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훼손되는 오름, 제주도 대책 제자리 ... 보전 대책도 말로만?
훼손되는 오름, 제주도 대책 제자리 ... 보전 대책도 말로만?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2.06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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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부 대표 금악오름 훼손 가속화, 지적도 꾸준
토지주, 휴식년제 부정적 ... 제주도 협의 1년 제자리
다른 오름 보전 위한 방안도 계획만 ... 관련 예산 0원
제주도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최근 금악오름 분화구 모습. 탐방객들의 답압에 의해 심각한 수준의 훼손이 나타나 있다. /사진=제주도청 홈페이지.
제주도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최근 금악오름 분화구 모습. 탐방객들의 답압에 의해 심각한 수준의 훼손이 나타나 있다. /사진=제주도청 홈페이지.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의 대표 오름 중 하나인 금악오름의 훼손이 심화되고 있지만 행정당국에서는 이와 관련해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다른 오름들에 대한 관리 방안 마련도 계획만 세워두고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지난 3일자로 ‘금오름’으로도 불리는 금악오름의 훼손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쓴 민원인은 “현재 금오름 정상부 분화구 훼손이 복구가 가능할지 의문일 정도로 훼손이 심각하다”며 “평일에도 주차장에 수십대의 차량이 들어와 있고, 많은 사람들이 분화구로 내려가는 것이 목격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1년부터 몇 차례 (금악오름 훼손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와 있는데, 어째서 훼손이 이렇게 방치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조치가 시급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민원인의 지적처럼 금오름의 정상부 훼손 문제는 사실 오래 전부터 지적을 받아 온 사항이다. 2021년에도 제주도청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에 “금오름 분화구에 마구잡이로 사람들이 풀을 밟고 들어가고 있다”며 “분화구 안 식생이 생각보다 많은 위협을 받고 있다.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에도 “분화구 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며 “이 때문에 분화구 주변이 심하게 훼손됐고, 복원이 이뤄지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최근 금악오름 분화구 모습. 분화구의 일부분에서 훼손이 나타나 있고, 그 위로 많은 탐방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제주도청 홈페이지.
제주도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최근 금악오름 분화구 모습. 분화구의 일부분에서 훼손이 나타나 있고, 그 위로 많은 탐방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제주도청 홈페이지.

이와 같은 지적처럼 금악오름 정상부는 현재 분화구로 내려가는 길이 탐방객들의 답압으로 인해 상당한 수준으로 파헤쳐져 있는 상황이다. 금오름은 제주시 서부의 대표적 오름 중 하나로 탐방로 정비가 잘 이뤄져 오르기 수월할 뿐더러 풍광이 뛰어나고 뮤직비디오와 방송 등으로 소개까지 되면서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훼손의 정도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와 관련해 뚜렷한 조치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는 2021년부터 금악오름의 훼손 문제가 지적되자 자연휴식년제를 포함한 다양한 훼손방지 방안 검토를 위해 토지주와의 협의에 나섰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토지주가 자연휴식년제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금악오름은 마을목장 조합의 소유로 알려져 있다. 

금악오름이 사유지이기 때문에 오름의 관리와 관련해 제주도가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상황에서, 토지주가 자연휴식년제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자 금악오름 관리를 위한 협의는 1년이 지나도록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향후 자연휴식년제 지정을 하지 못하더라도 일부 훼손된 부분에 대해 복원을 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입장이다.

금악오름이 사유지이기 때문에 설사 자연휴식년제가 이뤄지더라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사유지임에도 불구하고 가속화된 훼손에 의해 자연휴식년제로 지정됐던 용눈이오름이 있다. 용눈이오름은 많은 탐방객들의 방문으로 일부 탐방로와 정상부가 심각한 수준으로 훼손됐다. 이에 따라 2021년 2월부터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다.

하지만 용눈이오름을 소유하고 있는 마을회에서 출입제한에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제주도는 결국 훼손 방지시설을 충분히 갖춘 후 올해 중에 일부 구간에 대해 자연휴식년제를 해제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많은 탐방객들의 방문에 따라 답압에 의해 훼손된 용눈이오름./사진=제주특별자치도.
많은 탐방객들의 방문에 따라 답압에 의해 훼손된 용눈이오름./사진=제주특별자치도.

자연휴식년제로 지정된 오름이 2년만에 일부구간에 한해 개방이 이뤄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자연휴식년제에 들어갔다가 가장 최근에 개방이 이뤄진 송악산의 경우도 휴식년제 이후 6년이 지나서야 일부 구간 개방이 이뤄졌다.

제주도 역시 용눈이오름의 휴식년제가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사유지인데다 토지주의 입장을 고려 안 할 수 없어 부득이 휴식년제 해제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금악오름도 사유지이기 때문에 자연휴식년제에 지정이 되더라도 용눈이오름의 사례를 밟을 수 있다.

나아가 제주도내 다른 오름들에 대한 관리도 진전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1월 제주도내 오름의 관리 강화를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오름 기본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는 오름 탐방로 훼손 방지와 탐방객의 탐방만족도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오름탐방 총량제 기반 구축’이 제시됐었다.

개별오름에 대한 탐방인원과 훼손 정도를 미리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오름탐방 사전예약제 등을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기본계획에서는 이와 관련해 올해 2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관련 내용을 추진한다는 대략적인 계획이 제시됐다.

하지만 제주도가 수립한 이 계획과는 달리 올해 제주도내 오름 관련 예산 중 오름탐방 총량제 기반 구축 예산은 0원이다.

오름탐방 총량제는 앞서 2016년 ‘오름종합계획’에서도 제시된 내용이지만 그 이후 5년 동안 말뿐인 계획으로 남았다. 올해도 당초 계획과는 달리 관련 예산이 전혀 배정되지 않으면서 진전을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오름 관련 예산은 자연휴식년제 오름에 대한 모니터링 예산과 다랑쉬오름 탐방안내소 운영 예산, 일부 오름의 안내판 정비 예산 등만이 책정돼 있는 상태다.

이처럼 계획만 세워놓고 정작 관련 예산 등은 배정되지 않은데다, 일부 오름의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에 대한 행정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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