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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송악산 지키기 위한 30년 걸친 이야기, 지금도 이어져
제주 송악산 지키기 위한 30년 걸친 이야기, 지금도 이어져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12.30 14:5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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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읍에서 나고 자란 송악산 지킴이, 김정임씨
1980년대 공군기지 건설 때부터 활동 나서
최근 뉴오션타운 건설 반대에서도 주도적 역할
'파타고니아' 그녀 이야기 책에 담아, 곧 나올 예정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수십년 전 기억들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있기도 한다. 그런 기억들은 때때로 떠올라 추억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오래된 기억으로부터 삶이 만들어진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나고 자란 김정임씨에게는 송악산이 그런 기억의 장소다.

“어릴 때 학교에서 봄 가을 소풍을 송악산으로 갔었어요. 그 때는 집도 많이 없었고, 길도 비포장도로였는데, 그런 길을 한 2시간 씩 걸어서 하모리에서 송악산까지 가곤 했었죠. 그렇게 송악산에 도착하면 점심 먹을 시간이 되는 거였죠. 거기서 점심 먹고 모여 앉아 노래도 부르고 보물찾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걸어오면 저녁이 되곤 했어요. 그렇게 다녔던 송악산이 너무 좋았죠. 그런 기억들이 남아 있던 송악산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하곤 했었어요.”

그녀는 송악산에서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했고, 그 기억을 지키고 싶어했다. 나아가 송악산 자체를 있는 그대로 지키고 싶어했다. 그렇지만 세상은 그녀의 바람대로 움직이지만은 않았다.

송악산 전경. /사진=제주관광공사.
송악산 전경. /사진=제주관광공사.

송악산을 중심으로 한 개발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80년대 말이었다. 그 개발 논의의 시작은 민간 개발도 아닌 ‘군사기지’였다. 그 당시 송악산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공항 건설에 더해 공군기지 건설이 추진됐다. 이어 1999년 12월 말에는 송악산 분화구 내부를 개발하는 내용이 포함된 레저타운 개발사업의 추진이 이뤄졌고, 2010년대 부터는 송악산 인근 유원지 부지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숙박시설 건설 추진이 이뤄졌다.

30여 년에 걸친 개발 움직임이었다. 이 안에서 김정임씨는 송악산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단순히 생각으로만 그치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투사가 됐다.

◇ 1980년대, 송악산에 공군기지를 만들려던 움직임

“송악산과 관련해서는 크게 세 번의 싸움이 있었죠. 80년대와 90년대, 그리고 지금. 80년대 송악산 공군기지는 제가 결혼한 바로 다음해에 이슈가 됐어요. 그 당시 저는 다른 지역에서 한겨레신문을 1500부 정도를 받아와 지역에 보급하고 있었는데, 그 때 5cm x 5cm 정도 되는 작은 지면에 송악산에 뭔가를 짓겠다는 기사가 난 거에요. 그게 공군기지였죠.

그 때는 정말 엄혹한 시절이었어요. 4.3 이야기도 아예 말을 꺼내지 못할 시대였는데, 그래도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 천주교 신부님이나 교회 목사님들을 강제로 연행시키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 때 알고 지내던 목사님과 함께 뭐라도 해봅시다 해서 송악산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어요.”

김정임씨는 송악산에 공군기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누구보다 바삐 움직였다.

“우선 지역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어요. 아울러 지역 청소년들에게 송악산의 가치에 대해 알려주기 시작했죠. 나아가 지역주민들에게도 관련 내용들을 전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확성기가 달린 차량을 타고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송악산에 공군기지가 들어서면 안된다는 내용을 알리고 다녔죠.

김정임씨가 송악산 인근에서 송악산 개발을 막기 위한 피캣 시위에 나서고 있다.
김정임씨가 송악산 인근에서 송악산 개발을 막기 위한 피캣 시위에 나서고 있다.

