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6:21 (목)
"이게 토론회냐" 학생의 읍소, 돌아온 건 어른들의 비아냥이었다
"이게 토론회냐" 학생의 읍소, 돌아온 건 어른들의 비아냥이었다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4.07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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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경청'은 없었던 제주 제2공항 도민경청회
서로간의 고성과 욕설 난무 ... 향후 경청회도 의문
제2차 제주 제2공항 도민경청회가 6일 오후 6시 서귀포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가운데, 이날 경청회의 모습에 실망한 한 서귀포고등학교 학생이 "이게 토론회가 맞느냐"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유튜브 채널 '빛나는제주TV' 갈무리.
제2차 제주 제2공항 도민경청회가 6일 오후 6시 서귀포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가운데, 이날 경청회의 모습에 실망한 한 서귀포고등학교 학생이 "이게 토론회가 맞느냐"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유튜브 채널 '빛나는제주TV' 갈무리.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욕설과 고성이 난무했다. ‘경청회’라는 이름을 달고 열린 자리였지만 서로간의 '경청’은 부족했다. 심지어 학생까지 나서 울먹거리며 “이게 토론회냐”라고 성토했다. 어른들의 부끄러운 민낯만 가득했던 자리였다.

지난 6일 오후 6시부터 서귀포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제2차 제주 제2공항 도민경청회가 진행됐다. 이날 도민경청회는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1차 경청회와 마찬가지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설명과 찬·반측 대표 의견 제시, 플로어 의견수렴 순으로 진행이 됐다.

하지만 특별한 문제 없이 경청회가 진행된 것은 용역진의 기본계획안 설명까지만이었다. 이후 제2공항 찬성측에서 발표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않은 시점에서부터 고성이 시작됐다.

찬성측의 첫 토론자로 나온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회 강정민 부위원장이 제2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서귀포시 지역구인 위성곤 국회의원이 제2공항에 반대하고 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면서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말하자 반대 측에서 “사실과 다르다”며 고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고성이 지속됐다.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서로에게 고성과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송창윤 제주도 소통청렴담당관이 “서로의 의견발표를 들어달라”면서 제지에 나섰지만 고성이 멈춘 것은 그때 뿐이었다.

박찬식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이 발표에 나서 반대 측의 의견과 제2공항의 문제점을 지적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한 번 고성이 나왔다. 발표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중간 중간 끊어졌다.

이와 같은 모습은 제1차 도민경청회 자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던 부분이다. 제1차 경청회 자리에서는 박찬식 상황실장이 발표를 하면서 제2공항과 관련해 조류 충돌 및 항공수요와 관련된 지적을 이어가던 중 찬성측에서 야유를 쏟아내기도 했다. 찬성측의 한 인원은 박 상황실장를 항해 달려들기도 했으며, 이 이후에도 서로 간에 욕설과 고성을 내뱉으며 충돌 직전까지 갔다.

이런 모습을 많은 제주도민들이 지켜봤다. 이 도민들 중에는 물론 학생들도 있었다. 어른들의 고성과 욕설만 이어질 뿐, 경청과 성숙한 토론이 없는 ‘경청회’가 그대로 아이들에게 노출됐다. 그 아이들은 울먹거렸다.

이날 경청회에서 서귀포고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 학생은 “이럴 줄 몰랐다. 제가 학교에서 배웠던 토론과 의견을 듣는 것은 이런 게 아니었다”고 성토했다. 플로어 측을 돌아보며 “여러분 뭐하시는 건가?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는데, 이게 의견인가. 마음이 아프다”고 울먹거렸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나와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어른들만 XXX라고 하면서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여긴 청소년들의 공간”이라며 “청소년들보고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하고, 공부를 통해 세상을 바꾸라고 하면서 어른들이 미래를 망치고 있다. 그래서 공부할 시간에 여기에 나온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학생이 울먹거리는데에도 이 학생에게 돌아온 것은 어른들의 무시와 고성, 비아냥거림이었다. “학생이 맞느냐”, “학생증을 까라”, “학생은 집에 가서 공부나 해라”등의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어린 학생의 눈물에 대한 답은 이 정도였다. 이날 ‘어른들’의 수준은 겨우 이 정도에 그쳤다.

학생의 울음에 송창윤 제주도 소통청렴담당관은 이렇게 말했다. “학생이 말한대로 우리 경청회를 계속 이렇게 해야할까요? 서로가 의견을 듣는 자세를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서로의 의견을 듣는 자세는 그 후에도 부족하기만 했다.

제2공항 도민경청회는 앞으로 두 차례가 더 예정돼 있다. 이달 25일과 다음달 5월 중에 한 번씩 더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모습이 반복된다면, 경청회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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