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비행기에서 공중 투하된 분뇨?
벌똥을 아시나요?
비행기에서 공중 투하된 분뇨?
벌똥을 아시나요?
  • 미디어제주
  • 승인 2007.11.1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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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황갈색 이물질'의 정체를 밝혀라

지난 11월 7일은 이상고온으로 유난히도 따뜻한 늦가을 날씨를 보였다. 이날 오전 제주시 황사평 소재 모 사회복지시설에 쌀알 크기의 황갈색 이물질이 승용차의 지붕과 창문 그리고 본닛 등은 물론, 태양광 집열판에까지 온통 뿌려진 것을 보고 당황한 시설 관계자는 화북동 주민센터에 진상규명을 요청하였다.

급기야 화북동 주민센터에서는 보건환경연구원에 황갈색 물질의 정체(?)를 밝혀 달라는 긴급 요청을 하였다. 우리 연구원 직원들은 즉시 현장확인한 결과 황갈색 반점 형태의 이물질들이 주차한 승용차는 말할 것도 없고 주위 건축물까지도 광범위하게 뿌려져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항공기에서 분변을 불법적으로 공중에서 투하한 것이라 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의적으로 분뇨를 몰래 살포한 것이라는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정체불명의 황갈색 반점들을 면봉을 이용하여 질량분석기용 검체는 증류수와 메탄올에 용해시켰고, 현미경 관찰용 검체는 분체상태로 조심스럽게 도말을 채취하였다.

한편으로 비교분석할 대상으로 현장 부근에 한참 만개된 노란색의 털머위 꽃과 들국화 꽃들도 같이 채취하였다. 우리는 이 검체를 질량분석한 결과 검체와 꽃가루 추출물에서는 불포화 지방산의 일종인 리놀레인산과 비타민 E성분인 토코페롤 등이 공통적으로 검출되었고, 人畜분변의 지표가 될 수 있는 스카톨, 인돌 및 빌리루빈 등은 검출되지 않았다.

 구성하는 성분면에서는 꽃가루와 황갈색 반점이 일치하는데, 어떤 경로로 그 꽃가루들이 사방에 쌀알 크기로 뿌려진 것에 대한 인과관계를 찾아낼 방법이 없어 고심하였다.

그런 와중에 일부 직원이 양봉장의 벌들이 활동을 하면서 배출한 분비물에 의한 현상일 수 있다는 제안이 있어 유사한 상황들을 종합하였고, 당시 현장에 꿀벌들이 많이 있었던 점들로 미뤄 벌똥으로 결론을 내림으로써 해프닝은 끝나게 되었다.

 참고로 벌의 배설물에는 꿀과 같은 당분도 같이 있기 때문에, 건조되거나 시간이 지나면 잘 닦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계속 방치할 경우 금속부분은 부식이 촉진되므로 가급적 빨리 배설물들을 닦아주어야 좋을 것이다.

 벌똥에 의한 피해가 발생된다 하더라도 양봉 농가의 소득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 누가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상식으로는 벌들이 반경 2㎞까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주위에 피해가 예상된다면, 민가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양봉을 하는 배려의 마음도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양철신 제주특별자치도 보건환경연구원 환경평가과장>
 
* 이 글은 양철신 보건환경연구원 과장이 제주넷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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