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8:11 (목)
마을이 저절로 단단해질리 없다
마을이 저절로 단단해질리 없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22.12.2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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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창용 서귀포시 자치행정과장
강창용 서귀포시 자치행정과장
강창용 서귀포시 자치행정과장

풍상(風霜)이라 한다. 바람과 서리라는 겉의 뜻과 달리, 속뜻은 세상의 모진 고난을 의미한다.

서귀포시에는 105개 마을이 있다. 한 개의 마을이 생기고 그 삶을 이어가는 것은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란 시의 ‘저게 저절로 붉어 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게다’는 구절처럼 다양한 풍상을 겪어낸 결과다.

하지만 마을의 삶은 늘 역동적이라 조용할 날이 없다. 늘 문제와 갈등은 생겨나고 없어지며 마을의 땅을 다진다.

필자는 유독 마을, 주민자치 등 자치행정 업무를 오랜 기간 했다. 많은 마을을 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의견을 들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주민들의 건의나 민원(民願)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많은 건의가 제도와 절차, 그리고 예산이 필요하여 매번 그 마을을 방문할 때마다 건의된다. 이러한 민원들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숙원(宿怨)이라는 이름으로 고착된다.

필자는 이 숙원사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단기간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지역에서는 꼭 필요한 사업이므로 이를 정책으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지지 않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지만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느덧 정책이 되고 해결되어 진다.

어느 해, 어느 날, 풍상이 없는 날이 있으랴만 다가오는 계묘년만이라도 마을의 목소리를 행정이 해결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새로운 갈등은 줄고, 잠재된 어려움들이 해소되었으면 하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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