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53 (금)
[송미아의 독서칼럼] <15>
[송미아의 독서칼럼] <15>
  • 김형훈
  • 승인 2023.02.16 16:29
  •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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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평론-다매체 텍스트 서평, 비교 독서를 통한 가치 내재화, 아동 및 청소년 독자들에게 독서 활동 방향성을 제시

-차례-

• 민들레 길 따라 피어난 희망
• 서평-『희망을 노래한 밥 말리』
• 비교독서-「민들레 필법의 시인 고정국」
• 독서 활동 방향성 –독서 토의, 생각 꺼내기
• 독서 활동 방향성-독후 활동, 생각 정리하기
• 천자문 동시조 독후 활동- 땅地, 민들레
• 우리 가슴에 내려앉은 민들레 홀씨

※이 글은 월간 『소년문학』 송미아의 독서평론 2월호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민들레 길 따라 피어난 희망

송미아, 별도봉 꼬마 민들레

밥 말리 노래를 들으며 30분쯤 걸었을 때 바위틈에 핀 작은 꽃에 잠시 시선이 갔다. 몸을 수그리고 가까이 들여다보니 엄지손톱만한 민들레 한 송이가 “안녕하세요?”인사하며 방끗 웃었다. 아, 이것이 정녕 하늘이 내린 민들레에게 허락한 꽃대궁의 높이일까. 몸뚱이도 없이 고개만 내민 모습이 귀여웠다. 마치 희망을 노래했던 밥 말리와 고정국 시인처럼 노래와 시로 자연에게 존재를 보여주고 있듯이. 민들레는 이처럼 낮은 곳을 향해 따뜻한 목소리로 희망을 전하려는 것 같았다. 

새 학년을 앞둔 2월, 독서 평론은 희망의 소중함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민들레 길 따라 피어난 희망, 레게 음악 밥 말리”는 안주영 작가의 인물 동화 『희망을 노래한 밥 말리』를 서평하고, 「민들레 필법의 시인 고정국」을 비교 독서한다. 이를 통해 학생 독자들이 희망의 가치를 느껴보고 이를 내재화할 수 있는 다양한 독서 후 활동을 제안해 본다.

 

 

서평-『희망을 노래한 밥 말리』

『희망을 노래한 밥 말리』표지,황연진그림

『희망을 노래한 밥 말리』는 ‘레게 음악의 성자’로 불리는 밥 말리의 인생을 담은 인물 동화로 안주영 글, 황연진 그림으로 지어졌다. 
1945년 자메이카에서 태어난 밥 말리, 그는 영국계 자메이카인이었던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생계에 허덕이는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면서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밥 말리의 삶은 영국의 식민 지배하에 빈곤과 부조리로 점철된 삶을 살아간 자메이카 민중의 작은 축소판이었다. 그의 대표음악인 〈여인이여, 울지 말아요〉는 불우했던 어머니에 대한 헌사이며 자메이카 민중에 대한 희망의 염원이다. 

그는 열 다섯 살 이후 학교를 중퇴하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갔다. 울부짖는 자들이라는 뜻의 ‘웨일러스’라는 그룹을 결성하고 자메이카 민족 음악인 레게 음악의 길을 개척해 세상에 알렸다. 1981년 ‘사랑과 평화의 공연’을 마치고 자메이카 메리트 훈장을 받은 뒤, 젊은 나이에 암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자메이카는 영국에서 독립했지만, 여전히 사회가 불안하고 흑인들이 소수의 백인에게 핍박받는 상황이었다. 이때 흑인 노예들의 애환이 서린 자메이카 토속음악이 1950년대 미국으로부터 전해진 <리듬 앤 블루스>와 만나면서 레게음악이 탄생했다. 레게 음악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특유의 리듬과 어울어지는 편안한 멜로디가 다른 장르와 구별된다. 밥 말리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빈민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모순적인 사회의 모습을 비판하며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소망했다. 

