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제주 파괴 멈추라' 9개 시민연대 외쳤지만, "오영훈은 없었다"
'제주 파괴 멈추라' 9개 시민연대 외쳤지만, "오영훈은 없었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9.08 12:0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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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앞에 자연파괴 문제가 산재한 9개 지역 마을 시민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라는 이름으로 앞으로도 연대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9월 8일 오전 11시. 행정에 의해 두 동강 난 마을, 훼손된 자연과 문화재 등 ‘파괴’라는 공통의 아픔을 겪어온 제주 9곳 지역 사람들이 제주도청 앞에 모였다.

도청 문 앞에는 경찰 인력이 섰다. 시민들이 도청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저지하기 위해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응답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전, 도청을 빠져나갔다. ‘어디로 가느냐’는 시민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8월 24일, 이들 9곳 지역 시민들은 민주노총 제주본부 교육장에 모였다. ‘지역갈등 합동토론회’라는 이름으로 행정과 자본의 폭거를 말했다.

△제2공항 사업 △강정 해군기지 사업 △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 사업 △서귀포시 도시계획도로 사업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 △송악산 개발 △비자림로 확장공사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제성마을 왕벚꽃나무 훼손 등 저마다의 아픔과 난제를 품은 시민단체다. 이처럼 특정 행정구역(제주특별자치도) 안에서, 지역을 지키려 다수의 시민단체가 연대한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8월 24일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가 민주노총 제주본부 교육장에서 '지역갈등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다.
8월 24일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가 민주노총 제주본부 교육장에서 '지역갈등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매우 명료하다. 주민 동의 없는 일방적인 자연 훼손을 멈추고, 지속가능한 제주의 모습을 보전하라는 주문을 제주도정에 전하고 있다. 9개 지역 마을 사람들의 사연이 궁금하다면, 아래 기사를 참고하자.

*관련기사: “제주도지사는 다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안 할까”

이로부터 15일이 흘렀다. 9월 8일, 이번엔 제주도청 앞이다. ‘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라는 이름으로 뭉쳐, 보다 분명한 정체성도 확립했다.

이들 9곳 지역에서 벌어진 난개발 문제. 그 핵심에는 지역 분열이 있다. 개발 ‘찬성’과 ‘반대’ 입장으로 주민 의견이 나뉘어 각 마을마다 분열이 생긴 것이다.

9월 8일 기자회견이 진행되던 시각, 경찰 인력이 도청 문 앞을 막아서 지키고 있다.

이들은 안다. 분열과 제주 파괴를 만든 당사자는 '탐욕에 젖은 민간자본'이고, '이를 방임한 제주도정'이다.

각자 삶의 터전에서 농사를 짓고, 물질을 하며 자족했던 제주도민들. 이들은 개발이라는 거대한 세력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행정이 주도적으로 마을 분열을 사주하는가 하면(강정 해군기지), 교통상황을 더 악화시킬 도로사업(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을 기를 쓰고 만든다.

제주도를 '유네스코 3관왕"이라며 자랑하지만, 실상은 세계자연유산을 파괴하는 행위(월정리 제주동부하수처리장)를 서슴치 않는다.

상수원보호구역이자 천연기념물 원앙 서식지 바로 위에 교량을 만들고, 도로(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를 뚫는다. 

도로 확장 과정에서 '파괴하지 않겠다' 주민에게 약속해놓고, 파괴(제성마을 왕벚꽃나무)한다.

마을회 간부에게 금품 등을 제공, 일방적인 '상생협약'을 맺어 뒤에서 몰래 사업을 추진(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한다.

