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옛 아카데미극장을 둘러보니 “답이 나오지 않는다”
옛 아카데미극장을 둘러보니 “답이 나오지 않는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2.10 13: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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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제주아트플랫폼 조성 TF’ 현장실사를 보고
옛 아카데미극장 1층. 미디어제주
옛 아카데미극장 1층.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왜 샀을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제주시 삼도동에 위치한 옛 아카데미극장을 마주하니, 그 생각이 머리를 사로잡는다.

옛 아카데미극장은 수년째 문을 닫았다. (가칭)‘제주아트플랫폼’을 구축하는 논란의 대상지였다. 슬럼화됐음은 물론이다. 둘러보니 솔직히 얼마의 돈을 쏟아부어야 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제주아트플랫폼 조성 TF’ 위원을 참석시킨 자리에서 현장실사를 진행한 10일. 지상 8층에 달하는 건물을 왜 샀는지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옛 아카데미극장은 건축적 가치는 사실상 ‘제로’인 상태이다. 이 건물을 사들인 제주도의 강렬한 의지를 바라보니, 그동안 건축적 가치를 지닌 수많은 건축물들은 왜 파괴하게 놔뒀는지 의문이 든다. 원도심에 있던 옛 제주시청사 등은 다 부수게 놔두면서 말이다. 그러니 옛 아카데미극장을 사들인 의도를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80억의 예산으로 제주아트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올해 공공 공연예술 연습장 조성에 20억원, TF 운영에 들어갈 돈 1억원, 설계에 4억원을 빼면 남는 돈은 55억원 뿐이다. 그걸로 제주아트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가능할까? 결론으로 말하면 ‘불가능’이다.

옛 아카데미극장은 지하 3층, 지상 8층을 모두 건드려야 제대로 된 건축물로 태어날 수 있다. 사실상 ‘뼈대’만 남기고 완전하게 갈아치워야 한다. 11층 건축물을 남은 돈 55억원으로 되살리는 건 그래서 불가능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돈만 더 있으면 된다. TF 한 위원은 아트플랫폼사업은 도로사업에 드는 예산만도 못하다고 한다. 맞는 말인데, 틀린 말이다. 쓸데없는 데 돈을 들이지 않아야 그 말은 성립된다. 옛 아카데미극장을 사들인 행위는 가치 없는 건축물을 사들인 ‘쓸데없는’ 행위이다. 그걸 상쇄하려면 ‘가치 있는’ 행위를 해야 한다. 가치 있는 행위란 무엇일까. 세금을 잘 쓰라는 뜻이다. 아울러 구축될 제주아트플랫폼을 ‘예술인의 것’이 아닌, ‘도민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가치 있는’ 행위가 된다.

옛 아카데미극장을 둘러보고 있는 '제주아트플랫폼 추진 TF' 위원들. 미디어제주
옛 아카데미극장을 둘러보고 있는 '제주아트플랫폼 추진 TF' 위원들. ⓒ미디어제주
옛 아카데미극장을 둘러보고 있는 '제주아트플랫폼 추진 TF' 위원들. 미디어제주
옛 아카데미극장을 둘러보고 있는 '제주아트플랫폼 추진 TF' 위원들. ⓒ미디어제주

옛 아카데미극장을 사들은 100억원은 절대 껌값이 아니다. 제주도민들의 세금으로 만든 돈이다. 그래서 앞으로가 중요하다. 55억원이 아닌, 그것의 몇 배를 더 들여야 제대로 된 제주아트플랫폼이 구축될 수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2025년 상반기에 제주아트클랫폼을 개관할 예정인데, 돈을 어디선가 가져와야 한다. 그 돈을 다시 도민의 세금으로 쓸 생각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수많은 세금 낭비 사례를 봐왔다. 공무원들은 마치 자기 돈처럼 세금을 쓴다. 세금은 도민이 내고, 생색은 자기들이 해왔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런 행위를 하는 공무원들을 봐줬다. 지금부터는 도민들도 눈을 똑바로 떠야 한다. 세금, 곧 ‘내 돈’이 들어가는 일은, 눈을 부라리고 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제주아트플랫폼은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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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23-02-10 13:50:37
김형훈 기자님 글 잘 읽었습니다.
이런 기사를 써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도민들이 깨어야 함에 동의합니다.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