밥 말리는 “나는 교육을 받지 않았습니다. 대신 나는 영감을 받았습니다.”라고 했듯이, 그는 열다섯 살에 음악에 대한 영감을 받고 학교를 중퇴했다. “가는 도중에 우리가 가진 좋은 친구들/우리가 잃은 좋은 친구들,//이 위대한 미래에 당신은 과거를 잊을 수 없어요,/그래서 당신의 눈물을 닦으라고 나는 말해요.” 그의 모든 음악에는 어린 아이의 순수한 시선이 담겨있다. 여전히 빛나는 태양과 곁을 내어준 친구 등은 그에게 정규 교육 이상의 음악적 영감과 그만의 철학을 완성케 했다. 

그 후 용접 일을 하며 음악에 대한 꿈을 펼쳐나갔다. ‘낮에 용접할 때 밥 말리를 괴롭혔던 불꽃들은 밤이 되면 노래에 대한 열정으로 바뀌어 노래할 때의 그의 눈은 별보다 더 환하게 반짝거렸다’라는 작가의 서술에서 밥 말리의 열정이 얼마나 확고한지를 보여준다. 그는 어떤 어려움에도 포기하기 않았고 자신이 상상해온 삶을 향해 걸어 나갔다.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르는 단어는 ‘절실함’이었다. 인종주의를 철폐하고 모든 인간이 존중받는 의로운 사회를 향한 그의 구애는 변치 않는 가치이기에 더욱 절실하다. 그는 자신 안에 갇히지 않고 세상으로 눈을 돌려 끊임없이 레게로 소통했다. 때로는 작은 새가 되고 때로는 물소가 되어 ‘이제 일어나’, ‘새 세상은 곧 올거야’라며 기타를 잡았다. 그의 세계관과 음악에 대한 열정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세계는 여전히 전쟁 중이고 평화와 공존은 여전히 인류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희망의 노래 밥 말리』는 밥 말리의 삶에서 중요한 사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고 읽는다면 더욱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밥 말리의 음악 활동을 중심으로 그의 성장과 열정에 공감해 보도록 한다. 특히 레게 음악의 분위기를 살린 삽화가 읽기 과정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노래 중 밥 말리가 웨일러스를 이끌며 세상에 알린 대표곡을 소개한다. 빈민가의 트렌치타운에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한 <트렌치타운 록>, 쓰레기장을 뒤지며 먹을 것을 찾는 아이들의 실상을 노래로 만든 <게토의 아이들>, 노예로 살아가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셀라시에의 연설문이 인용된 <전쟁>. 사회의 문제점을 담은 <여인이여, 울지 마세요>등이다. 
이 노래들을 들으면 밥 말리의 인생이 노래가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희망을 노래한 밥 말리』 동화 작품 속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희망을 노래한 밥 말리』는 동화책의 그림과 전체 분량, 내용 및 언어 표현 수준으로 보았을 때,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 초기의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을 때 학교 교육 과정의 (6-2 사회 2. 세계 여러 지역의 자연과 문화, 중학교 1 사회 4. 지역마다 다른 문화) 교과서를 배경으로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비교독서- 「민들레 필법의 시인 고정국」

고정국 제공, 탐색

고정국 시인은 1947년 제주도 남원 위미에서 태어나, 1988년 신춘문예 당선 이후 「고정국의 민들레 필법」으로 「시조 1만 계단 내려 걷기」와 「천자문 시조 마라톤」, 「고정국의 시와 시작 노트 낭송」 등의 창발적(*남이 하지 아니하거나 모르는 것을 처음으로 또는 새롭게 밝혀내거나 이루어 내는 일) 역량을 펼치며 시조 세계를 한층 드높이고 있다. 
시집 『진눈깨비』, 『겨울 반딧불』, 『서울은 가짜다』, 고향 사투리 서사 시조집 『지만 울던 장쿨래기』, 시조로 노래하는 스토리텔링 『난쟁이 휘파람 소리』, 관찰산문집 『고개 숙인 날들의 기록』, 체험적 창작론 『助詞에게 길을 묻다』, 전원 에세이 『손』, 특유의 시적 명상과 철학적 반성 『그리운 나주평야』 등의 주요 작품이 있다. 

