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9:15 (목)
실업급여라는 선택지
실업급여라는 선택지
  • 정경임
  • 승인 2023.02.02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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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Happy Song] 제16화

제주에서 일자리기관에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든 생각이다. 정부에서 실업급여를 손본다는 기사를 읽으며 미화 업무를 보는 분,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분,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일자리기관에서 일하는 직업상담사들은 워크넷에 올라온 구인공고를 보고 알맞은 구직자들을 검색한다. 워크넷에 등록된 구직자들 중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중 주로 몸으로 일하는 직종에 종사했던 구직자들과 상담할 때는 조기재취업 의사를 묻는 것도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몇 년간 몸을 많이 쓰며 일하다 보니 안 아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분들에게는 몸을 쉴 시간이 필요하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문구가 이분들에게 딱 맞을 듯싶다.

# 제주의 일자리

제주에는 농업 직군, 농산물 활용한 6차산업 직군, 호텔과 음식점, 관광지 등 관광객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군, 요양시설과 관련된 직군의 일자리가 가장 많다. 사계절 내내 농산물이 수확되다 보니 일용직 근로자 수요가 많고, 농산물을 이용하여 제품을 만드는 6차산업에는 생산직 근로자와 사무원, 마케팅 직종의 일자리가 있다. 특히 서비스직과 관련한 일자리가 많다. 반질반질한 대리석 바닥과 좋은 향기가 나는 호텔을 유지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교대 근무하는 미화 근로자들이 있고, 호화로운 호텔 식사를 내기 위해서는 호텔 뒤편 공간에서 숨가쁘게 일하는 근로자들이 있다. 어느 호텔에서 주방 관련 근로자를 채용한다고 해서 구인상담을 한 적이 있다. 야채 세척원과 컵만 나르는 직원, 테이블에 놓는 린넨만 접는 직원 등 정말 다양한 일자리가 있다. 그들이 일하는 공간에 들어섰을 때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이 그대로 재현된 것 같았다. 배 아래에서 쉴 새 없이 석탄을 태우며 노를 젓는 근로자들의 온몸에 땀줄기가 흘러내리는 장면을 보고 가슴이 턱 막혔다.

# 실업급여의 향방은?

1월 5일자 <매일경제>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서 실업급여 개편 기사를 다루었다. 제목들은 하나같이 실업급여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 또는 구직의사 결여를 언급하며 마치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을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모는 듯했다. 기사 제목만 봐도 ‘현금살포 끝’, ‘고용기금 고갈에 실업급여 확 줄인다’, ‘실업자 돕다 곳간 빌라’ 등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고용기금 고갈에…실업급여 20% 깎는다’라는 내용은 사실과 다릅니다.”라는 제목의 해명·반박 자료를 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부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국가재정운용계획지원단에서 제시한 고용보험 개편방안에 대해 관여한 바 없으며, 현재 방침은 확정된 것이 전혀 없습니다. 아울러 그간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었으나, 향후 일상회복과 사업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정안정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2년 말 수입·지출의 재정수지가 균형을 이루고, 23년부터는 정부 차입금(공자기금 예수금) 없이 재정수지가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실업급여의 효용성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근무기한 충족과 더불어 이직확인서에 적힌 퇴사사유가 중요하다. 계약만료로 퇴사한 근로자 말고는 퇴사사유가 다양한데, 업주에게 밉보여 해고임에도 개인사정으로 적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퇴사를 앞두고 있는 근로자들은 치사하고 더러워도 퇴사일까지 업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편 실업급여는 구직활동을 한다는 전제로 받는 것이다. 그런데 몸고생 마음고생하며 직장생활을 한 사람들이 조금은 쉬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직장생활을 하며 놓쳐버린 건강을 되찾으려 애쓸 수도 있고, 새로운 활기를 얻기 위해 여행을 다닐 수도 있으며, 업무에 필요하거나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교육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실업급여는 고용연계형 성격을 띠고 있어 실질적인 구직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하지 않으면서 운동하고 여행 다니고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나마 실업급여라도 받아 나 자신을 점검하고 회복하고 또 기운을 내서 재취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놀고 먹는다’는 낙인은 찍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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