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희망을 잃지 말라고"
"남방큰돌고래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희망을 잃지 말라고"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08.23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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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여고 사회과 동아리 모임 DNA
"올해 초 돌고래의 상황 인식, 보호 위해 의견 나눠"
친환경 제품 제작 및 판매 통해 돌고래 보호 활동에 기부
"남방큰돌고래들, 제주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길"
서귀포여고 사회과 동아리인 '아고라' 모임. 본 기자도 함께 하고 있다.
서귀포여고 사회과 동아리인 '아고라' 모임. 본 기자도 함께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교실 안에 1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서로 마주 앉아 제법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들 중 한 학생이 입을 열였다. 다른 이들은 조용히 그 학생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남방큰돌고래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욕심 때문에 너희를 가두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너희를 지키고 보호해주려는 사람들도 있다고요. 그러니까 희망을 잃지 말라고 전해주고 싶어요.”

그 학생의 이야기가 끝나자, 또 다른 학생이 입을 열었다.

“이전에는 남방큰돌고래가 제주에서 많이 보였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날이 지날수록 돌고래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어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해요. 더 많이 관심을 갖고 더 많이 보호해주기를 바라요.”

학생들의 말은 남방큰돌고래를 향한 희망과 애정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 희망과 애정을 말로만 끝내지 않았다. 행동으로 보여주려하고 있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지키고, 제주 바다에서 오래도록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 모여 고민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남방큰돌고래들에게 희망을 전해줄 수 있을지,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보호에 힘써줄 수 있을지를 토론하며 의견을 주고 받고 있었다.

그런 논의 끝에 학생들은 하나의 작은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다. 단순하게는 교내 동아리 활동의 일환이었지만, 학생들에게는 자신들의 활동이 단순한 동아리 활동을 넘어서고 있었다. 서귀포여고의 '아고라' 동아리 모임에서 시작된 '돌핀 니드 아고라(Dolphin Need Agora,DNA)'의 이야기다.

아고라 동아리 모임은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서귀포여고 사회과 동아리 활동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민들이 모여 서로 의견을 교환했던 장소인 ‘아고라’에서 착안,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사회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구성된 동아리 활동이다. 

구성원들은 대표 손유진 학생 이외에 정소영·한윤송·오민주·박연화·최미소·문지민·장소현·김한을 학생 등이다. 서귀포여고 1·2학년 학생들이다. 지도교사는 서귀포여고에서 사회교과를 담당하고 있는 이수진 선생님이다.

이들이 정한 올해의 주제는 ‘남방큰돌고래’다. “처음에는 남방큰돌고래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어요. 남방큰돌고래에 대해 알지 못하다보니 어떤 문제에 처해 있는지도 몰랐지만, 올해 초부터 신문기사 등을 통해 소식들을 접하게 되면서 문제점을 인식하게 됐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우리가 바라본 문제점들을 사람들에게 더 알리고,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어요.” 학생들은 이렇게 전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남방큰돌고래들.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남방큰돌고래들.

학생들을 머리를 맞댔다. 어떻게 하면 각자가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남방큰돌고래에 대해 사람들에게 더 잘 알릴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사회적기업 DNA’였다.

DNA가 바라보는 남방큰돌고래의 삶은 수많은 위협 속에 놓여 있다. 동아리의 대표를 맞고 있는 손유진 학생은 “돌고래들은 제주바다에 버려지는 해양쓰레기 문제로 인해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며 “이 뿐만 아니라 해상풍력발전사업이나 제주연안의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다. 관광선박이 돌고래 관찰가이드를 어기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돌고래들이 선박에 부딪혀 다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를 끌고 돌고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광선박 운항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도 접했다”며 “이와 같은 관심이 오히려 돌고래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돌고래들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찰 등도 돌고래의 삶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도내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에서 받은 강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강연을 통해 돌고래들이 입고 있는 피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며 “낚시바늘에 등지느러미가 다치고, 훼손되는 자료들을 보면서 남방큰돌고래가 처해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느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돌고래 보호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다회용컵과 친환경용지로 제작한 메모지, 돌고래의 모습을 형상화한 핀배지 등이다. 이 안에 돌고래 보호를 위한 의미를 담고 돌고래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설명을 더했다. 

특히 핀배지는 수많은 돌고래가 모여 하나의 커다란 돌고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아래 노랑색의 작은 돌고래가 더해졌다. DNA의 로고이기도 하다. “이 큰 돌고래는 남도리라는 이름을 갖고 있어요. 제주에서 살아가는 모든 남방큰돌고래를 상징해요. 노랑색 돌고래는 단이라는 친구에요. 지금은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돌고래가 하루 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아요.”

서귀포여고 학생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인 'DNA'의 로고. 이 로고를 활용해 핀배지도 제작 중이다. 학생들은 제품 판매 등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해 기부할 방침이다.
서귀포여고 학생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인 'DNA'의 로고. 이 로고를 활용해 핀배지도 제작 중이다. 학생들은 제품 판매 등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해 기부할 방침이다.

이와 같은 희망을 담은 제품은 우선 서귀포여고 학생과 교사들에게 판매할 예정이다. 아울러 펀딩사이트 등을 통해 다양한 판매루트도 고민 중이다. 판매로 모인 금액은 남방큰돌고래 보호에 쓰일 수 있도록 기부할 예정이다.

“저희가 하는 활동을 통해 돌고래들의 삶이 더욱 자유로워지기를 바라요. 남방큰돌고래들의 서식지가 더 잘 보전이 되고, 돌고래들이 제주바다에서 살아갈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품 판매 수익은 기부를 하려고 해요. 우리의 활동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나 학생들, 어른들, 단체들이 더욱 힘을 얻어서 더 많은 활동을 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요.”

학생들은 그렇게 희망을 말하고,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남방큰돌고래가 제주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미래를 그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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