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8 11:11 (목)
반세기 만에 드러난 제주 조총련 간첩조작 사건의 진실
반세기 만에 드러난 제주 조총련 간첩조작 사건의 진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3.02.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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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원회, “불법감금‧가혹행위 및 허위진술 강요는 재심 사유” 판단
조총련 관련 간첩 조작 사건 당시 공소장 표지와 형사사건부. /사진=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총련 관련 간첩 조작 사건 당시 공소장 표지와 형사사건부. /사진=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50여 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조총련 간첩 조작 사건의 실체가 반세기 만에 햇빛을 보게 됐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지난 14일 열린 제52차 위원회에서 1967년 제주에서 있었던 조총련 관련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불법 감금, 가혹행위 등 중대한 인권침해와 사건이 왜곡됐다고 판단,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이 사건은 1967년 5월 북제주군 구좌면 소재 중학교에서 서무주임으로 근무하던 故 한 모씨가 조총련 관계자와 서신을 주고받고 교장관사 신축비용 명목으로 63만 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 판결이 내려진 사건이다.

한씨는 이 사건으로 1971년 2월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으로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공동 피고인이었던 당시 교장 이 모씨는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1970년 10월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기 전 교장관사 신축 비용을 희사한 이들이 민단에 가입한 사실과 조총련과 관계를 끊고 있다는 사실 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도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이듬해 2월 ‘사실 조사 결과 보고’ 문건을 보냈지만, 법원 판결은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바뀌지 않았고 한씨는 1989년 사망했다.

한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 경찰에 연행된 한씨가 호텔과 여관 등으로 수시로 옮겨가면서 전기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당시 한씨과 공동피고인 이씨는 제주에서 임의동행 형태로 연행돼 서울로 옮겨진 후 호텔, 모텔, 경찰서 보호실, 취조실, 여관 등 장소로 수시로 이동하면서 불법 감금 상태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고, 두 사람이 석방 또는 귀가 조치됐다는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1985년 대법원은 ‘임의동행 형태로 연행됐다 하더라도 조사 후 귀가시키지 않고 경찰서 조사실 또는 보호실 등에 계속 유치함으로써 신체의 자유를 속박했다면 구금에 해당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특히 진실화해위는 한씨가 연행된 후 피의자신문조서가 두 차례 작성된 1970년 10월 16일까지 당시 수사관들이 전기기구를 이용해 고문과 가혹행위를 했을 것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수사기관이 가혹행위를 숨기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한씨 등의 피의자신문조서와 사건 송치기록 중 ‘신체 이상 유무’에 대해 “신체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진술돼 있는 데 대해서도 진실화해위는 “수사관들이 가혹행위를 숨기고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근거를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동피고인 이씨가 항소이유서에서 ‘1970년 9월 28일부터 전기기구를 이용한 가혹행위가 시작돼 10월 6일 새벽에는 정신이 마비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언급한 부분에 주목한 것이다.

한씨와 같이 근무했던 한 참고인도 한씨로부터 ‘워낙 고문이 심해서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하지 않으면 곧 죽을 것 같에서 거짓말이라도 해서 나오지 않으면 죽었을 것’이라면서 ‘견디기 힘든 정도의 고문이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 과정에서의 불법감금, 가혹행위 및 강요는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며 고인이 된 한씨와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국가에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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