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를 없애고 나무를 베다니, 너무 어리석어요”
“녹지를 없애고 나무를 베다니, 너무 어리석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09.30 0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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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환경, 놀이] <1> 서녹사가 꿈꾸는 미래

오는 2050년에 전 세계적으로 기후난민은 2억 명에 달한다는 전망이 나오곤 한다. 그런 전망을 내놓은 곳은 다름아닌 유엔(UN)이다. 2050년은 먼 미래가 아니다. 당장이다. 얼마 전 막을 내린 UN총회도 기후문제는 핵심 의제였으며,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기후 위기는 누가 부르고 있을까. 선진국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어쨌거나 그런 환경을 만든 건 바로 인간이다.

기후 위기는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당장 지구 온난화라는 전 지구적인 이슈가 있고, 도시 문제, 환경 문제, 그에 따른 부의 불평등 문제를 가져온다. <미디어제주>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을 해보자는 의미에서 도시, 환경, 놀이라는 주제를 단 기획을 마련했다. ‘서녹사모임에서 활동하는 시민활동가 서신심씨와의 인터뷰로 기획을 시작한다. [편집자 주]


 

[인터뷰] 시민활동가로 일하는 서신심씨

3년 넘게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문제 지적

“우리 삶의 바로 곁에 있는 녹지가 더 중요”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도시는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도시화’라는 가면을 쓴 도시는 개발에 따른 수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차량은 늘어나고, 사람은 뒤로 밀린다. 그러면서 녹지는 사라진다. 그게 좋은 줄 안다. 그러다 보니, 흙을 만질 수 있는 땅을 찾기도 쉽지 않다. 땅이 사라지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사라진다. 우리는 도심에 숲을 만들어서 아이들도 놀고, 어른들도 쉴 곳을 만들자고 하면서도 행동은 딴판이다. 우리는 녹지를 없애는 행위에 더 익숙하다.

시민활동가 서신심씨는 ‘서녹사’라는 개인들이 모인 모임의 단톡방 회원이다. ‘서녹사’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시민들’을 줄인 말이다. 그는 서녹사 모임의 일원이지만 서녹사는 회비를 거두는 그런 단체는 아니다. 도시우회도로 문제에 공감하는 이들이 모여서 활동하며 도시 문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시민활동가 서신심씨. 그는 3년 넘게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시민활동가 서신심씨. 그는 3년 넘게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서신심씨는 우연한 기회에 서녹사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가 아니라, ‘전면 백지화’를 내걸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 2019년 4월부터였다. 제보자(?)는 딸이었다.

“딸이 서귀포도서관에 갔다 오더니 서귀포시청에 민원을 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도서관 앞에 있는 녹지 잔디광장을 없애고 도로를 만든다면서 분개했어요. 도서관 옆에 도로를 내는 게 어디 있느냐면서요. 문헌정보학과를 나온 딸애는 도서관법 위반이라고 주장도 했어요.”

그렇게 서신심씨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와 강제로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나 알고 봤더니, 도시우회도로 주체는 서귀포시가 아닌 제주도였다. 도로를 만들려는 사람들, 백지화를 주장하던 사람, 잔디광장을 존치하고 도로를 지하로 내라고 주장하는 이들. 여러 주장은 혼재됐다. 동시다발적으로 찬반 서명이 진행됐다. 서신심씨를 비롯해 백지화를 주장하던 이들은 1914명의 서명을 받았고, 지하도로를 주장하던 교육청은 1532명, 도로를 뽑아야 한다는 이들의 서명은 불과 200명이었다. 숫자로는 우위였으나 백지화는 쉽지 않았다. 백지화 다음에 찾은 키워드는 ‘녹지공원화’였다.

서녹사 모임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영산강유역환경청에 도시우회도로 공사의 문제점을 알리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도시우회도로가 환경을 해치는 문제점이 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환경청에 보내게 됐고, 환경청은 도시우회도로에 조건부 동의를 해주게 됩니다. 조건부 동의는 환경훼손이 발생할 경우엔 공사를 중단하고 저감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것이죠.”

도시우회도로는 서녹사의 활동으로 제동이 걸리곤 했다. 지난해는 서홍천에서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울음소리를 포착한다. 서홍천 인근에 사는 서녹사 모임의 김유리씨가 맹꽁이 울음을 녹음했다.

