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7:47 (목)
관광은 스토리텔링이다
관광은 스토리텔링이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22.11.0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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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동일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관광경영학 박사
신동일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동일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주 관광산업은 양적인 면에서는 이견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하였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과 동시에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입이 필요하다. 제주 관광의 약점이라 지적받는 보여주던 관광에서 이제는 즐기게 하고, 느끼게 하고, 사게 하는 관광의 다양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관광에서의 스토리텔링 개념은 관광자원, 관광시설, 관광 관련 프로그램이나 총체적인 관광지 자체에 흥미있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부여하여 관광객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한 관광마케팅은 잠재 관광객의 관광 동기와 관광 욕구를 자극하는 효과를 보이고 관광 이후에는 관광 경험치와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로 관광마케팅의 주요한 전략 중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관광 선진지역들은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발굴하고 있는데 이는 전설이나 설화 때로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면서도 각색이나 창조를 부가하여 관광객의 흥미와 관심을 높이는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상황이다.

일본 벳푸의 ‘마시면 10년 젊어지는 온천물’, 하코네의 ‘먹으면 7년 더 오래 사는 검은 달걀’의 사례에서 보듯이 스토리텔링은 지극히 평범한 자원과 소재들을 특별하게 변화시키는 효과를 보인다. 로마를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당연히 찾아간다는 트레비분수의 스토리텔링은 더더욱 극적이다.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 너머로 세 개의 동전을 던지면 순서에 따라 로마로 다시 돌아온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는 이야기가 분수의 마법인 듯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프랑스의 시골 마을 에비앙에 병을 앓던 한 후작이 요양하였는데, 마을의 물을 마신 후 병이 깨끗이 낫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고, 이것을 활용하여 1879년 에비앙 생수는 국가로부터 공식 허가를 받아 상품으로 판매된 세계 최초의 물로 기록되었다. 이후 에비앙은 ‘인어도 마시는 물’, 희고 깨끗한 설산 알프스 자체가 공장임을 강조하여 단순히 생수로서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으로 가치를 극대화하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 베로나는 특별한 자원도 없으나 영국 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가 베로나라는 점 하나만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마을로 스토리텔링 하여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허구의 소설을 관광으로 현실화시킨 것이다.

국내에서도 전라북도 남원 광한루원의 사랑의 동전 던지기를 통해 사랑의 맹세가 이뤄진다고 마케팅을 하고, 부산 기장 해동용궁사에는 배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 불상과 학업성취를 이루게 하는 불상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도 전라남도 장성의 홍길동 생가, 곡성의 심청이야기마을 등 설화나 소설 때로는 창작 수준의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관광객을 유치하고 만족도를 높여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실 제주에도 성공한 스토리텔링이 있었다. 과거 대표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던 시절 돌하르방의 코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는 꽤 성공한 사례였다. 하지만 제주가 신혼여행지에서 가족여행지로 바뀌고, 아들 선호 사상도 사라지면서 돌하르방의 득남 스토리텔링도 같이 사라져가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기보다는 창의와 역발상에서 시작된다. 1991년 일본 아오모리현의 사과 농장들은 태풍으로 90% 정도의 사과가 낙과하는 피해를 보자 남아있는 10%의 사과들을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 합격 사과로 변신시켜 수험생 부모로부터 큰 인기를 얻으며 10배 넘는 비싼 가격으로 팔아 피해를 만회하였다.

관광산업은 관광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산업이다. 관광객들은 만져지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저마다의 감성을 만족시켜주는 상품을 원한다. 관광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주 유용한 마케팅 방법의 하나가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은 온천수와 달걀을 건강 욕구를 자극하는 최고의 관광으로 상품화한 일본의 경우처럼 제주의 다양한 관광자원도 스토리텔링을 통해 새로운 옷을 입히는 도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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