수십 년 자연 파괴를 위해 싸워왔고, 언제 다시 시작될 지 모를 파괴 행위에 지금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송악산)

멸종위기종 맹꽁이가 발견됐지만 개의치 않고 사업은 추진된다. (비자림로 확장공사)

숨골이 마구 발견되고,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중대한 하자가 수없이 발견되지만, 사업 예산은 책정된다. (제주 제2공항) 


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는 제주도정의 난개발 행위가 ‘학살’이라고 말했다. ‘야만’적으로 제주도를 ‘식민지’로 만드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는 과거 제주도정이 해온 탄압이 오영훈 도정에서도 계속된다면, 끝까지 "항쟁히겠다" 피력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오영훈 지사의 비서실장이 방문했다. 이에 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는 오영훈 지사와의 면담 날짜를 정해달라 요구했는데, 행정은 끝내 날짜를 주지 않았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환경위기에서 공공의 무책임은 절멸의 가속이다. 
제주도는 공권력의 구조적 부정의를 타파하고 
갈등지역 문제 해결하고 제주도의 미래를 되찾아라.

학살이다. 이것은 학살이다. 지금 이 광경, 공적 권력의 오만 앞에 목소리를 봉쇄당한 사람들, 역사적으로 구축된 공공의 구조적 부정의, 당신들의 그 무책임이 바로 학살이다. 대국민 사기극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폭력, 공동체가 분열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며 술잔을 기울이던 밤, 사람들을 때리고, 군홧발로 밟아서 가두고, 마을을 점령하고, 민주주의를 짓밟고, 바다를 죽이고, 믿어 의심치 않던 질서정연한 사회적 열망을 무너뜨린, 거기에 스스로를 동원했던 제주도의 비겁함, 그것이 바로 학살이다. 진실규명의 마지막 의무까지 외면하는, 이것이 학살이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일제히 줄 맞춰 심었다가 다시 인간의 욕망으로 일제히 밀어버리며, 이제는 해로운 존재라는 혐의를 씌워 그 숲에 기거하는 존재들까지 일망타진하는 비자림로의 칼날, 그것이 학살이다. 

야만이다. 이것은 야만이다.있는 존재를 없다고 증언하는 환경영향평가를 묵인하고, 그것을 승인하고, 정당한 질문은 외면하고, 위치를 수 백 미터 이동하며 걸어다니는 나무를 만들어내는 보고서는 채택하고, 바다로 떨어지는 정방폭포 물줄기 위에 학교와 도서관과 도시숲을 위협하며 길을 내겠다는 상상력, 화산섬 20만년짜리 조면안산암 주상절리 대수층 위에 수십미터 거대한 천공 160개를 뚫어버리는 잔인함, 급기야 먹는 물 한가운데 탱크 미사일 전용 도로를 내는 것에 진심인 제주도, 당신들은 학살자다. 세계자연유산에 관한 국가적 약속 앞에서도 전 인류를 속이고, 동굴이 지나가는 육상부에 들어선 광역하수처리시설을 은폐하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제주도, 당신들이 하는 이 것은 야만이다. 쫒겨난 곳에서 다시 쫒겨난 이들이 아픔을 넘어서기 위해 심은 벚나무를 고민없이 잘라버리는, 그러고도 사과하지 않는 야만의 도시. 마음이 아프지 않는 당신들, 당신들은 제국의 식민통치를 체화한 존재들이다.  

식민지다. 이것은 식민지다. 
그대로 그냥 거기 두는 것, 침범하지 않는 것, 함꼐 곁에서 살아가는 것, 이런 것들을 삶가치로 채택하지 못하는 상태, 화산섬의 곶자왈 깊은 숲을 파헤치고, 파헤치고, 파헤치는 자본들의 누니를 보는, 이것은 식민지다. 가난하고 힘없는 마을에 똥오줌 하수처리 다 밀어넣고 계속 그 체격을 키우고, 반대하자 탄압하고, 몰래 증설하고, 급기야 재판정으로 끌고오는, 당신들은 존재의 그림자도 없다가 시민들이 새로운 정치를 열거나 질문을 새롭게 구성하려들면 급격히 유능해져서 탄압했다.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것이 식민지다. 지금 이 세계를 거대한 멸절 앞으로 끌고가는 체제, 이것이 식민지다. 숨골 오름 습지 동굴 바람과 새, 제주섬의 탄생설화, 그 정체성까지 다 갖다 바쳐서라도 전쟁의 도화선이 될 군사기지 공항을 짓겠다는 당신들, 제주 자연사와 정치사, 침략과 저항의  본거지에 드리운 송악산 개발의 그림자,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식민지의 내면화였다. 그렇다. 제주도는 스스로를 동워해 만든 식민지다. 

