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쓰레기 뒤덮이는 제주 해안, 변화를 위해 움직이는 이들
해양쓰레기 뒤덮이는 제주 해안, 변화를 위해 움직이는 이들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08.31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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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기] ①대정읍 신도리 해안가
여름마다 제주 서남쪽으로 쓰레기 밀려와
페트병과 유목 상당수 ... 그 외 각종 어구와 생활쓰레기도 많아
지난 30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가에 수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다. 페트병과 어구는 물론 운동화와 슬리퍼 등 각종 생활쓰레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30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가에 수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다. 페트병과 어구는 물론 운동화와 슬리퍼 등 각종 생활쓰레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에서 바다는 예로부터 삶의 터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나가 바다 속에서 삶을 건져 올렸다. 어민들은 배를 타고 나가 바다에 그물을 던졌고, 해녀들은 직접 그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바다는 수많은 물고기와 소라와 전복과 해초로 바다에 몸을 던진 이들이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게 만들어줬다. 제주에서의 삶은 그렇게 바다와 이어졌다.

바다는 어느 순간부터 변해갔다. 풍요를 선물해주는 듯 했던 바다가 제주에 다른 것을 주기 시작했다.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오고, 하얀 포말이 검은 현무암에 부딪혀 부서지면서 바다는 자신의 속에 있던 것을 토해냈다. 바다가 토해낸 것은 해안에 쌓였다. 수많은 페트병과 어선에서 버려진 온갖 어구, 통발, 폐그물, 부표, 스티로폼 등 바다가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은 것들이었다. 풍요를 주던 바다에 사람들이 내다버린 온갖 것들이었다.

지난 30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가에 바다가 토해낸 수많은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다. 매년 여름이면 조류와 바람의 영향으로 제주 서남쪽 해안을 중심으로 수많은 쓰레기들이 밀려든다. 제주 서남쪽에서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대정읍은 이 쓰레기를 고스란히 받아낼 수 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신도리 해안은 수거되는 쓰레기보다 밀려오는 쓰레기가 더욱 많은 실정이다.

사람들의 시야에 닿고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은 그나마 쓰레기가 빠르게 치워지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쓰레기가 쌓여갈 뿐이다. 제주도내에서 해양쓰레기 수거를 위주로 활동하고 있는 환경단체 ‘디프다 제주’가 이날 방문한 신도리 해안이 그런 곳이었다.

지난 30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가에 수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다. 사람들의 시야와 손길이 많지 않은 곳이라 다른 곳에 비해 더욱 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다.
지난 30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가에 수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다. 사람들의 시야와 손길이 많지 않은 곳이라 다른 곳에 비해 더욱 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다.

30일 저녁, 해가 서녘하늘로 조금씩 넘어가던 시간이었다. 기자를 포함해 모두 4명의 '디프다 제주' 인원이 신도리 해안을 지나는 해안도로의 중간지점에서 만났다. 

도로변에서 바라본 해안가에는 많은 쓰레기들이 밀려와 있었다. 해당 지점은 기자가 지난달 중순과 이달 중순에 방문했던 장소이기도 했다. 그 당시에도 해안에는 많은 쓰레기가 떠밀려와 있었다. 그로부터 한 달하고 보름이 지나는 동안에도 풍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쓰레기는 여전히 곳곳에 쌓여 있었다. 일행들은 쓰레기를 담을 포대와 장갑을 챙기고 도로가에서 벗어나 쓰레기가 쌓여 있는 해안으로 내려갔다.

내려간 해안가의 풍경은 심각해 보였다. 바다에서 떠밀려온 유목과 스티로폼 및 페트병 등 온갖 쓰레기가 곳곳에서 보였다. “저희는 좀더 상황이 심각한 곳으로 더 들어갈게요.” 디프다 제주의 변수빈 대표가 말했다. 심각해 보이는 풍경을 넘어 보이지 않는 곳에 더욱 시급한 장소가 있을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은 아무래도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을 수 밖에 없다. 처음 해안가로 내려간 지점에서 약 50m 정도를 이동하자, 말그대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쓰레기들이 있었다.

