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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대장정 ... 제주의 아픔, 세계의 기억으로
4.3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대장정 ... 제주의 아픔, 세계의 기억으로
  • 제이누리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3.27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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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공동기획]①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과 4·3기록물의 가치

평화롭던 제주 섬에 불어닥친 4.3의 광풍이 제주 전역을 휩쓴 지 7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간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다. 진상 규명에 이어 국가 보상금 지급, 재심 재판을 통해 현재까지 1191여명이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했다. 이제 제주4.3은 화해와 상생으로 국가폭력을 극복, 전 세계 과거사 사건 중 모범적인 해결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완전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아직도 의도를 알 수 없는 명예훼손과 역사왜곡 발언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75년 통한의 세월을 관통하는 4.3기록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가폭력의 직접적인 기록과 함께 진상규명과 화해, 국가의 보상으로 이어진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미디어제주·제이누리·제주의소리·제주투데이·헤드라인제주)는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공동으로 75년 간의 기록과 역사에서 제주4.3이 세계에 전하는 진정한 평화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4.3 희생자 유족들이 4.3평화공원 내 묘비 앞에서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있다. [제이누리DB]
4.3 희생자 유족들이 4.3평화공원 내 묘비 앞에서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있다./사진=제이누리DB

[제이누리 이주영 기자] 제주4.3의 역사를 인류 공동유산으로 보존하는 여정이 시작됐다. 제주4·3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되면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1992년 시작됐다. 전세계적으로 기록유산 보존의식이 확대됨에 따라 세계 각국 기록유산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 정식명칭은 ‘세계의 기억(Memory of the World)’이다. 지난 1월 기준 전세계 84개국에서 432건이 등재됐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인류문화의 중요기록을 담고 있어야 한다. 유네스코는 신청 대상 기록물의 진정성·독창성·비대체성·세계적 영향성·희귀성·원형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세계 역사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거나 그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한다. 뛰어난 미적, 형식적, 언어적 가치를 가지거나 형태 및 스타일에서 중요한 표본이 된 경우도 포함한다.

아울러 특정 공동체가 해당 기록유산에 갖는 정서적 애착이나 현재 시점에서 공동체의 정체성과 사회적 응집에 기여하는 경우도 인정된다. 유일한 기록물이거나 소수의 자료만 남아있는 기록물인지도 고려된다. 보관 상태 등 기록물에 대한 훼손 정도도 검토된다.

제주4.3특별법에 따르면 제주4·3은 1947년 3.1절 기념대회 당시 경찰의 발포사건 때부터 1948년 4월3일 무장대의 봉기를 거쳐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 7개월간 군경 토벌대와 무장대의 교전.진압과정에서 다수의 양민이 희생된 사건이다. 정부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제주4·3 당시 적게는 1만4000명, 많게는 3만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잠정 보고됐다. 

진상규명 운동은 1980년대 민간 차원에서 시작됐다. 2000년 1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본격적인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져 2003년 정부보고서가 발간됐다. 같은해 대통령이 국가권력의 잘못을 인정,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사과했다.

이어 2013년 4·3희생자 유족회와 국가권력의 당사자인 경찰 재향경우회의 화해·상생 선언이 이뤄졌고 2014년에는 4·3희생자 추념일이 국가 기념일로 지정됐다. 특히 2021년에는 4.3특별법 개정에 따른 4.3 희생자 유족 보상과 직권재심을 비롯해 추가적인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시작됐다.

4.3 기록물 수집자료. 사진=제주특별자치도.
4.3 기록물 수집자료. 사진=제주특별자치도.

70여년 간의 역사를 담은 4·3사건 기록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이념 대결, 국가 폭력, 민간인 학살 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희귀한 기록 자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적 냉전과 한반도 분단 정세 속에 국가 폭력으로 인한 집단 희생의 아픔을 딛고 ‘진실 규명·화해·상생’을 이뤄낸 과거사 해결 사례로서의 가치도 인정받았다. 

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대한 의견은 2012년 전문가초청 토론회를 계기로 처음 제기됐다. 이어 2013년 도의회 정책세미나에서도 구체적인 추진 의견이 제출됐다. 그러다가 2015년 제67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원희룡 지사가 추진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급물살을 타게 됐다. 2018년부터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기록물 정리 및 학술행사를 비롯해 민간기록물 수집에 나서면서 본격화됐다.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본부가 국가간 분쟁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위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받지 않아 4.3기록물에 대한 유네스코 등재 신청을 할 수 없었다. 

2021년 말에 심사가 재개됐으나 앞서 국내 사전심사를 통과한 '4.19혁명'과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등이 우선 대상에 올랐다. 이에 제주도는 올해 다시 4.3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도전에 나섰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달 20일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같은달 27일에는 문화재청에 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대상 선정을 신청했다.

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대상은 공공기관 생산기록, 군·사법기관 재판기록, 미국 생산기록 등 4·3 당시 기록과 4·3 희생자 심의·결정 기록, 도의회 조사기록, 피해자 증언, 진상규명 운동 기록, 화해·상생 기록 등 4·3 이후 기록을 포함해 모두 3만여 건이다.

하지만 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 남았다. 등재 심사가 격년제로 홀수 해에 이뤄지는 데다가 국가마다 2건 이내로 신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재청의 사전심사도 거쳐야 한다.

문화재청은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 심사를 거쳐 다음달 말 기록물 2건을 최종 선정한 후 내년 상반기에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을 할 예정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는 심의 등을 거쳐 이르면 2024년 상반기쯤 등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게 돼 한 국가만이 아닌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보전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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