레게음악과 시조를 비교독서하다니 다소 의아할 수 있다. 정다운 우리 가곡 중에 <옛 동산에 올라>, <가고파>, <성불사의 밤>, <봄 처녀> 등의 노래가사가 시조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시조도 레게음악처럼 사람들에게 향토적인 정감과 독특한 민족의식으로 감동을 주는 음악적 향유가 가능한 문학이다. 또, 시조라는 장르가 레게음악처럼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오고 있다는 점에서 양자 간 공통점이 있다. 레게음악이 토속음악으로 일정한 리듬의 형식을 유지하는 것처럼 시조 역시 정형률의 형식을 지켜오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처럼 시조와 레게 음악이라는 장르의 비교도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밥 말리와 고정국 시인이 추구했던 철학에 주안점을 두고 정리해 본다.

고정국 시인은 요즘 민들레가 사시사철 어디서나 꽃을 피우는 시우(詩友)라며 자주 민들레를 찾아 나선다. 민들레의 존재 방식에서 시조 필법을 찾아낸 시인은 독자는 물론 시조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민들레 필법」이라는 새로운 작법을 탄생시켰다. 그는 민족적·지역적 삶의 애환과 정서를 정제된 언어로 표현해 읽는 이의 마음을 동하게 한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자연과 인간의 삶을 우러러보며 대상의 순수함을 단정하게 세상 밖으로 내놓을 줄 안다. 그래서 민들레 필법은 ‘치장 없는 유려함’이라는 문학의 가장 어려운 과제를 달성해낸다. 
또 제주도민의 상처 입은 영혼과 민초들의 가난 그리고 민주화 투사를 위한 위로와 동참의 시선을 통해 역사적인 아픔을 희망으로 승화시킨다. 그는 시조 본연의 내용미와 형식미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살려내는 생명력 있는 시인이다. 

「시조 1만 계단 내려 걷기」는 즉흥적으로 시조 1만 수를 쓰며 스스로 겸허해진 기간, 즉 ‘내려 걷기’의 시간이라고 시인은 소회한다. 상식의 눈으로 이해하고 만날 수 없는 이른바 메타언어의 세계를 거닐면서 만났던 소수점 이하의 풍경과 언어들이라고 한다. 계단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내려 걷기’라는 의미는 겸손한 자세로 창작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스스로 ‘시조 1만 수 짓기’라는 창작의 수련 과정을 달성함으로써 마르지 않는 영감의 근원을 찾고 부단한 자기 성찰을 완수하려 했다. 

고정국 시인의 「천자문 시조 마라톤」은 우리 언어가 주로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천자문(千字文)의 각 글자에서 주는 뜻과 상징성을 시적 소재로 활용한다. 천자문 속에 담긴 천 개의 생각을 시조의 발상으로 전환하는 훈련 과정에서 어휘력, 시력, 상상력, 순발력 등 엄청난 습작 능력이 향상된다고 시인은 강조한다.

고정국 시인이 쓴 「천자문 시조」는 계간지 『좋은 시조』에 계절마다 20편씩 19회째 연재되고 있다. 아울러 그의 시조와 시작 노트를 낭송 연재하는 인터넷 신문 <제주의 소리>와 <유튜브> 채널이 있으며, 네이버 블로그 <민들레 필법의 산실>에서도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는 학생 독자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고정국 시인의 천자문 시조 한 편과 발상 과정이 담긴 시작 노트를 제시한다.

< 천자문 마라톤 시조- 하늘 天, 방울꽃>
여인의 눈물방울엔 하늘 한 뼘 숨어 있었네
아이의 눈물방울엔 하늘 두 뼘이 숨어 있었네
어버이 눈물방울은 온통 하늘이셨네   -고정국 「방울꽃」 전문

< 천자문 시작 노트- 하늘 天, 방울꽃>
하루 한 번 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은 1990년 관찰 일기를 쓸 때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눈앞에 전개되는 외적 대상과 드러내야 할 내적 풍경이 만나면서 하늘은 어느새 나의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하늘은 네 여인의 눈물방울을 헤아리고 계시다”라는 글귀를 어느 책에서인가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방울’이란 어휘가 나의 글 속에 자주 등장하면서 방울꽃을 만났고, 천자문 시조 첫 자인 ‘하늘 天’의 소제목을 ‘방울꽃’으로 정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돌아가신 부모님의 눈물방울도 뒤늦게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하늘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정확한 거짓말 탐지기임을 글 쓰는 과정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정국의 시작노트 「가장 큰 거짓말 탐지기」 전문