“지난해 여름이었어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 울음을 녹음했으나 환경청에 당장 알리진 않았어요. 맹꽁이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업자들이 맹꽁이 현장을 찾아서 알을 걷어버리거나 맹꽁이를 다른 데로 옮긴다고 해서 신중을 기했어요. 지난해 12월에야 환경청에 맹꽁이 울음소리를 보냈고, 환경청은 곧바로 맹꽁이를 조사하고, 공사는 하지 말라는 공문을 제주도에 보내게 되죠. 환경청이 곧바로 답을 해준 이유는 탄원서를 보내면서 활동했기 때문인가 봐요.”

그럼에도 서녹사 활동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서신심씨는 이에 대해 자신들의 활동이 미미해서라고 한다. ‘홍보부족’이라는 이유를 대는 서신심씨는 도심에 존재하는 녹지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것이라고 한다.

“녹지를 없애고 계속 도로를 만들면 그만큼 탄소 배출이 늘어나죠. 기후 위기 시대에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자꾸 늘려서는 안 되죠. 앞으로 기후 재앙이 올텐데 녹지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어요. 녹지와 같은 투수층을 없애면 결국은 도심 곳곳은 침수가 될 수밖에 없어요. 기후 재앙 시대를 앞둔 우리로서는 녹지를 확대해야 해요. 녹지가 많아야 도시 열섬화도 막을 수 있잖아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만 늘어나면 주거환경은 더 나빠질 뿐이죠. 녹지는 곧 삶의 질과도 연관이 된답니다.”

녹지는 생존의 문제나 다름없다. 녹지를 없앤다면 UN이 경고한 2050년은 정말 다가올지도 모른다. 우리 인간은 녹지를 없애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행한다. <2050 거주불능 지구>를 펴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당신은 당신이 보고 싶은 모습은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살고 싶은 행성은 선택할 수 없다”며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인간에 경고를 날렸다. 그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녹지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그걸 없애고 있는 게 바로 우리 자신들이다.

서신심씨는 멀리 가서 만나는 녹지보다는 바로 곁에 있는 녹지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다.

“도심지 녹지 비율은 제주도가 전국에서 최하위, 꼴찌라고 하거든요. 걸어서 갈 수 있는, 바로 곁에서 누릴 수 있는 녹지가 도시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죠. 차를 몰고 한라산으로, 오름으로 녹지를 만나러 가는 건 시민생활과는 너무 멀어요. 주거 공간 가까이에, 생활 현장 가까이에 있는 녹지여야 해요.”

제주도청 곁에 있는 작은 공원에서 만난 서신심씨. 그는 작은 공원이 도심 곳곳에 있기를 원하고 있다. 그게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고도 했다. 미디어제주
제주도청 곁에 있는 작은 공원에서 만난 서신심씨. 그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작은 공원이 도심 곳곳에 있기를 원하고 있다. 그게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고도 했다. ⓒ미디어제주

그는 거대한 공원이 아니라, 도심 곳곳에 작은 규모이더라도 녹지로 펼쳐진 공원이 많기를 바란다. 그와 대화를 나눈 곳은 제주도청 바로 옆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그는 그런 공원이 곳곳에 있는 제주도를 꿈꾼다. 문제는 당장 사라질 날만 기다리고 있는 녹지에 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가 만들어지면 서귀포학생문화원 앞에 있는 녹지공간도 없어진다.

“서귀포학생문화원 일대의 녹지도 (제주도청 옆에 있는 녹지와 같은) 이런 공간인데, 거기에 도로를 만들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무 생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녹지를 없애고 나무를 베다니, 너무 어리석어요.”

서귀포시 동홍동 주민인 서신심씨. 그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잔디광장을 없앤다고 하자, 투쟁을 하며 살려내기도 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역시 3년 넘게 녹지로 남겨달라며 투쟁을 하고 있다.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서신심씨의 바람과 달리, 몇 년 후에 녹지가 완전히 사라지고 6차선으로 뻥 뚫린 도로를 만날 수도 있다. 그건 서녹사 모임에 있는 이들이 바라는 미래는 아니다. 자칫 UN의 경고처럼 2050년은 지구환경을 돌이키기 힘들게 만드는 ‘티핑포인트’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만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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