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3:21 (금)
“가로수도, 보행‧자전거도로도 없애는 제주도의 ‘15분 도시’”
“가로수도, 보행‧자전거도로도 없애는 제주도의 ‘15분 도시’”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2.12.23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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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시민연대 “‘15분 도시’ 빙자한 가로수 학살 즉각 중단하라” 요구
제주시 버스터미널 횡단보도 앞 가로수가 있었던 지난 8월 30일(사진 왼쪽)과 가로수가 제거된 현재 상태의 모습.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시 버스터미널 횡단보도 앞 가로수가 있었던 지난 8월 30일(사진 왼쪽)과 가로수가 제거된 현재 상태의 모습.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시 서광로 3㎞ 구간에 걸쳐 가로수 100여 그루가 마구잡이로 제거되고 있는 것을 두고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가로수시민연대는 23일 관련 성명을 내고 ‘15분 도시’를 빙자한 제주도정의 가로수 학살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도가 간선급행 버스 BRT 전용 중앙차로 신설 공사를 벌이면서 제주시의 6차선 간선도로 사정에도 맞지 않는 꾸리찌빠 시의 7차선형 BRT 체계를 그대로 흉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로수시민연대는 “토건 맹신주의의 산물”이라며 “연간 1000억 적자의 버스 준공영제에 이은 제2의 초대형 제주 교통정책 참사”라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이 시민단체 연대 모임은 우선 ‘땅 위의 지하철’이라 불려지는 BRT의 핵심이 단순히 ‘친환경 대중교통’ 증설이 아니라 간선에 대한 지선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로수와 보행·자전거 이동을 위한 공간들이 모두 사라져 보행, 자전거, 기타 다른 대중교통과의 연계성이 그만큼 줄어든다면 BRT 신설사업은 막대한 세금만 축내고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만을 낳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지난 2017년 보행로롸 가로수를 없애면서 버스전용차로를 조성했던 지난 2017년 1단계 공사가 오히려 대중교통 분담률이 줄어들면서 실패로 귀결됐음에도 제주도정은 이에 대한 평가도, 공사계획에 대한 공개 협의도 없이 추가 공사를 서두르고 있는 부분을 지적했다.

실제로 제주도는 인도 폭을 최대 4m도 넘게 잘라버리는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소위 ‘15분 도시 제주’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꾸리찌바, 파리, 바르셀로나, 런던 등 해외 선진도시의 ‘15분 도시’의 핵심이 도시 주민들이 도시 안에서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 즉 도시 안에서 일상생활의 리듬을 바꾸고자 하는 데 목적을 두고 ‘걸어서, 또는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이동이 가능한 범위’를 하나의 생활권이 되도록 함으로써 주민들이 좋은 환경 속에서 활력 있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도록 만들겠다는 정책철학에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한 삶을 위해서는 보행>자전거>대중교통>자동차라는 명백한 정책순위에 따라 교통체계를 재정비해야 하고, 오히려 지금 있는 도로와 주차장조차도 시민과 생태계를 위한 공간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사적 점유보다는 공적 점유와 다용도 이용을 통한 공간 사용을 촉진해야 하고, 주민들이 서로 만나 어울리면서 자신들의 삶과 직결된 대부분의 정책 사안을 스스로 논의하고 의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15분 도시’ 전략에는 보행로·자전거도로 및 가로수·도시숲 늘리기와 주민 연대와 직접민주주의의 실천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정은 보행로와 가로수 늘리기 원칙뿐만 아니라 주민 연대와 정치참여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문제가 된 구간의 가로수 제거 계획은 지난 2018년 8월에 설계돼 지금까지 4년이 넘도록 비공개된 채로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도가 간선급행 버스 BRT 전용 중앙차로 신설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제주시 서광로 3㎞ 구간에 걸쳐 가로수 100여 그루를 제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도가 간선급행 버스 BRT 전용 중앙차로 신설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제주시 서광로 3㎞ 구간에 걸쳐 가로수 100여 그루를 제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이에 가로수시민연대는 “제주도정이 ‘지속가능한 미래’와 ‘사람 중심 도시’를 내건 ‘15분 도시’ 정책을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면 가로수를 비롯한 도시 숲과 보행공간 확충이 핵심”이라면서 제주시 서광로의 가로수와 자전거도로 제거 공사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제주도정이 내세우고 있는 ‘15분 도시’가가 인간과 자연생태계를 위한 도시여야 한다는 점을 들어 모두 328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건입동~노형동 10여㎞ 구간 전체의 가로수 화단과 보행겸용 자전거도로를 제거하려는 터무니 없는 중앙차로 신설 공사 사업계획을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가로수시민연대는 제주도정에 “대대적인 토건사업은 빼고 자동차, 주차장에 대한 적극적인 수요 관리부터 해나가야 한다”면서 가로수 등 도시 녹지와 자전거 전용도로를 더욱 확충하고 단순화된 정류장 설치와 차선 조정 등을 통해 지금의 6차선 간선도로를 그대로 활용하는 ‘제주형 BRT 시스템’을 적극 고려해줄 것을 주문했다.

한편 가로수시민연대의 이번 성명에는 제주참여환경연대,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서울환경연합, 수원그린트러스트, 숲환경학교 등이 함께 뜻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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