그래서 지금 여기 있다. 
사라진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모여 있다. 우리는 부당한 공권력 앞에 분노한 얼굴이다. 폭력에 저항하는 인간이다. 이 섬에서 일어나는 모든 학살의 당사자다. 무엇이 이런 일을 가능하게 했는가, 정치는 어디에 있는가, 질문하는 시민이다. 이 상태로 제주가 미래로 갈 수 있는지 질문한다. 왜 무조건 강행인가? 왜 자연과 환경과 유산을 지키자는 목소리는 억압하는가? 왜 자본의 입장에 서는가? 왜 취지를 위반하는 절차를 근거로 대는가? 왜 무시하는가? 왜 공동체의 분열을 획책해 이득을 취하는가? 왜 갈등 유발 당사자가 중재자를 자처하는가? 왜 부시지 못해 안달인가? 왜 내다팔 수 없어 긍긍하는가? 그래서 제주는 어떤 미래를 추구하는가? 내용도 밝히지 못한 텅 빈 기표, 저 미래, 그렇게해서 빛난다는 제주, 대체 그 뜻이나 물어보자.

우리는 제주도다. 우리가 제주도다. 우리가 그 빛나야 할 미래다.
우리는 당신들이 처음부터 죽음까지 혐오한 비자림로 삼나무다. 우리는 실향민의 눈물을 기억하는 제성마을 벚꽃낭이다. 우리는 도시의 하수를 받아내는 가난한 마을의 에메랄드빛 슬픈 바다다. 하수처리장 때문에 존재와 진실이 은폐된 용천동굴의 사람들이다. 강정은 4.3이다. 지하수와 하천을 부숴서라도 군사기지를 확장하며 크고 번듯한 길을 내고마는 이 섬의 비겁에 맞서 흐르는 물줄기다. 이미 완성된 도시에 숲과 학교, 상식과 합리를 밀고가는 서귀포시도시우회도로, 그 기만을 저지하는 목소리다. 파괴와 절멸의 최전선이 된 곶자왈에서 동물테마파크라는 자본의 기만을 응시하는 눈동자다. 이 섬의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의 아픔을 모두 아는 대정의 붉은 송이, 화산의 기억이다. 공항을 내기위해 잘라버리겠다는 오름들, 활주로 아래로 숨이 틀어막힐 성산의 숨골이다. 우리는 공동의 운명을 나누어 가진 운명 공동체로서 함께 싸울 얼굴이다. 신자유주의의 실험실, 아시아군사요충지, 소모형 관광지, 토호 정치의 텃밭, 환경수용력을 무시하는 공공의 작태에 맞서며, 기꺼이 갈등을 응시하고, 갈등 뒤에 숨은 공공의 논리를 드러낼, 우리가 제주도다. 어떤 미래로 갈 것인가? 오영훈은 빛나는 제주라는 텅 빈 기표를 앞세워 드러나는 재앙앞에 도망가지 마라. 여기 우리가 있다. 여기 모인 것은 단지 최소한의 사람들, 겨우 아홉 곳이다. 그러나 이제 이곳에 물결이 일 것이다. 나태하고 잔인한 공권력의 폭력이 제주의 미래를 지워왔음을 알리는 거대한 파도, 이제 더는 물러설 곳 없는 존재들의 운동이 숨죽였던 모든 존재들이 물결처럼 몰려들 것이다.

탄압하면 항쟁이다!

2022.9.8.

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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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동 2022-09-23 11:14:16
환경단체 아그들아 후쿠시마 가서 살면서 제발 원전 수 방류 못하게
니들 몸떙이로 막아라
엉뚱한데 와서 놀지말구

어둠 2022-09-22 08:24:14
제주도 자연을 지키자.
확실히 지키자.
전기만 단전 하면 확실히 자연을 지키는데
우리 모두 전기를 단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