이처럼 고정국 시인은 시적 발상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독창적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아울러 “천천히, 바르게, 끝까지 가라”라는 그의 작가 신조는 제자들에게도 전수된다. 그의 의지와 자세는 무엇을 하든지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그 방면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삶의 진리를 다시금 깨우쳐준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학생 독자들에게도 나름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주어진 하루를 꿋꿋이 책임지려 애쓴다. 지치고 힘들 때 밥 말리의 노래와 고정국의 시조를 접해 본다면 주저앉은 마음을 보듬어주는 무엇인가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들만의 영감이 학생들의 마음을 녹여 다시 희망의 세계로 발 내디딜 힘을 전해줄 것이다. 

 

독서 활동 방향성 –독서 토의, 생각 꺼내기

읽기 전 활동으로 책 제목에 대해 생각해 보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친구들에게 책 표지를 보여 주면서 “밥 말 리가 원했던 세상은 무엇일까”, “밥 말리의 삶에서 음악은 어떤 의미였을까” 등 짐작해 보는 활동을 유도할 수 있다. 읽기 중 활동으로는 『희망을 노래한 밥 말리』에 나오는 음악 장르에 대해서 미리 검색하고 정리해 보는 활동을 권장한다. 읽은 후 활동에는 『희망을 노래한 밥 말리』 내용을 중심으로 생각 꺼내기를 하고, 이어서 비교독서 「민들레 필법의 시인 고정국」의 작품과 공통점을 찾아가며 토의할 수 있다.

독서 토의 활동에서는 먼저 밥 말리가 활동했던 내용을 시간 순서로 정리를 해 본다. 이어서 밥 말리가 웨일러스를 이끌며 했던 활동이 개인 또는 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해 토의를 할 수 있다. 서평에서 제시했던 밥 말리의 대표곡을 유튜브 채널로 감상한 뒤, 그 노래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밥 말리가 웨일러스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등의 발문으로 토의할 수 있다. 아울러 밥 말리의 활동이 자메이카에 끼친 영향에 대해 당시 자메이카의 상황과 연결하여 공연을 한 목적을 꺼내본다.

마지막으로 고정국의 비교독서에서 제시한 시조를 감상하고 비교 독서 토의를 한다. 레게 음악과 현대 시조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밥 말리의 대표 음악과 고정국의 대표 시조에서 추구했던 가치관은 무엇일까. 이들이 오늘날까지 독자들에게 인정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등 다양한 발문을 던지며 비교 확장 토의를 할 수 있다.
 

독서 활동 방향성-독후 활동, 생각 정리하기

독후 활동으로는 밥말리의 레게 음악 인생과 고정국의 시조 인생 중 한 분을 선택하여 그들이 추구했던 철학을 담은 동시조를 써 보는 것을 권장한다. 여기에서는 위에 제시된 고정국 시인의 천자문 시조의 발상 기법을 적용하여 두 인물의 천자문 동시조를 썼던 필자의 독후 활동을 예시로 제공한다. 이 외에 밥 말리나 고정국의 삶의 철학을 담아낸 독서감상문 형식의 독후 활동도 할 수 있다. 
*동시조 짓기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소년 문학』, 김양수 선생님의 “우리글 동시조 짓기” 연재 코너를 참고하면 좋은 배움이 될 수 있다.
 

