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4:49 (금)
국내 수족관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이달 중 바다로
국내 수족관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이달 중 바다로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10.12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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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이 '방류협의체' 겨울 다가오기 전에 방류 방침
겨울바다 파도의 높이와 조류의 세기 등 고려
디데이(D-day)는 특정되지 않아
야생적응 훈련 중인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사진=해양수산부.
야생적응 훈련 중인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사진=해양수산부.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국내 수족관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제주 남방큰돌고래인 ‘비봉이’가 곧 고향인 제주바다에서 완전한 자유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제주도내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등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중으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방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봉이의 야생방류를 위해 해양수산부, (주)호반호텔앤리조트, 시민단체 핫핑크돌핀스, 제주대 등의 기관 및 단체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방류협의체’는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제주해상에서 파도가 강해지고 조류 흐름의 변화에 더해 수온이 점차 내려가는 등 야생방류를 위한 조건이 점차 악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겨울철이 다가오기 전에 최종 야생방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디데이(D-day)는 결정되지 않았다. 방류협의체는 파도의 높이와 풍속, 조류의 세기 등을 고려하며 방류날짜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방류를 위해 약 일주일 정도의 준비기간을 두고, 그 준비기간 중에 날짜를 정해 야생무리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가두리의 그물을 해체, 비봉이가 야생무리에 바로 합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방류협의체에 소속된 핫핑크돌핀스에서 이를 위해 수시로 비봉이의 가두리가 있는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바다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비봉이의 야생적응 상태는 긍정적인 지표를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야생방류에서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야생무리와의 교감이 원할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4일 가두리 적응훈련에 들어간 이후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다시 수족관 시설로 대피하기 전까지의 약 한달의 시간 동안 비봉이가 야생무리와 접촉한 것은 모두 42회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비봉이가 있는 가두리 시설 인근에서 야생무리 돌고래 일부가 수면 위로 뛰어오른 후 떨어지면서 물보라를 일으키는 ‘브리칭(breaching)’을 하는 모습들이 확인되면서, 비봉이와 야생무리의 교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되기도 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이 ‘브리칭’을 의사소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부 돌고래들이 야생무리에 비봉이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이와 같은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제주도내 수족관에 갇혀 있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인 '비봉이'가 야생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가두리시설 인근에서 남방큰돌고래 한 마리가 뛰어오르고 있다. /사진=핫핑크돌핀스
제주도내 수족관에 갇혀 있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인 '비봉이'가 야생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가두리시설 인근에서 남방큰돌고래 한 마리가 뛰어오르고 있다. /사진=핫핑크돌핀스

이외에도 비봉이는 매일 약 5~7kg 정도의 활어를 직접 사냥해 잡아먹는 등 활동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야생방류와 관련해 긍정적인 지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려점도 존재한다. 우선 비봉이가 수족관에서 17년을 지내다보니 사람들과의 친밀감이 높게 형성돼 있다는 점이 있다. 비봉이는 야생방류를 위한 훈련 과정에서도 사람을 따르는 경향을 어느 정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봉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사람을 얼마나 따르느냐도 방류를 위한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성공적인 방류를 위해 사람에 대한 반응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꾸준히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가오는 겨울도 문제다. 겨울철 수온이 내려가는 것을 대비해 비봉이가 지방층을 충분히 확보해야 겨울바다에서의 에너지손실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방류협의체는 이 때문에 비봉이가 더 많은 먹이를 먹고 충분한 피하지방층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비봉이는 어느 정도 먹이를 먹을 경우 더 이상 먹이 섭취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관련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와 같은 우려점에도 현재까지는 야생방류를 위한 긍정적 지표들이 더욱 많이 나타나고 있고, 제기된 우려점 역시 야생방류를 늦출 정도까지의 큰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 방류협의체의 판단이다.

방류협의체에서 이런 판단이 나오면서 비봉이가 완전히 고향 제주바다로 돌아갈 최종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게 됐다. 

제주도내에서 처음으로 야생의 남방큰돌고래가 불법포획돼 수족관에 갇힌 것은 1990년이다. 그로부터 32년의 세월이 흐른 끝에 마지막 수족관 남방큰돌고래의 고향 제주바다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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