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미디어칼럼> 희망으로 가는 길
<미디어칼럼> 희망으로 가는 길
  • 미디어제주
  • 승인 2005.06.25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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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녁 자식도 영 한달만 허랜허믄 이 어멍 미쳐시냐 헐건디.....”

일주일에 한번 간변사업단의 손을 잡고 외출을 하는 한경면의 아흔살 난 양모 할머니는 손을 잡으며 이게 무슨 노릇이냐고 늙은이 살려 무엇하려느냐며 혀를 차십니다.

그러나 혼자 거동을 잘 못하시는 이 분은 매주 화요일 아침이면, 지팡이를 챙겨 대문 앞에 앉아 계십니다. 

오늘 이 할머니는 지난주에 우리와 함께 사가지고 간 염색약으로 염색을 하였는지, 이웃 할머니와 나란히 검은 머리로 변신을 하고 왔습니다. 

방금 있었던 일도 잘 기억하시지 못하는 노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은 꼬박꼬박 잊지 않고 , 대문 앞이나, 마을 앞 팽나무 아래 기관차량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어르신 외출의 날은 마치 연인과의 약속시간을 기다리는 시골처녀 같습니다.

어르신들의 식사 후 노래 한 꼭지는 그들의 살아 온 세월 그 자체입니다.

틀니가 빠질 듯 이어지는 창가에서부터  열 여섯살에 부르던 일본노래를 누군가 부르면  다시 생각이 났다는 듯 수줍게 일어서는 백발의 소녀들이 오랜 세월을 그대로 건너가곤 합니다.

어르신들의 일생은 끊임없는 고통의 세월이었습니다.

일본의 통치하에 출생하여 청춘을 보내시고, 4.3의 뼈아픈 상처와 전쟁의 소용돌이를 건너 아픔과 통곡의 세월에도 강인한 삶을 살아 오셨습니다. 시대가 성장하고, 경제발전의 바탕을 이루었으되, 발전 된 사회에서는 이미  쓰임을 다하고만 폐품처럼 그늘진 곳에서 삶을 이어오셨습니다.

오늘 우리의 얼굴 뒤에는 그 분들의 눈물과 땀이 있습니다.

소외됨과 설움의 오랜 세월, 이제 우리가 그분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일상적인 관심을 통해 남은 일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모시고 섬기는 일입니다.
 
아픈 자가 남의 아픔을 아는 법입니다. 소외된 자가 소외받는 이의 괴로움을 아는 법입니다.
우리 자활후견기관은 근로빈곤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사업과 경제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기관의 참여자의 대부분은 국민기초의 생계를 지원받고 생활을 이어가는 분들입니다. 모두 가난하고 모자란 사람들이라 남의 아픔을 제 아픔처럼 훤히 읽어냅니다.

“함께하는 밥상, 어르신의 날”을 한경, 애월, 구좌읍에서 어른을 섬기기 위한 일상적인 행사를 진행속에서 민ㆍ관이 협력하고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화합과 일치를 자연스럽게 이뤄내고 있습니다.

우리 농촌은 고령화된 사회로서 어르신들을 섬기는 일은 시급한 문제입니다.

 이에 맞추어 지자체의 노력과 민의 협력으로 북제주군은 노인복지의 향상을 위한 최선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휴양의 농촌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문화놀이, 건강진단, 심신휴양 등을 통해 일상적인 간호, 간병, 위생 등 최소한의 배려는 농촌의 건강한 생활과 아름다운공간으로 만들어낼 것입니다.

지난 겨울, 북제주군 서부지역에서도 빈곤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급식 도시락배달이 있었습니다.

 한림, 애월, 한경의 400명에 가까운 아동들에게 집집마다 도시락배달을 하였습니다.

엄마의 심정으로 식단을 구성하고 조리를 하면서 힘든 생활들을 이겨낸 것은 굶고 있는 아이가 내 아이들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보면, 내 아이가 보이고, 어르신을 보면 내 어머니를 볼 수 있는 사람들 이들이 곧, 소외계층, 근로빈곤층, 기초생활수급자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우리 가족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일구어 내는 것은 그리 작은 것이 아닙니다.

그분들은 일상적인 활동들을 통해 지역으로 향하는 희망의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마음과 배려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게 했습니다.

어른들에게는 일상적인 섬김으로 농촌의 건강함을 유지하게 하였습니다.

지역주민들에게는 화합과 일치를 통해 아름다운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우리는 그들이 일구어낸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게 되리라 믿습니다.

<오근수 북제주자활후견기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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