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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자산을 지녔다면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건축자산을 지녔다면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11.17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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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건축자산인가] <1> 건축자산을 말하다

건축은 자산으로 인정받는 세상이다. 우리나라 법률이 그렇게 정하고 있다. 문제는 그걸 아는 사람들이 적다는 데 있다. 정부는 지난 2014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서 건축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알리고 있다.

건축자산은 눈에 띄는 건축물만 있는 건 아니다. 건축물과 함께 공간환경도 건축자산에 포함되며, 공원이나 하천 등의 기반시설도 건축자산이 될 수 있다.

건축자산은 가치를 말한다. 그 가치는 돈으로 따지지 못할 정도로 크다. 그러나 그런 가치를 깨닫기도 전에 가치를 지닌 건축자산이 사라지곤 한다. <미디어제주>는 왜 건축자산이 필요한지, 건축자산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기획을 선보인다. [편집자 주]


 

[인터뷰]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제주도, ‘건축자산 진흥 시행계획’ 수립

제주 도내 건축자산에 대한 홍보 안돼

“건축자산은 문화재와 달리 규제 없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특별자치도는 여느 시도보다 빨리 ‘건축자산 진흥 시행계획’을 만들었다. 시행계획을 만들기 위해 제주 도내 전역을 돌며 건축자산을 찾아내는 작업을 벌였다. 2017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건축자산 기초조사를 벌인 결과 1932건의 건축자산을 찾아냈다. 여기엔 역사적 가치를 지닌 것은 물론, 경관이나 예술적 가치, 사회문화적 가치를 담은 건축자산이 포함돼 있다.

시행계획을 만드는데 연구책임자로 활동한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를 만났다. 그는 건축자산의 진정한 가치를 누누이 강조했다.

“예전엔 건축을 산업적 측면으로 바라봤는데, 건축자산이 담긴 법률은 건축을 자산으로 본다는 점이 달라요.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더 오래 생명을 간직하게 만들자는 게 법률의 취지입니다.”

법률이 정한 건축자산은 문화재와 다르다. 문화재는 ‘제약’이 따르지만 건축자산은 ‘진흥’을 강조한다. 가치를 지닌 건축물이 철거되는 경우가 많은데, 건축자산은 그런 건축물에 더 힘을 불어넣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건축자산으로 인정하고, 보호를 할 수 있을까.

김태일 교수가 건축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태일 교수가 건축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건축자산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명되면 그걸 유지할 수 있게 인센티브 제도 같은 걸 마련해야겠죠. 문화재는 아니지만 문화재에 준하는 가치가 있는 걸,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겁니다. 건축자산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닙니다. 문화재가 아니니까 철거를 한다면 어쩔 수는 없죠. 그러나 건축자산이라는 건 지역이 지닌 풍부한 가치라는 점입니다.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되는 토대도 될 수 있겠죠.”

건축자산은 제약을 두지 않는다. 지정이 된다고 해서 건축주에게 ‘문화재급’의 부담을 주는 것도 아니다. 다만 건축자산을 지닌 이들의 의지가 문제이다. 그걸 지킬지 여부는 건축주의 판단에 달려 있다. 김태일 교수는 건축자산으로 지키기 위해서 ‘인센티브’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태일 교수를 포함한 연구진은 제주도에 널려 있는 건축자산이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2017년부터 전수조사를 벌였다. 1차 조사는 2017년, 2차 조사는 2019년, 3차 조사는 2020년에 진행됐다. 그렇다면 전수조사만 하면 끝인가? 아니다. 어떻게 활용할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바로 ‘건축자산 진흥 시행계획’ 수립이다.

“어떻게 진행할 지에 대한 시행계획, 그러니까 액션플랜을 마련했죠. 제주도는 실행계획을 만들었으니까 어느 정도의 틀은 갖췄어요.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굉장히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전수조사를 끝나고 시행계획까지 세운 곳은 제주도를 포함하면 몇 군데 밖엔 안됩니다.”

조사를 진행하고, 시행계획까지 만드는 데는 김태일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의 노력이 컸다. 이젠 그걸 뛰어넘는 일이 남아 있다. 제주도에 건축자산은 어디에 있고,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김태일 교수는 그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을 한단다.

“연구 용역을 하고, 연구원들이 보고서를 내는 걸로 끝날 문제는 아니죠. 내 건물이 자신이 될 수 있네? 가치가 있네? 그런 공감대를 확산하는 게 더 필요합니다.”

그렇다. 연구 용역을 의뢰한 공무원만 알고,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만 이해하는 그런 건축자산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건축자산의 당위성을 인식시키고, 건축자산으로 이름을 올렸다면 해당 건축주가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만들어줘야 한다. 어떻게 하면 건축자산을 홍보할 수 있을까.

김태일 교수는 건축자산은 '규제'가 아닌, '진흥'이기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태일 교수는 건축자산은 '규제'가 아닌, '진흥'이기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사진 몇 장 걸어놓는다고 건축자산으로 인지시키지는 못하죠. 일반인들이 행정의 민원실에서 가볍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겠죠. 30~40쪽의 책자를 만들 수도 있고, 건축자산을 지닌 건축주들에게 지원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건축자산으로 지정된 곳이) 돌담으로 바꾼다거나 지붕을 고친다고 하면 (건축자산으로) 홍보를 해달라고 하는 방법이 있죠. 그러면 자연스레 건축자산이라는 사업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이야기했다. 건축자산을 지닌 곳은 주차장 특례를 통해 재산권을 강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건축자산을 지녔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인센티비를 주자는 것이다.

“건축자산은 규제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건축자산 진흥 시행계획’을 만들었듯이 말 그대로 진흥이라니까요. 만일 개별 건물이 몇 개 있다고 한다면, 그걸 한데 묶어서 더 활성화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블록으로 지정을 한다면 규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큰데,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집을 지키는 게 바로 건축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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