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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공분(公憤) 어찌 감당하려는가
사회적 공분(公憤) 어찌 감당하려는가
  • 문익순
  • 승인 2007.11.1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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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익순 제주특별자치도 사무관

코발트빛 하늘아래 가녀린 코스모스와 은빛 억새꽃 물결이 바람에 일렁인다. 소슬바람불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 만추(晩秋)의 산하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관, 탐스런 황금빛 감귤이 길 떠나는 나그네의 시선을 붙든다. 예로부터 이 장관을 귤림추색(橘林秋色)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귤림추색은 영구춘화(瀛丘春花), 녹담만설(鹿潭晩雪)등과 더불어 영주십경의 하나로 꼽히는데 주저함이 없었으리라.  

 사계의 진녹색자태에 도도한 기개를 뽐내며 뙤약볕 한여름에 가을의 결실을 잉태한 감귤나무. 진녹색 잎사귀 연둣빛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황금빛 열매는 이방인에게 남국의 정취를 선사하고, 농부에게는 고귀한 환금작물(換金作物)이 아니던가. 예전에 대학나무로 명성을 떨치던 감귤도, 이제는 판로를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재배면적 증가와 과잉생산 때문이다. 어찌 세월의 무게와 시대의 변천만을 탓하랴.

 모든 경제재는 수요공급의 원칙이 적용된다 할 것이므로 수요 없는 공급은 없다. 원칙을 깨뜨린 무분별한 출하는 가격하락을 부채질하고, 특히 저급품의 출하는 감귤산업의 쇠락을 재촉한다. 요즘과 같은 참살이 시대, 소비자는 양보다 질, 가공되지 않는 원초적 참맛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착색감귤, 당도가 떨어지는 저급품 감귤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고품질이 아니면 자유경쟁시장체제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불량감귤이 시장을 교란하는데 어느 소비자가 생산자를 믿고 감귤을 사먹겠는가. 소비자가 외면하는 상품의 가격하락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제주도에서는 고품질 감귤생산을 위해서 불량과 열매솎기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사회단체와 자원봉사자, 공무원들이 직접 나섰다. 특히 대다수 공무원의 열매솎기 참여로 감귤농가의 사익을 위해 공익이 희생된다는 사회적 비난여론까지 감수하면서 얼마나 노력했던가. 이제 출하시기가 도래되어 많은 인력을 투입해서 불량감귤유통단속에 임하고 있다. 이러한 고품질생산출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량감귤이 유통되어 ‘07. 11월 현재 100여건이 단속반에 적발되었다고 한다.

 행정이 시장개입은 감귤소득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아서이다. 감귤은 1차 산업 조수입 2조 3174억원 가운데 55.3%(2006년도)를 점유하는 우리지역사회의 주 소득원이기 때문이다.

 열과 성을 다해서 고품질의 감귤을 생산한 농가가 대다수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는 말이 있다. 편협하고 그릇된 사고방식의 소수에 의하여 선량한 다수가 희생되고 있다. 탈법행위로 지역사회에 미치는 해악에 수반되는 그 사회적 공분(公憤)을 어찌 감당하려 하는가. 불법, 탈법행위를 감시하고 고발함이 마땅하다. 불량감귤 유통행위를 꼭 근절하겠다는 굳은 결의의 사회적 일체감을 조성하여 감귤을 살리고 지역경제를 살리자.

<문익순 / 제주특별자치도 농업정책담당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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