천자문 동시조 독후 활동- 地 땅 지, 민들레

송미아, 한겨울에 핀 희망

 

地 땅 지 민들레1- 레게 음악 가락으로  

퍼져라, 멀리 퍼져라 레게 음악 홀씨여 
사람과 사람이 만나 밥 말리 노래를 이루듯
노랗게 웨일러스 길에 사랑 평화 이루며

地 땅 지 민들레2- 민들레 필법으로

퍼져라, 멀리 퍼져라 민들레 필법 홀씨여
천자문 천 개의 영감 시조 천 수(首) 이루듯
노랗게 일만 계단에 시조 꽃이 피었구나 
 

우리 가슴에 내려앉은 민들레 홀씨

밥 말리의 음악은 지친 영혼에 ‘자 다시 일어나보자’라고 건네는 희망의 두드림이다. 인종주의를 철폐하고 모든 인간이 존중받는 의로운 사회를 향한 그의 구애는 웨일러스를 이끌며 레게 가락으로 세상과 소통했다. 단조롭지만 가볍지 않은 레게 리듬 위에 영혼을 다독이는 간결한 곡조다. 그리고 조용히 말 걸어오는 듯한 가사까지 듣는 이에게 참으로 묘한 여운을 남긴다. 가슴 깊은 곳을 훑어내고 나온 그의 음색은 레게 음악의 진정성을 더욱 깊이 있게 완성한다. 

고정국 시인 역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민들레 필법을 추구하는 그의 작품에서 문학적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민들레와 들꽃들은 언제나 낮고 그늘진 곳에서 가녀린 모습으로 피어난다. 시인은 이처럼 중심부에서 밀려난 민초들을 자연물에 투사한다. 천자문 시조와 시조 일만 수(首) 짓기를 완성한 그의 시편들은 우리의 삶에서 만나는 외로운 영혼들을 달래주는 진혼곡이 된다. 

밥 말리와 고정국 시인의 생애는 자신의 꿈을 지키며 희망을 전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 마음의 밭에는 어떤 씨앗이 자라고 있을까. 밥 말리는 레게 음악을, 고정국 시인은 시조의 씨앗을 키웠다. 이들은 바랄 것이다. 세상에 뿌린 민들레 홀씨가 모든 이의 가슴에 살포시 내려앉기를. 씨앗에 물을 주어 어떤 꽃을 피울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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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설리반7 2023-02-17 13:51:26
세상은 험난하나 살아갈 구멍을 찾는 우리는 희망이라는 씨앗을 품고 키워갑니다. 지구 저편에 사는 말리도, 내 옆에 사시는 고정국 선생님도, 또 모르는 어떤 이도 희망이라는 씨앗을 부여잡고 노래하고 있으니 이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비교 독서를 하는 것도 폭 넓게 세상의 연결고리를 찾아 힘을 얻어 사는 방법으로 좋아보입니다~~

김재경 2023-02-19 20:18:09
저녁시간 아이와 칼럼을 함께 읽으며 올 한해 어떤 씨앗을 심고 소중히 가꿔야할지 이야기하며 서로를 응원합니다. 그러다 고정국 시인의 <천자문 시작 노트- 하늘 天, 방울꽃>에 또 감동 한 바구니 TT
덕분에 행복한 시간 보냈어요~좋은 글 감사합니다.

하늘 2023-02-17 21:10:09
밥 말리 레게 음악 처음 들어봅니다. 작가님 덕분에 유튜브에 밥 말리를 쳐 보니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조가 노래와 연관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고정국시인님의 시와 시작노트도 처음 감상하게 되었고 이렇게 감동어린 시조로 우리에게 위로를 주시는 작가님이셨네요. 방울꽃이라는 시조가 내내 마음 속에 남습니다.

나무와 연못 2023-02-17 20:37:53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묻히고 마는데, 짓밟힌 삶의 슬픔을 레게와 시조로 흘려 보내며 견디고 견뎌왔겠지요
민들레 필법은 그들의 아픔을 대신한 목소리라 여겨집니다
비교독서 칼럼이 큰 울림으로 와 닿습니다

차은정 2023-02-17 20:55:03
그 무언가에게 영감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받은 영감을 잘 흡수하여 발현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또한,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걸 체득하여 꺼내는 과정까지 A/S를 해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면... 꿈은 크고 갈 길은 멀지만, 책이 항상 곁에 있어주리라는 걸 알기에 한 걸음 또 내딛습니다. 작가님 글 덕분에 생각 한 모금 머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