이로 인한 탄소배출 역시 큰 폭으로 늘었다. 1994년 제주의 도로수송 분야 탄소배출량은 613 Gg CO2eq이다. 이는 매년 꾸준히  늘어 2019년에는 1469 Gg CO2eq의 탄소가 배출됐다. 15년 동안 2.4배가 늘어난 꼴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차량의 수가 늘어난 정도에 비해 탄소배출량의 증가가 더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제주에 오기 위해서, 제주에서 이동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이처럼 이동수단에서 배출된 탄소만 해도 1년간 제주에서 배출된 탄소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다양한 활동이 활발해지고, 관광객들 역시 크게 늘어나면서 제주가 풍요로워지는 동안, 우리는 더욱 많은 양의 탄소를 쏟아낸 것이다. 이는 애써 찾아 보려고 하지 않으면 눈에 쉬이 보이지 않아서 더욱 외면하는 것이 수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탄소배출이 급증한 것은 이와 같은 이동수단만이 아니라 수많은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보면 이는 제주의 경제규모가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기사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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