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제주 돌고래 반출 27년, 그 끝에 선 태지·아랑이의 운명은?
제주 돌고래 반출 27년, 그 끝에 선 태지·아랑이의 운명은?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09.23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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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큰돌고래 2마리 반출, 관계자 검찰 송치
제주서 돌고래 반출 시작은 1995년
모두 7마리 상업적으로 반출, 2마리는 임시보호 위해
태지·아랑이, 향후 바다쉼터 조성 후 보호 준비
제주 남방큰돌고래.
제주 남방큰돌고래.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 서귀포시 중문의 돌고래쇼 업체 수족관에 머물던 큰돌고래 2마리가 거제씨월드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지 않는 등 불법 정황이 포착되면서 관계자들은 현재 경찰 수사를 거쳐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해양생태계법’ 위반 혐의다.

한편에서는 이번 사례를 통해 돌고래의 제주도외 반출 및 향후 이들 돌고래들에 대한 거취 문제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이와 같은 돌고래의 도외 반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 역사는 국내 돌고래쇼의 역사를 관통하면서 이미 3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제주에서 도외로 처음 돌고래가 반출됐던 것은 1995년이다. 1990년 제주의 어선 정치망에 걸려 불법포획된 뒤 당시 ‘로얄마린파크(현 퍼시픽리솜)’의 수족관에서 지내던 ‘해돌’이라는 이름의 제주 남방큰돌고래였다.

1986년 문을 연 로얄마린파크는 첫 개장 당시 일본에서 수입된 큰돌고래를 중심으로 돌고래 공연을 펼치다 1990년부터 도내 어선의 그물에 혼획된 남방큰돌고래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1990년 처음으로 제주도내 수족관에 갇히게 된 남방큰돌고래가 해돌이었다. 해돌이는 이후 5년을 제주도내 수족관에서 지냈다. 그 후 1995년 10월 서울대공원으로 이송됐다. 1993년 일본에서 제주로 수입된 ‘단비’라는 이름의 큰돌고래도 함께 이송됐다. 로열마린파크는 이에 대한 대가로 물개 세 마리를 받았다. 물물교환이 이뤄진 셈이었다.

이후 이처럼 제주에서 서울대공원으로 이송된 돌고래는 5마리다. 1997년 서귀포시 중문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된 ‘대포’와 1998년 제주시 한경면 금등리 앞바다에서 포획된 ‘금등이', 2001년과 2002년 중문 앞바다와 성산읍 앞바다에서 잡힌 ‘돌비’와 ‘쾌돌이’, 2009년 한경면 앞바다에서 잡힌 ‘제돌이’ 등이다.

제주에서 서울대공원으로 이송된 돌고래들은 이외에도 2009년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 ‘복순이’와 ‘태산이’ 등이 있다. 하지만 이 두 마리는 2012년 이뤄진 불법포획 재판 결과에 따라 방류가 결정되면서 방류 전까지 서울대공원에서의 임시 보호를 위해 이송된 것으로 앞선 돌고래들의 반출과는 성격이 달랐다.

당시 복순이와 태산이 이외에도 2009년과 2010년 불법포획된 '춘삼이'와 '삼팔이' 등 모두 4마리에 대해서 대법원의 판결 결과 몰수 결정이 내려지면서 야생방류가 추진됐다. 하지만 4마리를 동시에 방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못하면서 우선적으로 춘삼이와 삼팔이만 야생방류를 위한 절차에 들어가고 복순이와 태산이는 서울대공원에서 임시보호를 받게 된 것이다.

복순이와 태산이는 2013년부터 서울대공원에서 임시보호에 들어갔고 2015년 야생으로 돌아갔다.

제주 남방큰돌고래.
제주 남방큰돌고래.

이와 같은 돌고래의 제주도외 반출 역사의 끝에 일본에서 수입된 '태지'와 '아랑이'가 서게 됐다.

태지는 2008년 일본에서 서울대공원으로 수입된 돌고래였다. 그 이후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공연을 이어왔다. 하지만 2017년 서울대공원이 돌고래 공연 폐지를 결정하면서 퍼시픽랜드(현 퍼시픽리솜)로 건너오게 됐다.

아랑이는 2013년 일본에서 퍼시픽랜드로 수입된 돌고래다. 2012년 남방큰돌고래 불법포획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남방큰돌고래들의 몰수가 결정되자, 돌고래 부족으로 공연이 힘들어진 퍼시픽랜드가 일본에서 수입해 왔다.

이 두 돌고래는 이후 지난 4월 중순 제주에서 거제씨월드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돌고래들은 해양보호생물로 제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반출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정부 허가 없이 이송된 정황이 나오면서 최근 이와 관련된 관계자들이 검찰에 송치됐다. 

핫핑크돌핀스와 제주녹색당이 지난 5월4일 오전 제주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호반 퍼시픽리솜이 정부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돌고래들을 반출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경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와 제주녹색당이 지난 5월4일 오전 제주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호반 퍼시픽리솜이 정부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돌고래들을 반출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경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향후 이 두 돌고래의 도외반출과 관련한 불법성이 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될 경우 이 두 돌고래의 거취에 대해서도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등 해양환경단체와 해양수산부 등에서는 이 두 돌고래에 대해 몰수 결정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미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공동대표는 <미디어제주>와의 통화를 통해 “태지와 아랑이에 대한 몰수 결정이 내려질 경우에 대비, 세부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미 관련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정부 관계자 등이 모여서 이와 관련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바다에 쉼터를 조성해서 그 쉼터에서 살게 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태지와 아랑이의 경우 일본에서 수입된 돌고래이기 때문에 한반도에 야생방류를 했을 경우 적응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나왔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쉼터 조성이 제시됐다. 

바디쉼터의 최적지에 대해서는 해양수산부에서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일부 후보군이 정해졌으며 내년 중 후보지를 중심으로 적정성 등을 살펴보고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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