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4.3유족인 엄마가 평화공원에 건립된 트라우마센터를 이용할 수 있을까?
4.3유족인 엄마가 평화공원에 건립된 트라우마센터를 이용할 수 있을까?
  • 미디어제주
  • 승인 2022.10.1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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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순애씨 (4.3유족의 딸)
4.3유족의 딸 김순애씨
4.3유족의 딸 김순애씨

나의 부모님은 모두 4.3유족이다. 두 분 모두 40년생으로 아홉 살 즈음 4.3을 겪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10여 년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수술과 무릎 수술을 하셨고 남들처럼 걷기가 불편한 것을 제외하고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에 나는 어머니에게 4.3트라우마센터가 시청과 가까운 곳에 있다고 알려드리면서 한 번 이용해보시라 권유했다. 어머니는 4.3 트라우마 센터에 방문하여 프로그램 이용을 신청했고 지금까지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 역시 4.3유족인 작은외삼촌도 이 소식을 듣고 트라우마센터를 이용해보려 했으나 거리나 교통편 등 여의치 않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4.3에 대해 딸인 내가 이야기를 꺼내고 물음을 던졌을 때 어머니가 조금이나마 말문을 열기 시작한 것은 몇 년 되지 않는다. 어머니는 트라우마 센터를 이용하면서 같은 고통을 겪은 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니 본인의 아픔을 털어놓기 훨씬 수월하다고 하였다.

어머니는 4.3의 문을 지금까지 열어볼 용기를 내지 못하고 꼭 닫고 있었다. 그 문을 열 수 있게 용기를 주었던 곳 중 하나가 4.3 트라우마센터이다.

최근 4.3트라우마 센터를 국비 258억원을 들여서 멋지고 크게 짓는다는 기사를 접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기사를 읽어내려 갈수록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트라우마센터를 짓는 곳은 4.3평화 공원 옆에 유휴부지라고 한다. 아마도 토지값을 절약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 같다.

어머니에게 소식을 알렸더니 무슨 황당한 계획이냐고 펄쩍 뛰신다. 누가 거기까지 가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겠냐며 데모라도 해야겠다고 하신다. 9월 말에 열린 4.3 유족 한마음 대회에 갔을 때 마침 4.3 유족회 분들을 만날 수 있어 여쭸더니 어떤 분은 가능한 요양시설 등으로 유지하고 기존 시내 시설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시고 어떤 분은 반발이 이용 편의성 때문에 그렇게 짓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였다. 이미 본격적이 공사가 내년 하반기부터 진행된다는 뉴스가 나왔고 관련 상임위 도의원은 이미 다 끝난 이야기라고 말하는 상황인데 유족회 안에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명하게 의견 형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게다가 기재부는 예산을 편성하면서 요양시설은 불가하다고 했다고 하는데 그것을 무릅쓰고 새로 건립될 트라우마센터는 요양시설로, 기존 시내 시설은 이용시설로 역할을 나눠 운영할 수 있을까?

도의회 회의록을 살펴보니 많은 도의원들이 이용자 편의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지만 한두 번의 의견 표명에 그쳐버렸고 의원들은 집요하게 트라우마센터 이용자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았다.

평소 도민으로서 제주도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기관들이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 편의성에 치우쳐 건립되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한라도서관이나 제주아트센터는 버스로 접근이 쉽지 않고 최근에 지어진 제주문학관 역시 어디에 지어졌는지 알고 있는 도민들이 얼마나 될까? 가끔 직접 운전하고 가다가 스쳐지나가게 되는 제주더큰내일센터 역시 왜 그곳에 세워졌는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 제주도는 자가용을 운전하고 있는 건강한 성인들만을 도민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인가? 어쩌면 이러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들이 모두 자가용 이용자로 이동에 불편을 겪고 있지 않은 이들인 것은 아닐까?

새롭게 건립될 4.3트라우마 센터는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지어졌을 때 도민의 호평을 받을 수 있을지 계획 입안자에게 묻고 싶다. 오히려 제주도 읍면 지역에 거주하시는 4.3 유족들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권역별로 트라우마 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욱 합당한 행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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