일행들은 곧 장갑을 나눠 착용하고 포대를 챙겨 눈앞에 보이는 쓰레기부터 주워 나가기 시작했다. 페트병과 스티로폼은 물론이고 운동화와 슬리퍼 등도 흔하게 보였다. 그 밖에 칫솔, 라이터, 볼펜 등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생활쓰레기들이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기자가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지 10여분도 안돼 80리터 포대 하나가 가득찼다. 옆에서 쓰레기를 줍던 다른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순식간에 4개의 가득 찬 포대가 한 켠에 쌓였다.

지난 30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가에 수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다.
지난 30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가에 수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다.

페트병 등의 부피가 큰 쓰레기를 줍다보니 그 아래 깔려 있던 것이 모습을 보였다. 검은 현무암 사이에 작은 돌맹이들과 섞여 쌓여 있었다. 작게 부서진 스티로폼 알갱이들이었다. 흡사 하얀 모래가 쌓인 것처럼 돌과 돌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스티로폼 알갱이 사이로는 다양한 색을 가진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양손을 사용해 그 알갱이들을 움켜쥐고 수차례 포대에 옮겨 담아봤지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수차례 옮겨 담아도, 스티로폼 알갱이들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 스티로폼 알갱이들 속에서 갑자기 작은 게가 한 마리 모습을 보였다. 이어 비슷한 크기의 작은 게들이 곳곳에서 모습을 보였다. 수많은 바다 생물들이 그 쓰레기 틈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지난 30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가에 쌓여 있던 쓰레기들. 작은 크기의 쓰레기 아래로 스티로폼 알갱이가 자갈과 섞여 쌓여 있다. 이 안에서 일부 바다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지난 30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가에 쌓여 있던 쓰레기들. 작은 크기의 쓰레기 아래로 스티로폼 알갱이가 자갈과 섞여 쌓여 있다. 이 안에서 일부 바다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한쪽에선 또다른 탄식이 나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검은 기름이 엉겨붙은 그물 덩어리가 보였다. 두 사람이 모여 기름을 머금은 그물을 포대에 밀어넣었다. 

또다른 일행은 현무암 위로 팽팽하게 걸려 있던 또 다른 그물을 치우기 위해 움직였다. 파도를 따라 밀려들며 바위에 세차게 부딪힌 그물은 바위 틈 사이로 단단하게 걸려들어 있었다. 그물을 제거하기 위해 사방에서 잡아 당기고 풀기를 반복했다. 사람의 힘으로 빼낼 수 없는 부분은 잘라내야만 하기도 했다. 그렇게 커다란 그물덩어리가 바위에서 분리됐다.

그외에 LED조명장비와 큰 부피를 가진 이불, LPG 가스통 등도 한 자리에 모였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쓰레기들이 이 해안가에서 발견됐다. 

그렇게 4명의 인원이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200리터 포대 2개와 80리터 포대 16개, 40리터 포대 2개를 가득 채웠다. 이렇게 모은 쓰레기는 추후 관할 시청 담당 부서에서 수거해간다.

시청에서 쓰레기를 수거해 갈 수 있도록 일행들이 쓰레기를 해안도로변까지 옮겼을 때, 모여진 쓰레기 너머로 노을이 졌다. 일행 중 한 명이 잠시 멈춰 노을을 바라봤다. 이날 제주의 바다를 좀더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땀을 흘렸다. 그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보상이었을 것이다. 디프다 제주는 노을 속에서 이날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지난 30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가에 거대한 그물 덩어리가 밀려와 있다.
지난 30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가에 거대한 그물 덩어리가 밀려와 있다.
지난 30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가에서 약 1시간 동안 수거된 쓰레기. 이날 수거된 후 한 자리에 모인 쓰레기들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다. 이날 활동은 제주도내에서 주기적으로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에 나서고 있는 '디프다 제주'가 나섰다.
지난 30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가에서 약 1시간 동안 수거된 쓰레기. 이날 수거된 후 한 자리에 모인 쓰레기들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다. 이날 활동은 제주도내에서 주기적으로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에 나서고 있는 '디프다 제주'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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