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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교통과 제주도민 안녕을 바라다, 화북 '해신제' 봉행
해상교통과 제주도민 안녕을 바라다, 화북 '해신제' 봉행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1.26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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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화북포구 해신사에서 해신제 봉행돼
"바다 건너는 것 이롭게 해달라" ... 도민 안녕도 빌어
도 조례로 지원 '도제' 성격 ... 정작 "제주도 관심 적어"
26일 오전 제주시 화북동 화북포구에서 '해신제'가 봉행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26일 오전 제주시 화북동 화북포구에서 '해신제'가 봉행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척박한 제주 땅에서 목숨을 걸고 바다로 나갔던 이들이 올렸던 제사의 맥을 잇는 ‘해신제’가 화북동에서 열렸다.

제주도 해신제 봉행위원회는 26일 오전 10시 제주시 화북동 화북포구에 위치한 해신사에서 해신제를 지냈다.

해신제는 전통적으로 바다에서 삶을 일궈나가야 했던 제주도민들이 바다에서의 안녕과 풍어 등을 바라며 해신에게 제사를 지냈던 것에서 유례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14개 읍·면·동에서 해신제와 같은 성격의 제사가 열리는데 그 중에서도 화복동의 경우는 뭍지방과 거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제주성과도 가장 가까운 포구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화북에서의 해신제는 제주와 뭍지방을 잇는 해상교통의 안전을 기원하는 성격도 갖고 있다.

화북동의 해신사에는 해신이 해상교통의 안녕을 지켜준 전설이 내려오기도 한다. ‘탐라실기’에 따르면 화북동 일대는 당초 수심이 얕고 모래가 많아 선박의 출입 불편했다. 하루는 제주목사가 탄 배가 제주를 향해 오던 중 풍랑을 만나 배에 구멍이 나고, 침몰한 위기에 처했다. 이 때 큰 뱀이 나타나 배에 난 구멍을 막았고, 목사 일행은 제주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목사일행이 제주에 도착한 이후 배의 구멍을 막았던 뱀은 육지의 한 굴로 사라졌는데, 목사 일행이 이를 보고 그 자리에 사당을 만들었고, 그것이 해신사이 기원이 됐다는 이야기다. 그 후 제주에 목사가 부임해 올 때마다 해신사에 와서 “해신의 도움으로 무사히 항해를 마쳤다”고 고해 바쳤다고 한다.

실제 제사에서도 축문에서 해상교통의 안전을 기원하는 내용이 강조되고 있다. 축문에서는 해신을 향해 “바다를 건너는 것이 이롭게 해달라”라고 기원하며 “어룡이 놀라지 않도록 해주시고, 말없이 도와달라”고 청한다.

이외에도 “육지 마을에 고르게 은택을 내려 사람마다 복을 누리도록 해달라”며 바다만이 아니라 육상에서 생활하며 살아가는 제주도민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해신제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은 1820년이다. 그 당시 제주목사 한상묵이 바다에서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화북 포구에 ‘해신사’를 만들면서 화북에서의 해신제가 공식적인 제사로 인정했다.

그로부터 160여년이 훌쩍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는 화북동 마을회에서 제사를 주관해왔다. 이어 2017년 말 ‘제주도 해신제 봉행위원회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지면서 제주도정의 지원을 받는 ‘도제’의 성격을 띄게 된다. 그 후 매년 음력 1월5일 화북포구 일대에서 ‘해신제’가 열리고 있다.

26일 오전 제주시 화북동 화북포구에서 '해신제'가 봉행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26일 오전 제주시 화북동 화북포구에서 '해신제'가 봉행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내에서 이처럼 조례를 통해 제주도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도제’ 성격의 제사는 화북동에서의 해신제와 아라동에서 열리는 ‘한라산신제’ 뿐이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도제’의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해신제에 대한 제주도의 관심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특히 같은 도제의 성격을 지니는 ‘한라산신제’는 조례상으로 ‘초헌관은 도지사를 당연직으로 한다’고 명시, 제사에 도지사가 참석해 봉행하도록 하고 있지만 화북 해신제는 도지사의 봉행은 커녕, 참석 자체도 요원하다.

2019년에는 당시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가 초헌간으로 제를 올렸지만, 그 이후에는 화북동장이 초헌관으로 제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산신제의 경우 김희현 제주도 정무부지사가 초헌관을 맡고 강연호 제주도의호 농수축경제위원장이 아헌관을 맡아 제를 올린 것과는 대조된다.

김충임 해신제봉행위원회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한라산신제와 같이 해신제에도 제주도정의 관심이 모아진다면 관련 시설의 유지보수나 해신제를 중심으로한 문화축제 육성 등이 더욱 수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서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화북동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제주도의회 강성의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화북에서의 해신제는 바닷길의 안전과 제주도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이기 때문에, 제주도정 차원에서 보다 도제답게 운영을 해야하는데, 지금은 마을에서 진행하는 제사 수준으로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그러면서 “도제를 관할하는 세계유산본부와 도제의 운영 방안이라던가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제주도정에서 이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정에서도 이와 관련해 고민점들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제주도내 14개 읍·면·동에서 해신제와 같은 성격의 제사가 열리는데, 화북 해신제만 조례로 지원을 받는 부분에 대해 일각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화북의 해신제를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같은 ‘도제’의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라산신제의 경우 제주도지사가 당연직으로 초헌관을 맡고, 해신제의 경우 화북동장이 초헌관을 맡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에 대한 조정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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