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공공공간이 내 주변에 많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공공공간이 내 주변에 많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3.27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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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모두가 다 꽃이야’로 본 놀래올래 가능성

제주도교육청 산하 공공도서관 한 곳에

놀래올래의 ‘높은 담’은 여전히 ‘권위적’

“부족 인력 보충해 다양한 행사 가능하게”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을 여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듯, 건축물을 바라보는 것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다면 어떤 게 좋은 건축물일까. 단순한 건축물의 모양에 끌리는 이들도 있고, 주변 공간까지 포함된 공간에 매료된 이들도 있다. 어쨌건 좋은 건축물은 “아~ 좋다”라거나 “아~ 행복하다”는 표현을 입 밖으로 내게 만든다.

제주 시내에도 그런 공간이 자주 눈에 띈다. 신축이 아닌, 오래된 건물이 그런 느낌을 더 풍겨준다. 제주도교육감 관사로 출발해 ‘놀래올래’로 이름이 바뀐 공간도 그렇다.

교육감 관사는 지난 2015년에 “어떻게 할까?”라는 논의를 거쳤다. 전임 교육감이 관사로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활용 문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그 문제를 발표할 일도 있고 해서, 원도심의 중요한 키워드인 ‘기억’을 꺼내며 보존을 이야기했다. 교육감 관사를 청소년 공간으로, 청소년들이 원도심을 찾는 문화벨트의 중심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구상을 던졌다. 다행히 교육감 관사는 헐리지 않고 ‘놀래올래’라는 이름의 청소년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그러고 보니 교육감 관사 활용방안에 대한 발표를 한 게 2015년 4월이었다. 벌써 8년이 흘렀다. ‘놀래올래’라는 이름은 잘 달았으나, 정작 활용은 미미했다. 교육감 관사를 설계했던 고(故) 김희수 건축가의 건축 의도를 제대로 살리지도 못하고, 제주시 삼도동에 있는 ‘하나의 섬’이 되고 있었다. 게다가 여전히 옛 관사 주변은 ‘높은 담’에 둘러싸여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25일 놀래올래에서 열린 '모두가 다 꽃이야'. 미디어제주
지난 25일 놀래올래에서 열린 '모두가 다 꽃이야'. ⓒ미디어제주

그나마 다행이랄까. 지난 25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이 함께하는 ‘도서관 열린 문화 콘서트’를 놀래올래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주제는 ‘모두가 다 꽃이야’였다. 놀래올래를 찾는 모든 이들, 특히 아이들은 놀래올래라는 공간의 주인임을 선언한 자리였다.

‘모두가 다 꽃이야’는 매번 만날 수 있는 행사가 아니라, 반짝 행사임에도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한다.

우선은 제주도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이 하나가 돼 별도의 행사를 열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책 축제 등이 있을 때 공공도서관이 나섰다면, 지난 25일은 달랐다. 그게 가능했던 점은 제주도교육청 직제 개편도 한몫했다.

제주도교육청 소속 도서관은 제주도서관, 서귀포도서관, 한수풀도서관, 송악도서관, 동녘도서관, 제남도서관 등 6곳이다. 지금까지는 나름의 방식대로 움직였으나 제주도서관 산하에 모든 도서관을 둠으로써 이런 행사도 가능해졌다. 게다가 청소년열린공간인 놀래올래 역시 지난해부터 제주도서관 산하에 포함됐다. 더 다양한 일을 할 공간이 주어진 셈이다. 때문에 개별 도서관과 놀래올래 등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는 건 필수요소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산하 공공도서관이 다양한 이야기를 펼쳤다. 미디어제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산하 공공도서관이 다양한 이야기를 펼쳤다. ⓒ미디어제주

‘모두가 다 꽃이야’는 놀래올래를 어떻게 쓸지에 대한 활용방안을 가늠하게 만든다. 주변을 향해 문을 활짝 열어두고, 주변 이웃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면 좋겠다는 몸짓으로 보인다. 그러려면 거듭 강조하지만 인력 보충은 필수이다.

사람들은 도서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 많지 않음에도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다. 도서관은 책을 매개로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끌어낸다.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하나를 더 붙이자면, 앞서 얘기했듯이 놀래올래의 담을 낮추자. 놀래올래의 높은 담은 예전 관사의 권위적인 모습 그대로이다. 사람들의 눈높이에 담을 맞추면 놀래올래 공간이 사람들의 눈에 들어올테고, 사람들을 자연스레 놀래올래로 유인할 수 있지 않을까. 아울러 내가 사는 주변에 더 많은 공공공간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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