그 때 저는 임신을 한 상태였고, 큰 아이가 3살이었어요. 그런데도 저는 마이크를 들고 외쳤고, 차량 운전은 남편이 하고 있었죠. 저는 그렇게 송악산 공군기지 반대와 관련된 내용을 계속 홍보하고 다녔고, 비대위는 또 비대위대로 활동을 이어나갔죠”

그때가 1988년이었다. 그 때 정부도, 군도, 제주도도 송악산에 공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한 이와 같은 노력에 결국 발을 뺄 수밖에 없었다.

송악산 개발의 두 번째 움직임은 1999년 이뤄졌다. 그 해 12월 송악산 분화구 내부를 직접 개발하는 내용의 레저타운 개발사업을 제주도가 승인을 했다. 김정임씨는 그때 생업인 농사에 집중하는 데다 농민단체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기도 했다. 김정임씨는 그로 인해 당시 송악산 개발을 막아내기 위한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질 못했다. 이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기 때문에 세 번째 개발 시도인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을 막기 위한 움직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 2010년대 세 번째 송악산 개발 시도 … “뭐라도 해야 했다”

“사실 세 번째 개발사업과 관련해서는 이것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었어요. 그럼에도 ‘이거 한 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송악산을 지키기 위한 개발 반대 운동에 뛰어들게 됐죠. 개발이 시작되고 건물들이 들어오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끝까지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도내 6개 단체를 모아서 ‘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원회’를 꾸렸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원회는 김정임씨가 위원장을 맡았다. 그 후 그녀는 다시 한 번 제기된 송악산 개발계획을 무산시키기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나섰다. 송악산을 지키고 싶다던 수십년 전의 기억은 여전했다.

송악산 일대에서 추진됐던 중국계 자본인 '신해원'의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조감도.
송악산 일대에서 추진됐던 중국계 자본인 '신해원'의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조감도.

“2019년 1월25일 제주도에서 송악산 인근에 대규모 숙박시설을 만드는 ‘뉴오션타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통과됐어요. 우리끼리는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통과가 돼 버린 거죠. 우리들끼리는 ‘이제 사업자들이 날개를 달겠구나’라고 생각을 했어요. 저도 그 소식을 듣고 처음 며칠 동안은 앓아 누웠죠. 그렇게 누워 있는데 제 딸이 다가와서는 한 마디를 하더라고요. 그렇게 누워있지만 말고 뭐라도 해보라고요.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죠. 뭐라도 해야 했어요. 그래서 그 때부터 다시 대책위를 통해 대정읍 주민들을 중심으로 서명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 때 1196명의 성명을 받아서 기자회견을 가졌죠. 또 그 과정에서 자료도 더 찾아보고 공부도 하다보니 송악산이 지질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됐고요. 송악산은 단순히 대정읍만의 것이 아니라 제주도민 전체의 자산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나아가 대한민국의 보물이라는 생각도 갖게 됐죠. 송악산을 어떻게든 지켜야 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어요.

그래서 2차 서명을 받기 시작했죠. 직접 서명을 받는 것에 더해 온라인 서명도 받았고, 그렇게 1만2000명 정도의 서명을 받았어요. 이걸 갖고 제주도의회도 찾아가고 제주도청도 찾아가서 개발을 막아달라고 이야기했죠.”

김정임씨는 이 개발사업을 막기 위해 매일같이 피켓을 들고 제주도청과 도의회 앞으로 나갔다. 송악산에서도 수시로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고, 송악산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도 송악산을 지켜야 하는 당위성을 알렸다.

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원회가 송악산에서 개발반대를 위한 시위에 나서고 있다.
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원회가 송악산에서 개발반대를 위한 시위에 나서고 있다.

김정임씨는 특히 제주도의회의 문턱이 닳도록 다니면서 도의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송악산을 지켜야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송악산을 있는 그대로 지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 온갖 자료를 만들고 그 자료를 토대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나눴다. 뉴오션타운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동의안 심사를 위해 제주도의회 소속 의원들이 송악산 일대를 찾았을 때도 누구보다 먼저 현장으로 나가 도의원들에게 송악산의 가치를 알렸다.

그리고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동의안을 심사한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이 동의안에 대해 ‘부동의’했다. 제주도의회 사상 첫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 대한 부동의였다. 심의 자리에서는 송악산 개발 자체를 제주도가 철회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닌 김정임씨가 제주도의회와 함께 역사를 만들어낸 순간이었다. 송악산에 대규모 숙박시설을 짓는 ‘뉴오션타운’ 사업 진행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그렇지만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송악산 보전 위한 노력은 이어져 ... 전세계로 전달되는 이야기

제주도는 지난  22일 오후 3시 대정읍 사무소에서 ‘지속가능한 송악산 관리 및 지역상생방안 마련 용역’에 대한 최종 보고회를 가졌다.

이 보고회에서 송악산 보전과 관련해서는 송악산의 일부가 포함돼 있는 현재의 마라해양도립공원 면적을 확대해 송악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보전하는 안과,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로 지정해 보전하는 안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사실상 문화재 지정은 힘든 상황이다. 송악산 보전 방안으론 도립공원 확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용역은 이외에도 지역주민과의 상생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에 이른바 ‘송악산 대표 관광명소 해돋이/해넘이 전망대 건설’을 제시하고 있다. 도는 아울러 가능하다면 스카이워크를 건설해 대정의 렌드마크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송악산 위에서 하늘길과 송악산 앞 바다 위를 걷는 짜릿함과 마라해양도립공원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담고, 짜릿한 재미와 스릴 만점 체험을 경험할 수 있는 스카이워크 명소 건설”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여놨다.

아울러 세계지질공원센터의 건립과 문화체육복합센터의 건립 등도 언급됐다.

최근 최종보고회가 이뤄진 '지속가능한 송악산 관리 및 지역상생방안 마련 용역'의 내용 중 전망대와 스카이워크 설치 관련 방안. /자료=제주특별자치도.
최근 최종보고회가 이뤄진 '지속가능한 송악산 관리 및 지역상생방안 마련 용역'의 내용 중 전망대와 스카이워크 설치 관련 방안. /자료=제주특별자치도.

“최근에도 대책위에서 회의를 지속적으로 갖고 있어요. ‘스카이워크’ 등이 만들어지는 것 역시 저희가 바라는 방향은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요. 향후 20년이나 30년이 지났을 때 우리 다음 세대들에게 경관적으로도, 지질학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 송악산을 훼손시킨 채 넘겨줄 수는 없잖아요. 송악산에는 사실 어떤 시설도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요.

다만 송악산을 알뜨르 비행장의 평화공원과 연계시켜서 제주의 평화를 상징할 수 있는 상징물 정도로만 해서 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다행히 제주도에서도 세계지질공원센터 등을 설치하더라도 송악산과는 어느 정도 떨어진 외곽에 만들려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서 추가적인 고민이 계속 필요할 것 같네요.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그러기 때문에 아직 대책위도 해산시키지 않고, 송악산을 지키기 위한 보완점을 계속 고민해보려 하고 있어요. 동시에 지역주민들과도 화합하는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하고 있고, 제주의 다른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개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어요.”

그녀의 말처럼, 송악산을 지키기 위한 이야기는 아직 끝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 이야기는 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김정임씨가 송악산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을 때, 세계적인 친환경 의류기업인 ‘파타고니아’에서 그녀에게 연락을 해왔다. 제주의 자연경관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는 그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처음에 그 도움을 거절했지만, 파타고니아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하고 있는 사업 및 캠페인들을 알게 된 후 함께 하기로 했다.

파타고니아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및 개발 등과 관련된 10개의 이슈를 모아 관련 내용을 책으로 엮어 세상에 알리기 위한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 10개의 이슈 중 국내 사례로는 유일하게 송악산을 지키기 위한 김정임씨의 이야기가 포함됐다. 송악산을 지키기 위한 그녀의 이야기는 이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해질 예정이다. 송악산을 지키고자 했던 그녀의 마음도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전달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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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루미 2022-12-30 23:05:19
밑에 당신은 땅있어서 좋겠습니다. 돈에 환장?

제주사랑 2022-12-30 17:29:17
방해만 하지말고 지돈주고 사서 보존하시길 사유재산을 방해하면서 지만 잘살면 된다고

제주사랑 2022-12-30 15:20:12
지땅도 아니면서 방해만 어처구니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